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가상화폐 헤지펀드 올해 들어 35개 ‘폐쇄’
채굴시장 떠나는 기업 속출…곳곳에 ‘파산?폐업’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시가총액 1위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2만달러 턱밑까지 치솟으며 전세계에 가상화폐 열풍을 불러 일으킨 비트코인은 1년만에 5분의 1 수준인 4000달러 밑으로 폭락했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흔들리며 가상화폐 관련 산업과 투자자들까지 줄줄이 위기에 처했다. ‘가상화폐 광풍’ 그 후 1년이 지난 오늘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비트코인 가격이 4000달러 밑으로 폭락하면서 가상화폐 관련 산업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는 올 초부터 이달까지 30여개가 문을 닫았고 비트코인 채굴기업들 역시 줄줄이 파산을 선언했다. 업계는 가상화폐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경우 관련 관련된 산업의 위기가 더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락하는 비트코인, 출구는 없나 시가총액 1위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휘청이며 가상화폐 관련 산업과 투자자들이 줄줄이 위기에 처했다. 지난 주말 비트코인 가격은 3500달러선마저 무너지며 14개월만에 가장 낮은 가격까지 떨어졌다./사진=pxhere

◆ 가상화폐 펀드, 올해 들어 35개 ‘증발’

26일(현지시간) 가상화폐 전문 리서치업체 크립토펀드리서치(Crypto Fund Research)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가상화폐 관련 펀드 35개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는 크립토펀드리서치가 분석하는 633개 펀드의 5%에 해당하는 규모다.

분석에 따르면 가상화폐 관련 펀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던 지난해 7월 22개가 생겨난 데 이어 8월(23개), 9월(19개), 10월(23개), 11월(26개), 12월(16개)까지 매월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가상화폐 가격이 정점을 찍은 올 1월에는 한 달 동안만 44개의 펀드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가상화폐 시장이 기나긴 침체기에 빠지며 펀드 생성 수도 크게 줄었다. 올 2월 생선된 가상화폐 관련 펀드는 20개로 전월대비 반토막났고 4월(20개) 이후 5월(13개), 6월(10개), 7월(8개)까지 매월 큰 폭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세가 계속돼 이제는 시장을 뜨는 펀드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시 나이즈다(Josh Gnaizda) 크립토펀드리서치 최고경영자(CEO)는 “업계에서 관련 펀드들이 문을 닫는 것을 계속해서 목격하고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정점을 찍은 2017년말과 2018년초에 생긴 펀드들의 경우 수익 악화가 예상된다. 추후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문을 닫는 가상화폐 펀드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모건 크릭 디지털의 앤서니 폼플리아노 설립자이자 매니징 파트너는 올해 펀드가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사실은 펀드 폐쇄가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을 때 왜 더 많은 펀드 매니저들이 펀드 폐쇄를 서두르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며 “헤지펀드의 하이워터마크제도(헤지펀드에서 고객보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적용하는 계약조항)을 고려하면 펀드 폐쇄 속도는 지금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가상화폐 채굴기업도 줄줄이 ‘파산’

가상화폐 시장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채굴시장에도 불똥이 튀었다. 현재 비트코인 채굴원가는 5000~6000달러 수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원가를 한참 밑돌고 있다. 채굴을 하면 할수록 기업이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채굴기업의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의 ‘빅5’ 가상화폐 채굴업체 중 하나인 기가와트(GigaWatt)가 채굴 채산성 악화 등으로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기가와트는 연방파산법 제11조에 의한 파산보호(챕터11)를 워싱턴 동부 파산법원에 신청하고 “만기 도래하는 부채를 상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가와트의 보유 자산은 0~5만달러 수준인데 반해 부채는 1000만~5000만달러에 이르고 상거래 채무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가와트는 지난 2012년 마이크로소프트(MS)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 데이브 칼슨이 창업한 메가빅파워를 모태로 지난해 7월 ICO(가상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기가와트는 투자자들로부터 2200만달러(약 248억원)를 조달했으나 18개월만에 파산보호를 신청해 투자자 피해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홍콩의 채굴 플랫폼업체 수안리투(Suanlitou) 역시 홈페이지 공지문을 통해 “이달 들어 열흘간 전기요금도 내지 못 했다”며 사과문과 함께 폐업을 선언했다. 수익성 악화로 중국 내 채굴기업 2만여 곳이 현재까지 문을 닫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상화폐 채굴에 필요한 그래픽카드 제조업체 엔비디아(NVIDIA)의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8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채굴 붐은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올해 가상화폐 관련 예상 수익이 100만달러였으나 실제 수익은 18만달러에 그쳤다”며 “과거 가상화폐 부문은 큰 의미가 있는 분야였지만 앞으로는 아무 기대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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