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감사·사죄·근황·변명 등 '필터링' 가능…얼굴 안내밀고 진심 전달 도구로
▲ 김현중이 12일 군입대를 하기에 앞서 미안함과 고마움을 적은 손편지를 팬들에게 남겼다. 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글에는 말보다 훨씬 많은 진심이 담겨있다.

한류스타 김현중은 12일 군입대 전 그간 입을 열 수 없었던 속내를 자필로 작성한 편지(13일 본지 단독보도)를 통해 전달했다. 전 여친과의 폭행 임신 등 구설수와 촉박했던 군입대 시기 등으로 팬들과 접촉하기 어려웠던 만큼 편지지 두 장에 걸쳐 사죄와 감사의 마음을 빼곡하게 적었다. 당사자가 직접 털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현중은 ‘그간 죄송한 마음이 너무 컸다. 공인이기 때문에 속내를 다 털어놓을 수 없어 숨죽여야 했고, 좀 더 사려 깊고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자책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썼다.

스타들이 손편지를 통해 속내를 전달하고 있다. 손편지는 팬들에게 솔직함을 전할 때 선택하는 창구다. 무엇보다 말과 달리 사소한 것까지 거를 수 있는 ‘필터링(filtering)’이 가능해 안전한 선택이 된다. 또 대중이나 언론과 마주해야 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말보다 오래 실효성이 유지된다. 물의를 일으킨 스타라면 얼굴을 내보이지 않고 진심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도구로 선호하고 있다.

김현중 뿐 아니라 뮤지컬스타 조승우도 편지로 사과했다. 조승우는 팬클럽 활동과 관련한 차별 논란이 불거지자 자필편지를 통해 ‘상처 받으셨다면 죄송하다… 한 명을 지목해 말한 게 아니었음에 오해 없으셨으면 좋겠다’고 썼다.

할리우드 배우 이병헌은 편지로 소통하는 대표 케이스다. 동료배우 이민정과의 결혼 때도, 50억원 협박 사건 당시에도 손편지를 공개했다. 지난해 9월 불거진 협박 사건 때 ‘이번 일로 인해 여러분들이 느끼셨을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걸 알기에, 저 역시 머리도 마음도 그 역할을 못할 만큼 그저 숨만 쉬며 지내고 있습니다’고 송구스러워 했다. 이와 관련 평론가 허지웅은 JTBC ‘썰전’ 방송에서 “잘못된 대처였고 잘못된 위기관리였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효리는 해고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환기시키려 손편지를 부쳤다. 이효리는 지난해 2월 쌍용자동차 사태로 47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들을 돕기 위해 자필편지를 작성했다. 이효리의 편지는 손해배상ㆍ가압류를 당한 노동자와 가족을 도우려 1인당 4만7,000원씩 모금하는 노란봉투 캠페인에 동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 이효리가 쓴 쌍용차 노조원 돕기 편지

그룹 티아라는 화영의 퇴출 논란 때, 강지영은 카라 탈퇴 때 팬들을 수신인으로 한 손편지를 쓰기도 했다.

스타들이 근황을 전할 때 편지라는 도구는 더없이 고전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결혼과 같은 경사를 전할 때 가장 반기는 방법이다. 고소영은 2010년 5월 2일 장동건과의 결혼식을 마친 뒤 곧바로 손편지로 팬들에게 인사해 화제를 모았다.

지성-이보영 커플도 2013년 결혼 날짜를 잡자마자 각자의 팬카페에 또박또박 눌러쓴 손편지를 올렸다. 당시 이보영은 ‘저 9월 27일에 결혼해요. 아직 혜성이와 수하의 여운에 빠져계신 분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정말 미안하지만 저도 준비할 시간이 빠듯해서 부득이하게 지금 알려드려요’라고 결혼 소식을 전했다.

김승우는 2005년 5월 25일 김남주와의 결혼식 직전 언론사에 일일이 자필 편지를 돌리기도 했었다. 박광현 역시 편지지에 결혼을 앞둔 심경을 적은 뒤 사진을 찍어 SNS에 게재했다. /이현아기자 lalala@sporbiz.co.kr·심재걸기자 shim@sporbiz.co.kr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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