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벤츠 "BMW 화재 원인 관련 노코멘트"
벤츠 "EGR은 미래 디젤차의 핵심 부품"
BMW 화재 조사단 다음 달 중 조사결과 발표
BMW 차량이 화마에 휩싸인 채 불 타고 있다. 강원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BMW 차량은 왜 화염에 휩싸였을까.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젤엔진 개발을 총괄 지휘하는 '벤츠 디젤의 브레인'은 어떤 대답을 내놨을까.

요헨 벳취 다임러AG 어드밴스드 엔지니어링 디젤부문 총괄에게 물었다. 벳취 총괄은 16일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서 열린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C 클래스' 공개 행사에 참석했다. 벳취 총괄은 이날 가솔린 엔진보다 15% 연료 저감을 이룬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디젤 엔진(OM 654)를 탑재한 '더 뉴 C 클래스'의 성능을 설명하기 위해 방한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벳취 총괄에게 BMW의 화재 원인이 '배기가스 저감장치(이하 EGR)'이냐고 물었다. 그의 첫 마디는 "미안하다(I'm sorry)"였다. 이어 "벤츠의 화재 원인에 대해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질문을 바꿔 'EGR이 차량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느냐'로 물었다.

그의 대답은 이랬다. "EGR은 디젤 차량에서 질소산화물을 저감하는 중요한 장치다. 향후에 나올 배출 가스 기준을 충족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장치다"라면서 "다임러에 국한에서 말하면 저온과 고온의 극한의 환경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저희 EGR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임러의 경우 유스케이스(use case)에 따라  저압 EGR, 고압 EGR, 벨브 구조물을 갖춘 인터널 EGR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디젤 차량에 있어 중요한 장치인데다 극한의 테스트를 거쳐 탑재되는 만큼 적어도 벤츠 차량에서는 EGR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요헨 벳취 다임러 디젤엔진부문 총괄(오른쪽)은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은 EGR 결함에 따른 화재 발생에서 안전하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EGR로 인한 차량 화재는 없다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달리 BMW는 차량 화재의 원인을 EGR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6일 BMW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차량 화재의 원인으로 EGR 결함을 지목했다. 요한 에벤비클러 BMW 품질관리부문 수석 부사장은 "화재 결함의 근본 원인은 냉각수 누수다. 이로 인해 침전물이 발생하고, 내부 온도가 높아져 가열현상이 발생한다"고 힘주어 말하며 EGR 이외 다른 결함 가능성은 일축했다. 그러나 BMW는 유독 한국에서 화재가 자주 발생한 원인에 대해 '모른다'로 일관했다. 아울러 가솔린 차량 화재 발생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BMW 차량 화재 민관합동조사단(이하 조사단)은 BMW의 해명과 다른 조사 결과를 내놨다. 조사단은 지난 7일 BMW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EGR 바이패스' 문제가 아닌 'EGR 밸브'가 화재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한국교통안전공단 역시 조사단과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공단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이 화재 발생과 관련한 제작 결함 원인 및 발화 가능성 확인시험을 진행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BMW 화재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발생한다고 봤다. ▲EGR 쿨러(냉각)에 누수가 발생한 상태 ▲EGR 밸브가 일부 열림으로 고착된 상태에서 고속주행 ▲배출가스 후처리시스템(DPF/LNT) 재생 순이다.

BMW 차량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 7일 EGR 밸브를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연합뉴스

조사단은 이 조건에서 EGR 쿨러 누수로 쌓인 침전물이 EGR 밸브를 통해 들어온 고온의 배기 가스와 만나 불티가 생기고, 이 불티가 엔진룸 흡기시스템(흡기매니폴드)에 붙어 불꽃이 확산한다고 설명했다. 이 불꽃은 고속주행으로 공급되는 공기와 만나 커지며 흡기기관에 구멍(천공)을 내고 점차 커져 엔진룸으로 옮겨가며 화재가 발생한다.

특히 조사단은 BMW가 화재 발생 조건으로 지목한 'EGR 바이패스 밸브 열림'은 화재원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대신 BMW가 지목하지 않았던 'EGR 밸브'가 화재와 관련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GR 바이패스 밸브'는 EGR 가스를 EGR 냉각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흡기매니폴드로 보내주는 장치로 '열림·닫힘' 개념으로 작동한다. EGR 밸브는 흡입구로 재순환하는 배기가스의 양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벳취 총괄에게 메르세데스-벤츠는 이같은 EGR 결함에 안전한지 물었다.

그는 "벤츠의 파워시스템은 매우 강력하고 일관되게 하고 있다. 특히 EGR은 미래 디젤 엔진에 있어 매우 핵심적이라고 생각해 세 가지 EGR을 적용하고 있다"며 "모든 엔진에 고압과 저압 EGR을 적용할 수 있고, 6기통 같은 경우 가변 벨브트로닉까지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배기가스가 다시 한 번 연소실에 재주입돼 배출가스 저감에 최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디젤엔진 수장의 말처럼 미래 디젤차량의 핵심인 EGR 결함으로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다음 달 중 나올 것으로 보이는 조사단의 BMW 화재 원인 조사 결과가 주목 된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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