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강달호 사장, 승진 전 대산공장 안전책임자로 근무
승진 6일 만에 유증기 유출 사고
조사당국 "대기업 현대오일뱅크, 재방 방지에 만전 기해야"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신임 사장이 출발부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표이사로 승진한 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자신이 안전책임자로 근무했던 대산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새롭게 현대오일뱅크 수장 자리에 앉은 강 사장으로선 반가울 리 없는 소식이다. 

19일 현대오일뱅크, 서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서산시청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충남 서신시 대산읍 대산석유화확단지 내 현대오일뱅크 공장 일부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수증기가 외부로 유출됐다. 수증기는 해무(바다에 끼는 안개)와 섞여 공장 주변 일대로 번져 일부 주민들은 심한 악취와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고도화 공정 중 기름 성분이 섞여 있는 수증기가 20분 정도 유출됐다"며 "이후 공정은 곧바로 정상화됐고,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신임 사장이 승진 전까지 근무했던 대산공장에서 유증기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 수증기 내 유해 성분 無…조사당국 "대기업답게 사고 재발 방지에 만전 기해야"

서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에 따르면 원유를 열분해 휘발유와 경유 등을 얻어내고 남는 게 코크스 찌꺼기인데 온도는 400도 이상에 달한다. 이 코크스 찌꺼기를 식히는 과정에서 냉각장치에 문제가 발생해 다량의 수증기가 외부에 유출됐다. 유출된 유증기는 해무와 섞여 인근으로 빠르게 퍼져갔다.  

조사 당국은 인명피해는 없다고 밝혔고, 1차 조사 결과 수증기 내 유해 화학 물질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일부 언론에서는 서산시청에서 유증기 내 유해 성분 여부를 전문기관에 의뢰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이는 오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산시청 관계자는 "해당 공정에는 유해 화학 물질이 나올 수 없는 공정으로 따로 유해 성분 여부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배출된 수증기에 기름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이를 흡입하면 불쾌하고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고, 실제로 사고 당시 많은 주민들 메스꺼움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 관계자는 "엄연히 말해 이번 사고는 안전사고 보다 작업사고로 봐야 한다"며 "작업 과정에서 코크스를 충분히 냉각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다량의 수증기가 배출된 것으로 작업 수칙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관계자는 "현재 인명 피해는 없지만, 사고가 발생한 공정에 대해 조사가 더 필요하다"면서 "유증기 내 유해·화학 물질 포함 여부를 떠나 다량의 석유·화학 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는 대기업으로서 사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오후 서산석유화학단지 현대오일뱅크 코크스 공정에서 정제가 안된 수증기가 외부로 유출돼 주민들이 악취와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사진은 서산시 민원창구 '온통서산' 접수된 현장 사진. /사진=서산시청

◆ 강달호 전 대산공장 안전생산본부장, 사장 취임 10일 만에 사고 발생

이번 유증기가 유출된 대산공장은 강달호 사장에게는 고향과 같은 곳이다. 강 사장은 최근 인사 발령 전까지 대산공장에서 생산부문장, 중앙기술연구원장, 안전생산본부장을 차례로 거쳤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에 따르면 강 사장은 사장 취임 이후에도 서울 사무소와 대산공장을 번갈아 출근했다. 사상 첫 엔지니어링 출신 사장으로 현장을 중시하고, 공장장까지 지냈기 때문에 대산공장에 대한 애착은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강 사장은 대산공장 중앙기술연구원장, 안전생산본부장을 역임했다"며 "아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과 대산공장을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고 당일 출근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강 사장은 최근까지 대산공장에서 근무했고 무재해 기록도 약 5년 동안 이어가고 있었다. 이번 수증기 유출과 관련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석유·화학 단지내에서는 작은 사고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마냥 쉽게 지나칠 사안은 아니다.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이제 막 대표이사 사장이라는 책임을 부여받은 강 사장의 입지에 '흠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인명 피해를 떠나 사고가 발생하면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강 사장은 지난 6일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직 사장으로 내정됐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강 사장의 승진 배경에 대해 "대산공장의 안전가동은 물론 직원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공정 개선과 혁신에 앞장서는 등 현대오일뱅크 성장의 숨은 역할을 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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