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LPGA 전설' 소렌스탐 떠올리게 한 태극낭자들의 프로의식
[현장에서] 'LPGA 전설' 소렌스탐 떠올리게 한 태극낭자들의 프로의식
  • 경주=박종민 기자
  • 승인 2018.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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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LPGA의 박성현(앞 왼쪽)과 박인비가 미소를 짓고 있다. /KLPGA 페이스북
팀 LPGA의 박성현(앞 왼쪽)과 박인비(앞 오른쪽)가 미소를 짓고 있다. /KLPGA 페이스북

[한국스포츠경제=박종민 기자] # 지난 23일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의 대회 장소인 경북 경주시 블루원 디아너스 컨트리클럽 10번홀(파4). 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의 전인지(24)는 챙겨온 간식인 배를 동료인 다니엘 강(26ㆍ미국)과 그의 캐디, 후배 이소영(21) 등에게 나눠줬다. 전인지는 이날 이소영과 상대팀으로 만났지만, 후배에게 먹을 거리를 나눠주며 특유의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 같은 날 클럽하우스 입구에는 100여명의 갤러리들이 진을 쳤다. 경기 후 스코어카드를 적으러 오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서다. 대회장의 기온은 영상 5도를 오르내렸다. 칼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에 가까웠다. ‘골프여제’ 박인비(30)는 한 팬이 삼엄한 경계를 뚫고 클럽하우스 입구까지 따라 들어오려 하자,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돌아가 사인을 해줬다. 쌀쌀한 날 자신을 보러 온 팬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였다.

◇승부의 세계 뒤에 존재한 ‘배려와 예의’

스포츠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다. 이번 대회에서도 승부는 치열하게 전개됐다. 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인과 한국계 선수로 구성된 '팀 LPGA'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정상급 선수가 출전한 '팀 KLPGA'에 승점 합계 13-11로 승리했다.

그러나 양 팀 선수들은 ‘신사 스포츠’인 골프 선수로서 본연의 자세도 잊지 않았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대회장 곳곳에선 훈훈한 광경들이 연출됐다. 첫날 포볼(두 선수가 각각의 공으로 플레이하고 좋은 스코어를 채택) 경기 후 미디어센터를 찾은 팀 LPGA 박성현(25)에게 ‘KLPGA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1위(259.175야드) 김아림(23)의 장타 실력을 본 느낌이 어떻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소문대로 굉장히 장타자다. 바람도 안타고 멀리 치더라”면서 “이제 내가 비거리 얘기 할 때는 지난 것 같다”고 자신을 낮췄다. 후배 김아림은 “언니와 플레이 해서 정말 좋았다. 꿈꾸던 경기여서 행복했다”고 예우했다.

◇’프로의식’ 투철했던 소렌스탐 연상

LPGA에서 메이저대회 10승을 포함, 통산 72승(역대 3위)을 거뒀으며 전성기 때는 5년 동안 무려 43승을 기록한 ‘전설’ 애니카 소렌스탐(48ㆍ스웨덴)은 실력 외에도 자기 관리와 골프, 동료, 팬들을 대하는 자세 등에서 모두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줬다.

‘미녀 골퍼’ 안신애(28)는 과거 본지와 인터뷰에서 “골프를 대하는 자세나 노력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실력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여러 면에서 본받고 싶다”고 소렌스탐에게 경의를 표했다. 김효주(23) 역시 소렌스탐을 우상으로 꼽으며 “골프도 인생도 프로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효주는 2014년 LPGA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 후 롤렉스 아니카 어워드 시상을 위해 대회장을 찾은 소렌스탐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소렌스탐이 은퇴할 때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3ㆍ미국)는 직접 전화를 걸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자 골퍼였다. 이제 다시는 경기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실력? 인기? ‘존경 받는’ 태극낭자 기대

한국여자골프는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미국과 함께 최다승인 9승을 합작했다. 한국여자골프는 최근 4년 연속 LPGA 투어 최다승 국가가 됐다. 골프는 개인 종목으로 분류되지만, 이들 한국여자골퍼들은 골프로 국위선양을 한다는 의미에서 ‘태극낭자’라 불리기도 한다. 태극낭자들을 보기 위해 이번 대회장엔 많은 갤러리들이 모였다. 대회 홍보대행을 맡은 브라보앤뉴의 한 관계자는 “첫날에는 2000여 명, 둘째 날에는 4000여 명의 갤러리들이 입장했다.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는 수치다”라고 귀띔했다. 한국여자골프의 인기는 갈수록 세를 확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여자골퍼들이 단순히 뛰어난 골프 선수이거나 인기 있는 골프 선수가 아닌 세계 팬들에게 ‘존경 받는’ 골프 선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작은 희망을 이번 대회장에서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