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가맹사업은 수만명까지 달하는 가맹점주와 함께 구성
관련법과 행정 체계 역할이 중요
법령 문제 가맹사업 관계자들에게 지장 초래

[한스경제=박재형] 현행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의 허술한 법 체계로 인해 가맹본부·가맹점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신속하고 안전한 계약을 위한 규정은 엉성한 법 개정으로 효력을 잃었다. 명확하지 않은 법 조문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들의 영업지역을 침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또 프랜차이즈 계약을 하는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정보공개서’는 느슨한 행정체계로 갱신이 늦어져 가맹본사가 가맹희망자에게 2년 전 정보를 제공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기업은 하나의 기업 조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백 명에서 수만 명에 달하는 많은 가맹점주들과 함께 구성된다. 또 편의점부터 제과점, 치킨집 등 각종 산업에서 프랜차이즈 를 통한 가맹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국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수는 4200개, 가맹점은 21만개를 넘어섰다.

그렇기에 프랜차이즈 산업을 아우르는 가맹사업법과 관련 행정체계의 역할이 중요하다. 명확한 법령과 체계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들이 혹여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해야하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연합뉴스.

◆반쪽 개정...기존 법 조항까지 ‘유명무실’

현행 가맹사업법은 제7조 제3항에 따라 가맹본부가 계약을 체결하는 당사자에게 계약 체결 14일전 정보공개서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정보공개서는 가맹본부의 재무상황, 사업현황, 지원제도 등이 기재돼 가맹희망자가 가맹본부의 신뢰도와 사업 적정성 등을 파악하기 위해 중요한 자료다.

이런 정보공개서 제공에 있어 법적으로 숙고기간을 부여하는 것은 가맹희망자가 계약에 신중을 기하라는 의도다. 따라서 가맹본부는 14일이 경과하기 전에 가맹희망자로부터 가맹금을 수령하거나 가맹계약을 체결해서는 안된다.

이 조항은 가맹희망자가 정보공개서에 대해 가맹거래사나 변호사의 자문을 받는 경우 14일을 7일로 단축시킬 수 있다. 이에 가맹희망자가 가맹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미 점포를 구한 상황이라면 숙고기간 단축으로 하루라도 빨리 영업을 시작해 임대료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또 가맹희망자가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가맹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2017년 10월 개정된 법 조항에 의해 제7조 제3항의 숙고기간 단축 조항이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이 개정 조항은 법 제11조 제1항이다. 이 조항은 가맹본부가 가맹희망자에게 가맹계약서를 계약 체결이나 가맹금 수령 14일 전에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이는 정보공개서의 사전제공 의무를 가맹계약서에도 확대해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함으로써 가맹점주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제11조 제1항은 개정 과정에서 제7조 제3항처럼 자문을 받는 경우 숙고기간을 7일 단축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가맹희망자가 자문을 통해 정보공개서 숙고기간을 7일로 단축시켜도 가맹계약서 숙고기간은 영향을 받지 않아 가맹본부와 가맹희망자는 자문 여부에 상관없이 14일이 지나야만 계약체결이 가능해진 것이다. 다시 말해 개정은 했지만 반쪽짜리 개정으로 멀쩡한 기존 조항이 ‘사문화’ 또는 ‘형해화’된 것이다.

가맹사업법 제7조 제3항과 제11조 제1항 비교. 제11조 제1항에는 제7조 제3항과 같은 숙고기간 단축조항이 없다./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한 업계 관계자는 이를 입법을 추진한 의원, 정부 담당자 모두 법의 목적과 취지에 대해 정확히 숙지하지 못하고 법 개정으로 인해 실무에 미치게 되는 실질적인 효과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가맹본부 직영점 설치로 가맹점 영업지역 침해 가능해

동법 제12조의4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영업지역을 침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가맹본부가 우선 가맹계약 체결 시 가맹점주의 영업지역을 설정하고 가맹계약서에 이를 기재해 가맹계약 기간 중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영업지역 내에 동일업종의 직영점(자기 또는 계열회사 포함)이나 가맹점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은 가맹본부의 금지의무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의 영업을 해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영업지역 내’에 설치하는 것을 금지할 뿐 영업지역이 겹치는 문제는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각 가맹점은 계약 시 영업지역을 계약서에 설정해 추후 문제가 발생해도 해당 영업지역을 기준으로 법정소송이나 분쟁조정으로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직영점은 가맹점과 같이 영업지역을 설정해야하는 의무조항이나 절차가 없어 가맹본부가 가맹점 영업지역을 조금 벗어나는 지역에 직영점을 설치하고 인근 가맹점의 영업지역을 얼마든지 침해가 가능하고 가맹점주가 이를 문제 제기할수 있는 근거가 없다.

