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미·중 정상의 만남이 눈앞에 다가왔다. 이번주 글로벌 증시는 이들의 무역협상 전망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 차가 확연한 만큼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코스피 예상밴드는 2030~2120이다. 지난 23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1.7% 내린 2057.48에 장을 마쳤다.

◆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 높이는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들은 둘째날 밤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양국의 고위급 관료들은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시 주석과의 회동이 가까워질수록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나는 그 누구보다 세부사항을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매우 준비가 잘 돼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관세 때문에 합의를 이루기를 몹시 바라고 있다”며 “우리는 합의를 할 수 있다면 할 것”고 덧붙였다. 중국 역시 앞서 미국 측에 타협안을 제출하는 등 강경 정책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이번 만남에서 무역협상의 진전이 있을 경우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6월 이후 미·중 무역분쟁이 글로벌 증시의 가장 큰 불안 요소였던 만큼 무역협상의 진전은 불확실성의 완화로 해석될 수 있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시장에는 기존 미·중 간 관세 부과의 영향이 반영돼있다”며 “미·중 정상회담에서 추가적인 관세 부과가 결정되지 않는 이상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미·중 무역분쟁 단기간에 끝날 수는 없어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단 시간 내에 미·중 무역분쟁이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측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이상 양국의 입장 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중국 측의 타협안에 대해 “중요한 4~5가지 항목이 빠져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미국 무역정책의 ‘키맨’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또한 지난 2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국이 기술이전·지적재산권·혁신 등과 관련된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관행을 지속하고 있다”며 “시장을 왜곡하는 무역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1일 정상회담 전까지 무역분쟁 완화 기대감과 실무진들의 강경 발언 등 무역협상을 둘러싼 엇갈린 뉴스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기술과 미·중 간의 이견을 감안했을 때 과도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예상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對中) 추가 관세 인상과 관세 부과 범위 확대에 대한 우려가 근본적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며 “중국에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한 미국 측의 공세는 이번 정상회담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회담이 끝난 후 협상 기간 동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휴지기에 돌입할 전망”이라며 “이는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신흥국 증시에 숨 고르는 여지를 주는 정도다”라고 덧붙였다.

◆ 미국 경기 둔화 감지…美 기준금리 인상 속도 늦춰지나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면 국내 증시에서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들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표에 연동하는 연준의 금리인상 경로는 하향 조절될 가능성이 높다”며 “세계 경기 둔화와 더불어 재정정책 효과 약화, 마진 축소 압력 등 미국 경기 하강 위험이 커지면서 연준의 금리인상 경로에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이번주 예정된 연준 위원들의 연설이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먼저 오는 27일(현지시간)에는 리처드 클라디아 연준 부의장과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28일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설할 예정이다. 이어 29일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와 함께 내년 FOMC 투표권을 갖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가 연설이 예정돼있다. 

이 연구원은 “지난주 파월 의장과 클라디아 부의장의 발언이 ‘비둘기파’로 해석되면서 시장에서 반영하는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며 “연준 위원들의 완화적 발언이 지속되면 미·중 무역분쟁으로 변동성이 컸던 아시아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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