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개발부터 판매까지 '직접'…사측 "미국 법인에 마케팅 조직 구성 중"
SK바이오팜 연구원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간질)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미국 시장에 직접 판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을 기술수출하지 않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판매 허가 신청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 SK바이오팜 측은 “회사는 미국 시장에 세노바메이트를 직접 판매할 계획”이라며 “SK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에 판매를 위한 마케팅 조직을 구성 중”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6일 FDA에 신약 판매 허가 신청(NDA)를 제출했다고 밝히며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두 전담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바 있다.

◆세노바메이트에 남은 과제 'SK바이오팜 영업력'

1993년부터 신약 개발 사업에 뛰어든 SK바이오팜은 최태원 회장의 의지에 따라 투자를 지속해왔다. 지난해에는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씨가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에 입사하며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임을 암시했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를 필두로 글로벌 종합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연구와 임상은 물론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 단계를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진출 막바지 단계에 이른 세노바메이트의 시장성도 나쁘지 않다.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 데이터(Global Data)에 따르면 전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22년까지 69억 달러(한화 약 7조원) 규모로 2018년 대비 12%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 규모는 약 48억 달러(약 5조4000억원) 수준이다.

세노바메이트의 최대 라이벌로 언급되는 벨기에 UCB사의 ‘빔팻’은 출시 이후 빠른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지난해 약 1조1000억원의 매출을 냈다. 세노바메이트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결과 발작 빈도 감소 등 빔팻보다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출시 문 앞까지 단숨에 달려온 세노바메이트에 남은 과제는 신약 개발 제약사로 첫번째 굵직한 성과를 낸 SK바이오팜이 미국 현지에서 영업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다.

◆SK바이오팜, 직접 판매 의지 강조…"마케팅 조직 구축 중"

SK바이오팜이 출사표를 던진 미국은 사보험 제도에 따라 의약품이 공급된다. 이 때문에 환자는 처방받은 약에 대한 보험금을 받으려면 가입한 보험사에 해당 약이 등재돼 있어야 한다. 보험사는 처방약 리스트에 약품을 우선순위로 등재해주는 대가로 제약사에 리베이트도 합법적으로 받는다. 리베이트가 불법인 한국과 시장 특성이 완전히 다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는 현지에 알려져 있지 않아 신뢰를 얻기 힘들고, 삼성바이오에피스 같은 인지도가 있는 대기업 계열 회사도 유통망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며 "셀트리온도 파트너사를 통해 자사 제품을 공급 중"이라고 미국 시장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후보 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전략을 쓴다. 기술수출은 임상 단계에 있는 의약품 기술에 대한 권리를 글로벌 제약사에 넘긴 후 계약금과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 것을 말한다. 신약을 완성해 직접 수출한다고 해도 영업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매출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신약 개발 실패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파트너 업체와 수익을 나눠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유통망만 확보된다면 SK바이오팜은 기술수출 방식으로 의약품을 수출하는 다른 제약사보다 월등히 높은 매출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통사를 끼지 않고 직접 판매에 나서는 시도는 SK바이오팜이 처음이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SK가 바이오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만큼 이번 도전에 대한 성과가 나오기를 업계에서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출시가 예상되는 2020년까지 판매 및 마케팅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출시 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전략을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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