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직장유암종, 환자마다 진단기준 달라 보험금 분쟁 많아
보험사가 경계성 종양·악성종양으로 분류하고 보험금 일부만 지급하기도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등 보험사들이 ‘직장유암종’에 대한 보험금을 삭감하고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4개 보험사가 직장유암종 질병으로 인해 청구된 총 875건에 대해 자체 의료심사 기준에 따라 151억9300만원을 덜 지급한 것이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자체 의료심사 제도 또한 미흡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외부 의료자문을 통한 의료심사는 전체 실시건 중 3%에도 미치지 못했다.

유암종은 암과 유사한 성질을 보이며 유사암종으로 부르는 종양이다. 신경내분비 세포가 존재하는 신체부위에 발생하며 주로 소화기관(위, 소장, 대장, 췌장 등)에서 발견되는 질병이다. 직장유암종은 대장 중 직장에서 발생하는 유암종으로 전이 가능성이 커 악성종양으로 분류되지만 질병 발생 유형에 따라 내시경 등 간단한 시술만으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직장유암종은 암. 경계성 종양, 양성 종양 등으로 환자마다 진단기준이 다르다. 이에 보험사는 위험도, 치료의 난이도 등에 따라 보험금을 달리 측정한다. 직장유암종은 보험사들이 경계성 종양이나 악성종양으로 분류하고 보험금 일부만을 지급해 보험금 분쟁이 많은 질병 중 하나다.

◆직장유암종에 대한 축소 지급 액수는

금융감독원 제재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2016.1월~2017.12월 중 직장유암종에 대해 일반암 또는 소액암 여부를 다툰 13건의 소송 중 6건을 2심에서 패소해 이를 수용하고 일반암 보험금을 지급했으면서도 보험금 지급심사 시 회사가 승소한 사례만을 기준으로 판단해 직장유암종으로 보험금이 청구된 820건에 대해 144억5100만원의 보험금을 덜 지급한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연합뉴스

한화생명은 직장유암종으로 보험금이 청구된 22건에 대해 3억42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2016년 4월 대법원이 제5차 이전 한국질병사인분류를 적용하는 보험계약은 가입시점의 기준에 따라 직장유암종을 악성종양으로 분류해 일반암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 기준을 제시했지만 이를 보험금 지급심사기준에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교보생명은 직장유암종 관련 청구 25건에 대해 2억7700만원의 보험금을 축소 지급했다. 교보생명은 2016년 9월 “보험약관이 한국질병사인분류에 따라 충수를 제외한 나머지 직장유암종을 일률적으로 암으로 분류하는 경우 직장유암종에 대해서 일반암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판결을 수용하고 일반암 보험금을 지급했지만 이를 지급심사기준에 적절히 반영하지 않았다.

흥국생명 또한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기준을 반영하지 않아 직장유암종 청구 8건에 대해 1억2300만원의 보험금을 과소 지급 했다.

◆금감원, 보험사들 의료자문, 심사 문제도 지적해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의료 심사·자문제도 운영 문제도 지적했다. 보험사들은 의료심사가 필요한 사고유형 또는 질병 유형 등 의료심사 대상 선정기준 등을 마련하지 않았다. 또 객관적 자료 없이 자체 의료심사 소견만으로 환자를 직접 치료한 의사가 작성한 의료기록 등을 부인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는 등 의료자문제도를 불합리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삼성생명이 2015년부터 올해 3월말까지 자문을 통해 의료심사한 4만7909건 중 46.3%(2만2172건)를 제3기관 의료자문 없이 보험회사 자체 의료심사 결과만으로 보험금을 삭감했으며 제3기관 의료자문을 시행한 것은 2.8%(1344건)에 불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 의료심사 실시현황.(2015.1.1.~2018.3.31.)/자료=금융감독원 공시

한화생명은 같은 기간 2만8848건을 의료심사하면서 34.3%(9905건)를 자체 의료심사 결과로 보험금을 삭감했고 2.0%(577건)만 외부 의료자문을 시행했다. 교보생명은 1만7683건중 71%(1만2564건)을 자체 의료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험금을 삭감했고 외부 의료자문은 1.2%(204건)만 적용했다. 흥국생명은 자체 의료심사 결과에 따른 보험료 삭감 비율이 가장 높았다. 3129건 중 73%(2284건)을 삭감했으며 외부 의료자문은 1.2%(36건)에 대해서만 적용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의료자문이 특정 자문의사에게 집중되고 있는 문제도 제기했다. 교보생명이 2015년부터 올해 3월까지 실시한 의료심사 1만7683건 중 81.6%(1만4438건)가 9명의 자문의사에게 맡겨졌다. 삼성생명이 같은 기간 실시한 4만7909건 중 50.4%(2만4142건)이 10명의 자문의사에게 집중 됐고 이 중 3명의 자문의사는 3000건을 초과하는 자문을 했다.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은 각각 28.8%(8296건), 27.6%(864건)을 10명의 의사에게 자문을 구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8일자로 보험사들에게 ‘경영유의’ 조처를 내렸다. 경영유의는 금융회사의 주의나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적 성격의 조처로 경영유의를 받은 각 보험사는 3개월내에 지적 사항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한 보험업체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대부분 고객들이 청구하는 서류(진료확인서, 입원확인서 등)를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고 분쟁이 생기는 경우 상호 동의하에 외부 의료자문을 받는다”며 “외부자문 비율이 낮다는 것은 고객들이 제출하는 서류에 대한 적정성을 수용하는 비율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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