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구광모 회장, 주력 계열사에 1등 DNA 이식하나
전장·로봇·자율주행 미래 먹거리로 낙점
권봉석 사장, 가전·스마트폰 수장 겸임…우려의 목소리도
구광모 LG그룹 회장. /LG

[한스경제=변동진·허지은 기자] 외부수혈, 적자 개선, 4차산업.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후 단행한 첫번째 정기 임원 인사의 핵심 키워드다. 대대적 변화를 통해 ‘New(뉴) LG’의 미래를 대비하고, 주력 계열사에 ‘1등 DNA’를 이식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LG그룹은 28일 이사회를 열고 ㈜LG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에 대한 2019년도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지난 9일 LG화학 수장에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영입한데 이어 IT·통신 전문가인 홍범식 베인앤컴퍼니 코리아 대표를 지주회사 경영전략팀장 사장으로 발탁한 게 우선 눈에 띈다.

관심이 쏠린 전문경영인 부회장 6명 중 이미 교체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을 제외한 5명의 부회장은 유임이 확정됐다. 

LG그룹 전문경영 부회장단.

◆부회장 5방인 연임 확정…확실한 외부수혈로 ‘순혈주의’ 타파

가장 주목할 점은 외부인을 대거 수혈했다는 것이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부회장 맞바꾸기’ 등 파격 행보를 보이며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그룹의 모태인 LG화학 수장을 신학철 미국 3M 수석부회장 교체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영입한 홍범식 ㈜LG 사장은 베인앤컴퍼니 코리아에서 다양한 산업분야의 포트폴리오 전략과 성장전략을 설정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필요한 기업의 혁신 전략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향후 주요 계열사 4차 산업을 진두지휘할 것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1968년생으로 올해 만 50세인 홍 사장이 그룹의 경영전략 컨트롤 타워가 되면서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홍 사장과 함께 ㈜LG에 합류한 김형남 부사장(자동차부품팀장)과 김이경 상무(인사팀 인재육성담당)도 외부영입 케이스다. 이중 김 부사장은 르노자동차를 거쳐 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을 역임한 인물로 구매와 연구개발 분야에서 상당한 경험과 식견을 갖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김 부사장을 아는 재계 관계자는 "자동차부품 전반에 관해 뛰어난 역량을 갖고 있어 LG의 미래 성장사업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홍범식 ㈜LG 사장, 김형남 자동차부품팀장(부사장), 김이경 인사팀 인재육성담당(상무). /LG그룹

◆‘적자’ 스마트폰 수장 교체…권봉석 식 1등 DNA 심나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수장(MC사업본부장)을 교체한 것도 눈에 띈다. 구원투수로는 권봉석 HE사업본부장(사장)이 낙점됐다. 수익성 개선은 물론, 가전 사업이 갖고 있는 1등 DNA를 이식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LG전자는 MC사업본부는 1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사실상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누적 손해액만 2조6000억원을 넘는다. 업계에선 이같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단기책 마련에 급급해 온 경영 방침을 꼽는다. 매번 신제품 출시 때마다 ▲선택과 집중 ▲기본기 강조 ▲절치부심 등 그럴싸한 용어를 남발해 왔지만 결과는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린 ‘참패’로 끝났다.

때문에 TV·냉장고 등 가전 담당 사장이 스마트폰 사업까지 겸임해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 LG전자 TV만 보더라도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IHS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해 4080만대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출시해 1위에 오르고, 내년에는 1.2% 늘어난 4130만대로 1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했다.

MC사업본부장을 맡던 황정환 부사장은 조성진 부회장 직속 조직인 융복합사업개발부문의 수장으로 이동한다. 사실상 문책성 인사로 봐야한다. 이곳에서는 인공지능(AI)과 IoT, 5G 등과 관련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권봉석(왼쪽) HE사업본부장 겸 MC사업본부장(사장)과 황정환 부사장. /연합뉴스

◆구광모, 미래 육성 사업 윤곽 드러내…전장·로봇·자율주행

미래를 대비한 인력 재비치도 눈에 띈다. 지난 5년간 VC사업본부를 이끌었던 이우종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대신 자동차 부품 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춘 김진용 부사장이 선임됐다. 명칭도 ‘VS사업본부’로 바꿨다. 이 변화는 김형남 한국타이어 부사장 영입과 맥이 닿아 있다. 구광모 회장이 전장사업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대목이기도 하다.

현재 LG전자뿐 아니라 LG이노텍,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신사업으로 전장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특히 LG전자는 1조원대의 투자를 통해 오스트리아 자동차 ‘ZKW’를 지난 4월 인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조성진 부회장 직속으로 ‘로봇사업센터’와 ‘자율주행사업 태스크’ 등도 새롭게 신설, 다각도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한다.

로봇사업센터는 여러 조직에 분산돼 있던 인력을 통합했다. 자율주행사업태스크는 중장기적인 투자와 역량개발에 집중하는데 자동차 산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윤용철 전무가 선임됐다.

또한 인공지능(AI)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 있는 연구조직을 통합해 ‘북미R&D센터’를 신설한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등을 맡고 있는 ‘클라우드센터’는 CTO 산하로 이관해 인공지능 관련 기술융합에 가속도를 낸다.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의 인사 코드는 안정보다 변화”라며 “외부인을 대거 영입해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 수장에 앉힌 것은 순혈주의 타파, 새로운 LG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사업포트폴리오 강화와 인재육성 등 지주회사의 역할을 강화한 것”이라며 “계열사의 사업과 사람에 대한 미래 준비 지원에 중점을 두고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한편, 경영진의 변화를 꾀하는 인사”라고 설명했다.

변동진·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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