영업지역 침해 예시./자료=한스경제

박승룡 로버스트컨설팅 대표 및 가맹거래사(대한가맹거래사협회 사무국장)는 “일부 가맹본부는 해당 규정의 흠결을 악용해 가맹점 영업지역 바로 외곽에 직영점을 고의적으로 설치해 가맹점이 영업과 홍보활동으로 일궈놓은 고객들을 뺏어가기도 한다”며 “가맹점에 보복 조치를 하는 방편으로 활용하는 본사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공개서 변경등록 처리 지연으로 인한 문제도

정보공개서는 가맹희망자가 계약을 원하는 가맹본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중요한 문서다. 가맹희망자는 가맹본부에 대한 신뢰성을 정보공개서를 통해 파악할 수 있지만 이런 정보공개서 제공이 행정절차의 지연으로 가맹본부에 대한 업무 제한과 가맹희망자의 불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동법 제6조의2에 따라 가맹본부는 1년마다 기존에 등록된 정보공개서의 변경등록을 해야 한다. 이미 정보공개서를 등록해놓은 가맹본부는 일반적으로 매년 4월말(재무제표 작성 개인사업자 6월말)까지 변경등록 신고를 해야한다. 이후 수정 및 보완 절차를 진행하면 각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는 보통 9월에서 10월쯤 변경등록이 완료된다. 이에 등록이 완료되기 전까지 해당 연도에 신규 계약을 체결하는 가맹희망자는 2년 전 기준으로 작성, 등록된 정보공개서를 제공받게 된다.

예를 들어 올해 정보공개서 변경등록을 진행했던 가맹본부는 2017년 말까지 정보를 기준으로 변경등록을 신청한다. 하지만 변경등록이 완료되는 9월에서 10월 전에 계약을 체결하는 가맹희망자에게는 공정위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최종 공식 등록된 2016년 말 기준 정보가 반영된 정보공개서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시장변화가 빈번한데 2년 전 정보를 토대로 가맹점주가 가맹본부를 선별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박승룡 거래사는 “법령의 목적과 취지 및 업무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이런 업무과중을 먼저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개선이 시작될 필요가 있다”며 “레드테이프(관청의 번거로운 형식주의)의 우선적 해결에 국회 및 정부 담당자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예산 및 인력의 충원보다 근본적이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의 근본 방향부터 ‘규제’에서 탈피해야

최근 수년간 가맹사업법은 개정에 개정을 반복하고 있지만 가맹사업에 갑질 행위의 발생은 그치지 않고 있다. 급기야 가맹본부 임직원의 일탈행위에 따른 가맹점에 대한 손해배상이 신설되기까지 규제에 규제를 누더기처럼 덧붙여지고 있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규제가 새로운 규제를 양산할 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해외 프랜차이즈는 가맹계약 이전에 공개 정보에 대한 허위과장 문제를 강하게 통제해 가맹희망자가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계약을 맺도록 하고 계약 이후에는 가급적 법의 개입이 아닌 가맹본부와 가맹점간의 민사상 조정과 협의를 존중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나아가 가맹사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지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승룡 거래사는 “가맹사업법의 진정한 역할은 계약체결 이전에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가맹희망자가 가맹사업 브랜드를 선별하도록 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현재의 가맹사업법은 예방보다는 계약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규제에 집중된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허위과장을 걸러내는 심의제도의 신설과 업무위탁 비용이 ‘10’이라면 부정확하고 신뢰성이 낮은 브랜드와 가맹계약을 하는 경우 발생하는 개인적 비용은 ‘50’이고 해당 가맹본부와 분쟁 발생 및 해결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은 ‘100’이라 할 수 있다”며 “법의 목적과 취지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예방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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