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최장 8년간 주택 재임대, 정부 임시방편에 불과”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본격적인 분양전환이 다가오면서 정부와 입주자간 분양전환 방식에 대한 의견차가 커진 가운데, 정부의 임대기간 연장 카드가 어느정도 실효성을 거둘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26일 부동산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에 대한 지원 대책을 연내 발표한다. 임차인이 비싼 분양가를 감당할 수 없어 우선 분양을 포기할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해당 주택을 건설사로부터 대신 매입해 거주중인 임차인에게 다시 임대해주는 임대기간 연장방안이나 분양 전환을 받는 임차인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해 20년 쪽방살이에서 벗어나 이전한 입주민을 만나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입주자 줄다리기 계속

10년 공공임대주택은 LH 또는 민간건설사가 정부의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공공택지에 건설한 임대주택이다. 임대료는 시세의 65% 이하로 저렴하다. 최장 10년 간 장기 거주가 가능하다.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3년 이 제도가 도입됐다.

최근 판교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 시기가 다음 달로 도래하면서 분양전환 가격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천정부지로 뛰어버린 집값 때문이다. 현재 10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할 때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 새 판교 등 수도권 인기지역의 집값이 급등했다. 이에 성남 판교 등지 입주자들은 10년간 집값이 계약 당시와 비교해 분양가가 7억~8억원 이상 올라 감당하기 어렵다며 분양가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주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주목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통해 “공공임대주택은 10년 후 분양 전환으로 완전한 내 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 방식 개선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집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경기도의회도 입주자들 편에 섰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23일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 가격 산정 기준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달라는 결의문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경기도의회는 “정부는 10년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활성화하기 위해 임대사업자에게 공공택지와 주택도시기금 등의 각종 특혜를 주고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사업자가 임차인을 상대로 적정이윤을 초과해 부당한 수익을 획책하는 분양전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청와대나 국토부는 이미 계약이 끝난 사안이고, 특정 민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시정연설이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 방식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고, 주거복지 정책 전반에 대한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토부, 내달 지원대책서 임대기간 추가 연장 방안 추진

국토부는 내달 발표하는 지원대책에서 임차인이 분양가가 높아 분양전환을 포기하는 경우 임대기간을 추가로 연장해주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건설사의 임대기간 연장이 어려운 경우 LH가 건설사로부터 해당 주택을 대신 매입한 뒤, 분양전환을 포기한 임차인에게 최장 9년간 해당 주택을 재임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LH가 수행 중인 매입임대사업처럼 주택도시기금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한 뒤 분양전환을 받지 못한 임차인에게 임대를 놓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와 별개로 다음달 정부안을 담은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과 관련한 공공주택 특별법 등 개정안 등을 발의한다는 계획이어서 이르면 연내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주거복지로드맵에서 밝힌 대로 사업주체가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 가격을 결정할 때 의무적으로 임차인과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을 예정이다.

익명을 요청한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10년 공공임대주택 문제는 한쪽만 보고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며 “분양가 산정 기준을 바꾸는 것은 자칫 판교 등 특정 지역에만 특혜를 제공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LH에 따르면 판교신도시내에 공급된 10년 공공임대는 1만1000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임대기간 연장이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영곤 강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가격이라는 것이 언제 어떻게 무슨 요인으로 오르내릴지 모르는데, 애초에 분양을 전제로 임대주택을 공급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를 안고 시작한 것”이라며 “최장 8년간 주택을 재임대한다는 것 역시 지금 나오는 문제점들을 잠재우기 위한 정부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임대주택에 살면서 여력을 축적해 집을 사도록 한다는 취지는 이상적이나 분양을 뒤로 미뤄놓는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장 9년간 재임대하는 방안에 더해 소멸된 청약을 살려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10년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대기 중인 한 신혼부부라는 A씨는 “(10년 공공임대주택) 당첨 이후 10년 공공임대 분양과정상 감정평가액에 준하는 금액으로 분양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실제로는 시세의 95% 수준에서 분양되는 현실을 알았다”면서 “분양전환을 포기한 임차인에게 최장 8년간 해당 주택을 재임대하는 방안도 정부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겠지만 소멸된 청약이라도 살려달라”고 밝혔다.

그는 “10년 뒤에도 서민들이 감내할 수준의 금액으로 확정적으로 분양을 약속하지 못하는 것을 상황을 정부 측에서도 인정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소멸한 청약의 기회를 살려달라”고 읍소하며 “10년 뒤 분양을 받겠다는 분들에 한해서 10년 뒤에 청약을 소멸시키는 것이 형평에 맞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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