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치솟던 서울 집값이 안정을 찾아가면서 아파트 전셋값도 안정권에 진입했다. 당분간 이같은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서울과 경기권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 준공물량이 많을뿐더러, 유주택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부동산 시장 흐름도 이유로 꼽힌다. 전국적으로는 전셋값이 별다른 불안 조짐이 없으나 지방에서는 전셋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어 깡통주택,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2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의 주택 전셋값은 평균 1.52% 하락했다. 전셋값은 지난해 12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셋값이 올해 말까지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기록으로는 2004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역대 최장 기간 전셋값이 하락한 지난 2004년(-0.52%), 당시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그해 5월부터 아홉달 동안 내렸다.
◆ 전셋값 왜 떨어졌나
집값이 오르면 실수요자들이 전세시장에 몰리니 오히려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파트 공급량의 증가와 예고된 기준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으로 주택 구매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더 높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입주물량은 3만6504가구(예정 포함)로 전년(2만7890가구) 대비 27.3% 증가한다. 수도권도 같은 기간 17만5268가구에서 22만5442가구로 28.6% 늘었다. 내년에도 서울은 올해 대비 16.3% 많은 4만2445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겨울 비수기로 진입하고 용산, 강남, 영등포 등도 전셋값이 하락했고, 동작의 경우 전셋값이 한주 만에 최고 4000만원까지 떨어지는 아파트도 나왔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입주물량이 워낙 많다보니까 서울은 (전세매물이) 많이 늘어난 것은 아닌데 경기권에 많아진 여파가 서울까지 미치는 것”이라면서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것) 투자 수요자들이 내놓는 전세매물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주택자인 집주인에게 적용되는 강력한 대출 규제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전세 물량이 많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도 이유가 된다. 같은 맥락에서 기준금리 인상도 유주택자에게는 전세 유인이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센터 관계자는 “그동안 집값과 함께 전셋값도 너무 많이 오른 측면이 있어 실수요자들에게 전셋값 하락은 전·월세 시장이 안정화를 찾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전셋값이 떨어지는 것 역시 급등 피로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되돌리는 과정일 뿐 문제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전셋값은 지난 2015년 전후로 크게 올랐다. 월세화 현상이 두드러졌던 때로, 순수 전세매물 찾기가 어려웠던 시기다. 전세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로 돌리는 입주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금리인상이 예고되고 임대차 시장 안에서 전세매물도 늘면서 매물 자체에 여유가 생겼다.
김은진 팀장은 “전세매물이 늘면서 전체적으로 이전보다 여유가 생긴 상황이고 내년에도 입주물량이 계속 많다”면서 “전셋값이 2015년까지 크게 오를 가능성은 적어보이고 다만 최근에 매매 시장도 위축되면서 전세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전셋값 떨어지니 ‘깡통전세’도 속출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매매가격 하락으로 전세와 대출금이 매매 시세보다 높은 ‘깡통주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세 재계약을 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지방을 중심으로 속출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이달 16일 현재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실적은 총 4531건, 보증금액은 933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3년 이 상품이 판매된 이후 월간 최대 실적을 보인 지난 10월(8833건·1조8625억원)과 비슷한 수준의 증가세다.
전세반환보증은 전세금의 0.128%(HUG 기준)를 보증수수료로 지불하면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하고, 추후 보증기관이 직접 집주인에게 보증금 상환을 요청하는 상품이다.
이렇게 커지는 ‘전세보증금 반환 리스크’가 지방을 넘어 최근에는 수도권까지 넘보는 중이다. HUG에 따르면 최근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내린 경남 거제시는 지난 2년간 아파트값이 28.32% 떨어지는 동안 전셋값은 33.31%나 급락했다. HUG는 “최근 전세금 반환보증이 거제·창원·김해·구미 등 경상남·북도와 일부 충청권을 넘어 일산·김포·파주·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가입자 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