[한국스포츠경제=편집자] 듣고 또 듣고 계속 듣고... 이런 게 중독이란 걸까? 작품 속 주인공을 이토록 존경했던 적이 있었던가? 난 지금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후유증으로 시작된 ‘퀸앓이’ 중이다. 차마 언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묘한 매력에 사로잡혀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는 형국이랄까. 퀸의 음악, 마치 늪 같다.

콧수염, 청바지에 러닝셔츠도 무대의상이 되는 스타일리시한 남자 프레디 머큐리, 어린 시절 기억나는 그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그랬다. 소프트함과 파워풀함을 넘나드는 보컬이 마냥 좋아 그가 만들었던 퀸의 명곡들을 이따금씩 찾아듣고 흥얼거리던 것이 전부였는데, 이젠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질 않는다. 퀸의 자료들을 수집하고, 외화면 영역(스크린 밖의 영역)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작품을 퍼즐 맞추듯 하나 둘 맞춰보며 나만의 영화를 재생시켜 본다.

사진 =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컷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스토리라인이 이렇다 할 만큼 독특하다거나 짜임새가 촘촘하지 않지만 그 모든 것을 차고 넘치도록 채워주는 것이 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퀸의 음악들과 싱크로율을 따진다는 게 무의미한 퀸 그 자체인 배우들의 연기다. 작품 준비과정부터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자신을 버리고 4명의 멤버들로 완벽히 빙의해 살았을 그들(라미 말렉, 귈림 리, 벤 하디, 조셉 마젤로)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퀸의 음악이 의심의 여지없이 그 자체로 오롯이 들리고 느낄 수 있었던 이유다. 여기에 숨겨진 장면까지 광활하게 펼쳐 보여주는 스크린X, 기술의 발달은 영화의 몰입도를 상승시키는 꽤 훌륭한 덤이다.

프레디 머큐리의 히스토리가 퀸의 음악과 오버랩 되면서 전설은 스크린을 통해 부활한다. 천재적인 음악성과 타협하지 않는 도전정신, 화려한 조명, 그리고 부와 명예~ 여기까지는 으레 그러하듯 전설이 된 영웅을 뒷받침 하는 상상 가능한 내러티브다. 하지만 오만방자했던 스타, 동성애, 술과 마약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천재 아티스트의 이면에는 상상 불가능한 지독히도 아픈 외로움이 있었다. 빛이 강한 만큼 그의 짧은 생이 방증하기라도 하듯 어둠이 짙게 드리웠던 삶은 스타가 아닌 그저 초라한 한 인간일 뿐이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나도 모르게 박수가 터져 나오고, 떼창을 하면서도 눈물이 흐르는 생경한 경험은 음악에 대한 경이로움과 함께 평범한 나보다 더 나을 것 없는 슬픈 천재에 대한 연민의 정이리라. 가슴이 아려온다.

초라한 모습의 세계적인 스타가 안긴 곳은 결국 자신이 부정했던 가족과 또 다른 가족이란 이름의 퀸의 멤버들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족’은 항상 진리다. 그렇게 서로의 상처는 봉합되고 위대한 무대는 탄생된다. 죽음이 예견된 상황에서 맞이하는 프레디 머큐리의 폭발적인 에너지, 그 역설적인 퀸의 무대는 감탄을 넘어 감동 그 자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다시금 우리들에게 챔피언이 되어 부활한 전설! 

세월을 거슬러, 세대를 초월해 전 세계 관객을 열광케 하는 퀸. 퀸을 알게 되어 행복한 10대와 그 옛날을 소환해 마냥 반가운 5060 뉴 식스티 세대까지 같은 공간에서 다른 듯 닮은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요즘이다. 프레디 머큐리의 비극적인 삶에서 잉태된 훌륭한 음악들, 그리고 안타깝기만 한 그의 짧은 생은 찬란하게 빛나는 해피엔딩이 아닐까.

곧 다가올 11월 24일, 그의 27주기를 추모하며 활자로는 도저히 감당 못할 경의를 담아 이 헌사(獻詞)를 바친다.

 

●권상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와 국민대 대학원 영화방송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등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고, 고구려대학 공연예술복지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한 뒤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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