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동빈 회장 경영복귀 후 지배구조 개선 박차…금산분리 끝은 롯데캐피탈
롯데케미칼 추가 지분인수 및 호텔롯데 상장 등에 업계 관심
롯데그룹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27일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결정했다. 남은 금융계열사인 롯데캐피탈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 후 매각을 확정지을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소희 기자]롯데그룹이 ‘뉴 롯데(New Lotte)’로 상징되는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기 위한 계열사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복귀 후 롯데케미칼을 지주회사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이번에는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결정했다.

롯데지주는 27일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롯데는 매각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선정하고 매각절차에 돌입했다. 롯데는 매각주관사와 향후 일정 및 방향 등을 협의·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융 지주회사 외 일반 지주회사라면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설립된 지 2년 내에 금융·보험업 등 금융 관련 계열사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해 10월 경영투명성 확보와 주주가치 제고는 물론 일본 롯데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롯데지주를 설립했다.

◆ 롯데카드, 롯데손보 인수 후보는

롯데는 “201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지배구조 개편 및 선진화를 이루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며 “특히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한 끝에 그룹 내 금융계열사 중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회사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더 큰 성장과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최적의 인수자를 신중하게 검토해 선정할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롯데와 전략적 방향을 같이 하면서 롯데 임직원들을 보호하고 존중해 줄 인수자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 등 최고경영진은 장고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가 지분 93.7%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카드의 경우 롯데물산과 호텔롯데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나왔으나 롯데물산과 호텔롯데를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으로 결국 매각수순을 밟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카드는 최근 카드 업황이 좋지 않아 예전만큼의 몸값은 아니겠지만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유통 관련 회원수가 적지 않아 기존 카드사들이 인수할 경우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아무래도 자금사정이 풍부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으면서 카드사업이 부진한 우리카드나 신한카드와 1등을 놓고 경쟁 중인 국민카드가 관심을 갖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롯데손보 역시 손해보험시장 점유율이 3%에 불과해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다. 매출의 상당부분을 롯데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손해보험쪽이 약하거나 전무한 우리금융이나 하나금융에서 이 분야를 키우겠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얼마든지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김현수 롯데손보 대표는 이날 임직원들에 보낸 글에서 "현재 외부 매각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나, 매우 초기"라고 말했다.

롯데지주의 주요 계열사(자회사) 지분율/그래픽=이석인기자

◆ 롯데, 케미칼 지배력 강화에 힘 쏟을 듯

양 사에 대한 매각이 마무리되면  롯데는 금산분리 원칙 준수를 위한 9부 능선을 넘는다. 롯데캐피탈(롯데지주가 지분 38.1% 보유)에 대한 구체적인 매각 방안이 나오면 모든 임무를 완수하게 되는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캐피탈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롯데는 지난달 10일 롯데케미칼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신 회장이 같은 달 6일 출소 후 8일부터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첫 번째 행보였다.

롯데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으로부터 롯데케미칼 보유지분을 각각 410만주와 386만주 등 총 796만여주를 2조2274억원에 매입했다. 롯데지주의 롯데케미칼 지분은 23.24%로 늘어났다.

롯데지주 자회사가 된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계 기초 화학물질 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특히 롯데그룹 계열사 가운데 최대 ‘캐시카우(cash cow; 수익창출원)’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신 회장이 주도적으로 키운 사업(계열사)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롯데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매각 대금을 롯데케미칼 지분 인수 차입금 해결에 사용하거나 롯데케미칼 지분 추가 인수에 사용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롯데지주에 지분을 매각한 후에도 롯데물산의 롯데케미칼 지분이 여전히 20.00%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 중 핵심인 롯데케미칼의 지분을 추가 인수해 롯데케미칼에 대한 롯데지주의 지배력을 더욱 키울 것으로 조심스레 예상한다”고 전했다.

한편, 업계는 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의 마지막 단추인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 회장이 2016년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다툼 끝에 경영권을 손에 거머쥐면서 호텔롯데 상장을 목표로 내세운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업계는 신 회장의 경영복귀 후 지배구조 개선을 비롯해 호텔롯데 상장 및 롯데지주와의 합병 등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달 6일 출소한 이후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가 붙고 있다. 롯데지주가 지난달 10일 지분 인수를 통한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편입에 이어 롯데카드 및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진행한다. 여기에 호텔롯데 상장까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사진=연합뉴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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