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SK그룹 '포스트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의 격전지인 중국, 유럽, 미국에 생산거점을 확보한 것을 비롯해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와 공급 계약 그리고 전기차 핵심부품 사업까지 진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태원 회장은 향후 5조원이 넘는 거액의 투자 의향까지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그룹 내 '포스트 반도체'로 주목받으며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1.4조 받고 5.6조 더!"…SK, 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  

최 회장은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저녁 워싱턴 D.C.에 있는 SK하이닉스 지사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 참석해 미국 내 재계, 정·관계, 학계 등 현지 인사들을 대상으로 SK그룹의 미국 사업성과를 소개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에 16억달러(약 1조7953억·확정금액 1조1396억원, 추가 검토 금액 6557억원)를 투자하고 14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배터리 사업이 잘되면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 투자와 6000명 채용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게 SK그룹 측의 설명이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 확정 금액만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이어진 상황에서 최 회장이 추가 투자 의지를 보인 것이다. SK그룹 내에서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거는 기대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달 26일 이사회를 통해 미국 조지아 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연산 9.8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1조1396억원 투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커머스 시 일대 약 34만평 부지에 건설될 예정으로 2019년 초에 착공해 2022년부터 양산·공급할 계획이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한국, 중국, 유럽, 미국에 이르는 글로벌 4각 생산 체계를 완성하게 됐다.

그리고 하루 뒤 27일, 글로벌 투자형 지주회사 SK㈜는 전기차 배터리 필수부품 동박(Copper Foil) 사업 진출을 알렸다. 전기차에 쓰이는 2차전지(충전해서 반(半)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전지) 필수부품인 동박을 제조하는 중국 왓슨(Wason) 지분(약 2700억 원 규모)을 인수한다고 밝힌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달 14일에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인 폭스바겐그룹과 미국 및 유럽향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달 7일에는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에 리튬이온전지분리막·세라믹코팅분리막 생산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달 28일(현지시간) 저녁 워싱턴 D.C.의 SK하이닉스 지사에서 열린 'SK의 밤'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 전기차 배터리, 7년 10배·22년 50배 고성장 '블루오션'

이처럼 SK가 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은 이유는 그룹 내 '신성장 동력'이자 '포스트 반도체'로 점찍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향후 7년 동안 약 10배, 22년 뒤에는 약 50배가 넘는 고성장이 기대되는 '블루오션'과 같은 곳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110만대를 돌파했고, 2025년 1100만대, 2030년에는 3000만대 그리고 2040년에는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55% 수준인 약 6000만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40년에는 모든 신차 판매의 55%, 전세계 차량의 33%가 전기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주력사인 SK하이닉스가 그룹 실적에 큰 비중(영업이익 약 80%)을 차지하고 있지만, SK그룹뿐 아니라 재계 전반에 번지고 있는 '반도체 착시 효과'를 우려해 미래 먹거리 사업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보다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반도체 비중을 줄여야 하는 게 당면 과제인 상황에서 '포스트 반도체'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낙점한 것이다. 

SK그룹은 물론 SK이노베이션 관계자도 배터리 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제2반도체', '신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와 바이오 사업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회장님이(추가 투자 의향을 밝힌 만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에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 역시 "배터리 사업이 '제2의 반도체'라고 예단하긴 힘들지만, 그룹은 물론 회사 내에서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도 미국 공장 건설과 관련해 "글로벌 자동차 최대 격전지에서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둬 제2의 반도체로 평가받는 배터리사업에서 글로벌 톱 플레이어(Top Player)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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