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G그룹 정기인사, 이르면 내주 실시될 듯
조성진·한상범·차석용 부회장 교체 가능성 힘 실려
‘외부인사 영입·부회장 맞바꾸기’…’파격’ 행보 이어갈까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체제 하에 첫 정기인사를 진행한다. 매년 11월 넷째주에서 12월 첫째주에 정기인사를 진행해온 만큼 올해도 이르면 다음 주에 인사가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취임 초기부터 ‘부회장 맞바꾸기’ 등 파격 행보를 이어온 구 회장은 연말 정기 인사에서도 안정 보다는 쇄신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 인사는 통상 11월 30일이나 12월 1일 진행돼왔다. 하반기 사업보고회를 진행한 후 그룹 내 ICT계열과 비ICT 계열로 나눠 임원인사와 보직변경이 진행되는 식이다. 올해 하반기 사업보고회가 이날 마무리되는 만큼 정기인사 결과 역시 나올 가능성이 크다.

LG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첫 정기인사 예고 LG그룹 사업보고회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매년 11월 넷째주에서 12월 첫째주 중 진행되던 정기인사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업의 본질' 질문한 사업보고회..."구광모 색깔 제대로 드러냈다"

올해 사업보고회는 구 회장의 ‘파격’ 색깔을 제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지난달 29일부터 진행된 사업보고회는 기존 경영진 발표에서 경영진 간 토론으로 진행 방식을 바꿨다. 경영진이 준비해온 자료를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토론으로 미래 먹거리 사업 구상을 논의했다고 전해진다.

구 회장의 뼈아픈 질문에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진땀을 빼기도 했다는 후문이다.구 회장은 29일 열린 LG화학 사업보고회에서 “업(業)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져 CEO들을 당황케 만들었다고 한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그룹 내 미래 먹거리에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준 것 같다”며 “기존 관념을 깨는 젊은 회장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 창사 이래 첫 외부 CEO 영입…’쇄신’은 계속된다

사업보고회 이전에도 구 회장의 행보는 과감했다. 고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회장직에 오른 구 회장의 나이는 만 40세.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큰 무리없이 수장직에 올랐지만 실전 경험과 가시적 경영 성과가 부족한 상황에서 우려의 시선이 컸다. 그러나 취임 직후 구 회장은 ‘우회전략’이 아닌 ‘정면돌파’를 통해 인적 기반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구 회장은 LG화학 사업보고회 직후인 지난 9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을 전격 교체하고 후임으로 신학철 미국 3M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 박 전 부회장은 1977년 당시 럭키로 입사해 42년을 LG화학에서 몸담은 ‘LG맨’이다. 그런 그의 후임으로 외부 출신 CEO가 내정된 것은 LG화학이 설립된 1947년 이후 70여년만에 처음이다.

앞서 구 회장은 취임 한달 차에도 ‘부회장 맞바꾸기’로 한차례 파격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을 ㈜LG 부회장으로 임명하고, 기존 하현회 ㈜LG 부회장을 LG유플러스 부회장으로 맞바꾼 것. 권 부회장은 LG그룹 3개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에 모두 몸담은 경험이 있는데다 1957년생으로 LG 부회장 중 가장 젊다는 점에서 구 회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 부회장 3인방 교체되나…’취임 첫 해=물갈이’ 공식 이어질까

'부회장 3인방' 조성진·한상범·차석용 부회장 거취는? LG 부회장 7인방 중 용퇴의사를 밝힌 구본준 부회장과 자리를 바꾼 권영수 LG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그리고 신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제외한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거취에 재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제 업계 안팎의 시선은 남은 부회장 3인방으로 모이고 있다. 용퇴를 결정한 구본준 부회장과 자리를 바꾼 권영수 LG 부회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신임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을 제외한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조성진 부회장은 1956년생으로 지난 2016년말 LG전자 CEO로 임명됐다. OLED TV를 필두로 LG 시그니처 등 프리미엄 라인을 공략해 안정적인 실적을 거뒀다는 평을 받지만 스마트폰 부문 적자가 지속되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부문인 MC사업본부는 올 3분기 영업손실 1463억원을 기록, 14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한상범 부회장은 1955년생으로 지난 2012년부터 LG디스플레이를 이끌고 있다. 취임 후 5년간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올 1분기 6년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한데다 2분기에도 부진이 지속, 3분기 반짝 흑자 전환에도 4분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중국 업체의 LCD 패널 생산 확대에 원·달러 환율 방어에도 실패하며 내년에도 업황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차석용 부회장은 1953년생으로 2005년부터 LG생활건강 수장직을 맡고 있다. 14년째 LG생건을 이끌고 있는 장수 CEO로 3인 중 재임기간이 가장 길다. 취임 이후 공격적인 M&A(인수합병)과 음료, 생활용품, 화장품을 넘나드는 사업다각화에 힘써왔다. 중국발 사드(THAAD) 보복에도 무난한 성적을 내 왔다는 평이다.

재계 관계자는 “고 구본무 회장도 취임 첫 해인 1995년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며 “구광모 회장이 비교적 젊은 나이인데다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인적 쇄신에 나설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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