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한국 근현대사를 조명한 작품들이 관객을 찾는다.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위기인 IMF 외환위기를 담은 영화 ‘국가부도의 날’부터 1970년대 마약왕 이두삼을 조명한 ‘마약왕’ 등이 올 연말을 장식한다.

■ 굴곡진 역사..“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를 보길”

오는 28일 개봉을 앞둔 ‘국가부도의 날’은 외환위기 당시 비공식적으로 운영된 대책팀이 있었다는 한 줄의 기사에서 모티브를 얻어 재구성됐다.

‘국가부도의 날’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 위기를 막기 위해 소임을 다하는 한시현(김혜수), 위기에 배팅하는 금융맨 윤정학(유아인), 권력과 이익만 추구하는 재정국 차관(조우진), 회사와 가정을 지키려 했던 가장 갑수(허준호) 등이 그 예다. IMF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이 각기 다른 대처를 하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각본을 쓴 엄성민 작가는 “IMF는 우리의 삶을 많이 바꿔 놓았고, 많은 세대가 그 사건을 같이 겪었다”며 “10대부터 60대가 기억하는 1997년이 다 다르다. 모든 세대가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여전히 아픈 기억인 과거의 비극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배우 유아인 역시 “우리는 현재, 미래를 살아가야 한다”며 “영화를 통해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길 바란다”고 바람을 밝혔다.

‘써니’(736만 명)를 연출한 강형철 감독의 신작 ‘스윙키즈’는 엑소 도경수를 내세운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은 1951년으로 인민군 소년 포로 로기수(도경수)가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 ‘스윙키즈’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남북 이념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던 시기 전쟁이 빚은 비극과 희망을 ‘춤’으로 승화하며 가슴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각오다. 강형철 감독은 “우연히 지인의 ‘로기수’라는 창작 연극을 봤다”며 “영화를 처음 만들 당시 남북관계가 좋지 못했는데 남북관계가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스윙키즈'를 만든 것도 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내부자들’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의 신작 ‘마약왕’은 1970년대 유신정권 당시 마약왕으로 불린 실존인물 이두삼을 그린 영화다. 배우 송강호가 이두삼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를 펼친다. 영화의 주인공인 이두삼은 전국 최대 규모의 필로폰 제조 및 판매업자였다. 국내를 들썩이게 만든 마약 유통사건의 배후이자 마약계 최고 권력자로 알려져 있다.

우민호 감독은 이두삼의 생을 영화화하기 위해 수년 간 걸쳐 자료 조사를 했다. 그는 “1970년대는 암흑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찬란한 시기였다고 본다”며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이두삼과 주변인들을 통해 그려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자들’이 정치계 비리에 집중했다면 이 영화는 70년대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 현대사 다룬 영화, 흥행 성공률도 높다?

과거 수많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 강점기로 한정됐으나 요즘은 관객들의 공감대를 더 이끌어내기 위해 최근 사건까지 조명하는 추세다. 한 영화 관계자는 “다양한 이야기를 향한 관객들의 갈증이 역사물의 외연을 넓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사를 다룬 작품들의 흥행 타율이 높다는 점 역시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지난 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트린 ‘택시운전사’를 시작으로 올해 여름 개봉한 ‘공작’ 역시 5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각각 1980년대 5.18광주 민주화 운동, 1990년대 초기를 다룬 영화다. 또 다른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역사를 담아내는 이야기가 지닌 힘을 무시할 수 없다”며 “해당 시기를 겪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는 데 성공하고 입소문이 나면 더욱 폭넓은 층의 관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사진=해당 영화 스틸 및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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