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TV 채널의 유튜브 진출, 골목상권 침해일까
[이슈+] TV 채널의 유튜브 진출, 골목상권 침해일까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8.11.27 07:35
  • 수정 2018-11-26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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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TC가 보유한 여러 유튜브 채널들.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정보를 찾을 때 뉴스나 블로그를 들여다 보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현재 10대들이 정보를 찾고 여가 생활을 즐기는 첫 번째 수단은 유튜브다. 전 세계에서 약 18억 명이 이용하는 메가 콘텐츠 플랫폼인 유튜브. 이 시장이 막강하게 성장하며 국내 거대 TV 채널들도 너나없이 유튜브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영민한 변화라며 반기는 반응이 있는 한편 한쪽에서는 골목상권을 침해한 대기업과 같다는 비판 의견도 나오고 있다. TV 채널들의 유튜브 진출은 어떤 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을까.

■ 식상한 소재와 포맷, 유튜브의 특성 알아야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은 식상한 소재와 포맷이다. 최근 몇 년 간 TV 채널들은 인기 프로그램의 일부를 자른 클립 영상을 네이버 TV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해왔다. 하이라이트를 무료로 보여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이를 본방사수까지 연결 짓겠다는 의도였다. 문제는 이런 식상한 방법을 유튜브에도 그대로 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에는 ‘마녀사냥 FULL’, ‘레전드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처럼 과거 인기를 끌었던 영상들을 유튜브에 통으로 올리는 사례까지 늘고 있다. 자신들에게 저작권이 있는 영상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무료로 공개하는 건 당연히 문제가 없다. 다만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도 기존의 콘텐츠를 활용하는 낡은 방법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게으르다는 지적이다.

대도서관-윰댕 부부나 인기 키즈 콘텐츠 크리에이터 헤이지니, 축구 관련 콘텐츠로 인기를 끈 감스트처럼 1인 미디어계 유명 인사를 기존 TV의 문법을 그대로 탑재한 프로그램에 캐스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열거한 크리에이터들은 기존 매스 미디어들과 다른 내용, 스타일의 방송으로 팬덤을 거느리게 된 인물들이다. 이들 콘텐츠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기존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기만 하는 건 시청자 입장에서 새로울 수 없다. MBC 축구 디지털 해설위원으로 발탁돼 ‘자질 논란’을 빚은 감스트의 사례는 1인 크리에이터들에 대한 TV 채널들의 이해 부족을 확인시켜준다.

'랜선라이프'에 출연하고 있는 유명 1인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왼쪽), 윰댕 부부.

■ 콘텐츠 베끼기, 손 안 대고 코푸는 방송사들

유튜브 등을 통해 방송을 하는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자신들이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해 자신의 채널에 업로드한다. 대부분 출연자가 채널을 직접 운영하고, 대도서관처럼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크리에이터들의 크루도 10명 남짓이다.

짧게는 25년 남짓부터 길게는 60년 이상까지의 역사를 가진 지상파 채널은 수많은 직원을 보유한 회사다. 이들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능력은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한참 능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크리에이터들의 무기는 ‘창의성’과 ‘아이디어’ 뿐이다. 단지 먹는 것을 중계할 뿐인 ‘먹방’부터 아침에 일어나 외출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겟 레디 위드 미’, 일상을 영상으로 담아 일기처럼 기록하는 ‘브이로그’ 등의 영상은 어떤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해 현재는 유튜브에서 보편화된 포맷들이다. 인기 뷰티 크리에이터 회사원의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시리즈나 먹방 크리에이터 밴쯔의 ‘고작 한 개’ 시리즈처럼 크리에이터마다 고유한 색이 묻어나는 콘텐츠들도 있다.

거대한 자본력과 인력을 가진 지상파 채널들은 이런 콘텐츠들을 쉽고 빠르게 패러디하거나 따라 만들 수 있다. 유튜브는 ‘겟 레디 위드 미’, ‘엽떡 먹방’, ‘K팝 리액션’, ‘인기가요 샌드위치’ 등과 같은 특정 키워드의 영상이 인기를 끌면, 이를 활용한 영상들이 우후죽순 생성되며 트렌드를 만든다. 즉 얼마나 빠르게 트렌드를 캐치하고 이를 자신만의 스타일을 살린 영상으로 재미있게 편집해 내보내는가가 해당 영상, 나아가서는 그 채널 전체의 생존력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타 방송사의 포맷을 그대로 따오면 곧바로 문제가 되는 TV와 달리 인기 포맷을 팔로우하는 게 문제 되지 않는 유튜브의 특성상 지상파는 이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 이미 영상을 제작할 장비와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므로 인기 영상이 어떤 것인지만 잘 확인하면 자신들의 콘텐츠를 비교적 쉽게 붐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인기 시트콤 영상 유튜브로 공개하고 있는 SBS.

■ 골목상권 침해 우려되지만 1인 미디어 무너지지 않을 것

유튜브 등 SNS 마케팅 관련 한 전문가는 “수많은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막대한 양의 콘텐츠가 부유하는 유튜브 세계에서 빠르게 질 좋은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TV 채널들이 우월한 위치를 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지상파 채널은 수익 창출뿐 아니라 공익을 위해서도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양심적인 운영을 하는 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전문가는 1인 미디어의 시장이 지상파 채널들의 공세에 그리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거라 내다봤다. 돈과 인력으로 따라갈 수 없는 ‘1인 미디어만의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JTBC가 설립한 룰루랄라 스튜디오의 인기 웹 예능 프로그램 ‘와썹맨’을 예로 들며 “이 프로그램의 경우 박준형이라는 개성이 뚜렷한 출연자와 웹 콘텐츠들이 가지고 있는 B급 감성을 잘 버무려 단시간에 큰 인기를 모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기존 TV 채널이 웹에 맞는 문법을 잘 찾아낸 사례”라면서도 “‘와썹맨’은 B급의 감성을 넣은 A급 콘텐츠이지 절대 B급이 아니다. 한 영상 제작에 소요된 카메라의 수, 편집에 들인 공은 기존 TV 프로그램의 수준과 비슷하다. 즉 TV 채널들은 1인 미디어의 감성을 흉내낼 순 있을지라도 완벽한 1인 미디어는 될 수 없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존의 매스 미디어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싫증을 느껴 1인 미디어를 찾은 이들은 여전히 날것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으며, 이들은 진짜와 가짜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JTBCentertainment 유튜브 화면 캡처, JTBC 제공, 유튜브 SBS 시트콤 관련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