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기업 '일감' 몰아줘서 난리...직장인 '업무' 많아서 난리
직장인 설문조사 결과 59.1%...'타부서 업무로 본인 업무 차질'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취업시즌이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은 회사에서도 높은 문턱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신세계다. 그중 회사내 생활은 직장인으로 안착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된다. 신입사원들이 실제 회사 내에서 부딪치는 상황들과 그에 맞는 대처 방안, 방향을 제시해 그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덜어 줄 수 있는 일종의 ‘회사 사용 설명서’를 권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문제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는 대기업이 특정 하청기업에게 관련 일거리를 몰아주는 것이다 이렇게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 집단 내에서 계열사끼리 내부거래를 하고 각 계열회사의 생산·판매가 증가하고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 각 기업의 거래 이익은 총수 일가에게 흘러들어 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한 경쟁을 무너뜨리는 이런 행태를 막기 위해 법안을 개정하고 연일 기업과 기업 총수들을 조사, 고발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경제 전반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면 기업들이 자신의 계열사 및 특정 기업에게 ‘일감’을 몰아줘서 난리가 나고 있는 한편 작게 미시적으로 들여다본 각각의 사무실에서도 직장인들이 서로 업무를 '떠넘기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는 주는 기업, 받는 기업 모두 이득을 보지만 직장인들은 '업무 떠넘기기'로 인해 넘쳐나는 일거리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상사도 타부서도...‘왜 나에게만’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2013년 직장인 827명을 대상으로 ‘타 부서 업무 요청으로 자신의 업무에 차질이 생긴 경험’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1%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차질이 생긴 빈도는 ‘1주일에 1~2번’이 46.6%로 가장 많았다.

우리 사회가 ‘일감’을 특정기업에게 몰아주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업무’를 특정인에게 몰아주는 것에 대한 방지책은 왜 마련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넘어오는 업무들을 현명하게 대처하거나 돌려보낼 방법은 없을까.

5년차 대리 A씨는 사내에서 일 잘한다고 소문난 직원이다. 그렇다 보니 종종 ‘잡무’를 포함한 각종 업무들이 A씨에게 주어지곤 한다. 심지어 다른 팀에서 조차 부서 간 경계가 애매모호한 일들을 떠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는 “다른 팀에서 큰 사업 단위 업무를 떠넘기려 하면 우선 직속 상사나 부서장에게 보고한다”며 “부서장끼리 서로 합의를 거쳐 넘어오는 업무는 내가 처리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선배들이 내 업무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자질구레한 업무들을 ‘니가 좀 해주라~’는 식으로 부탁하는 경우는 군말 없이 처리해주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경우는 거절하기도 애매하기도 하고 내 업무를 하는 김에 같이 하면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넘어오는 업무들은 다 처리하는 경우도 많았다. 누군가 업무를 넘길 때마다 누가 해야 되는지를 매번 얘기 하다보면 ‘일을 하기 싫어 불평 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침묵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사진=pixabey

3년차 직장인 B씨는 “그냥 웬만하면 내가 처리 한다”며 “누구 업무냐를 따지는 시간에 내가 하는 것이 속 편하기 때문이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타 부서와의 업무 다툼에 대해서는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많았지만 상사가 주는 업무에 대해서는 대부분 거절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대기업을 다니는 C씨는 “상사들이 가끔 자신의 업무를 슬그머니 넘길 때는 화도 나고 불만을 표출하고 싶지만 결국 그 불이익이 나에게 돌아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참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도 우리 부장님은 잡무를 주로 넘기는데 친구네 회사의 부장은 잡무를 하고 중요한 업무를 친구에게 넘긴다는 얘기를 듣고 어이없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넘겨지는 업무들...어떻게 다시 돌려줄까

상사나 타부서에서 떠넘기는 업무에 대한 대처 방법은 각자가 소속된 직장 성향 및 개인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공무원 6년차로 세종시 소재 정부부처에 근무 중인 D씨는 ‘업무분장’이 명확하게 기재된 매뉴얼을 즐겨 이용한다고 했다. 지방조직부터 중앙부처까지 여러 곳의 근무지에서 수많은 경험을 했던 그의 노련미가 돋보였다.

그는 “업무내용이 적혀있는 매뉴얼을 찾아서 상대방 업무와 최대한 연관되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며 “매뉴얼 상 분류돼있는 업무 분배 기준에 따라 내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소에 작은 업무 등은 맡아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중요한 순간에 업무를 되돌려주기도 쉽다”며 “하지만 직속 상사들이 넘겨주는 업무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대처 방법이 없어 연구 중이다”고 밝혔다.

사진=pixabey

지난해 회사에 입사한 E씨는 아직 자신을 따라다니는 ‘신입사원’ 이미지를 이용할 때가 있다고 한다. 점차 맡은 업무가 많아지는 만큼 주변 선배나 상사들이 슬쩍 건네주는 업무를 받지 않기 위한 그만의 노하우다.

E씨는 “업무를 넘기려는 상사에게 업무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며 “설명을 두 번 해주실 때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니 결국 본인이 처리하시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아직은 저연차 사원이기에 허용되는 부분인 것 같다”며 “일이 너무 많아 바쁠 때 종종 써먹는 방법이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누군가를 ‘실망’시키는 것이 두려워 모든 일을 다 받아서 처리하다보니 자신이 점점 피곤해졌다는 E씨는 ‘나는 나중에 후배에게 일을 떠넘기는 선배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과 함께 자신의 업무에 더 충실하기 위한 ‘꼼수’를 쓰고 있다고 한다.

보다 배짱있는 방법으로 업무를 거절하는 이도 있다. 4년차 직장인 F씨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홧김에 ‘과감한 선택’을 한 적이 있었고 회사에서 이미지는 조금 나빠졌지만 업무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한다.

F씨는 “중요한 업무를 나에게 떠넘기는 선배에게 일을 엉망으로 처리해서 다시 보내준 적이 있다”며 “그랬더니 다시는 나에게 업무를 떠넘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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