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앞으로 2년 간 아이를 낳지 않기를 권한다.” 남미의 엘살바도르 정부는 최근 국민들에게 이같이 호소했다.

지카바이러스의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WHO는 1일(현지시간)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신종플루와 소아마비, 에볼라바이러스에 이어 역대 4번째다.

 

■ 지카바이러스, 왜 무섭나

▲ 지카바이러스의 숙주로 알려져있는 이집트 숲모기. 사진=연합뉴스

가벼운 열병 정도에 불과한 지카바이러스가 공포의 대상이 된 이유는 신생아의 소두증을 발현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발표 때문이다. 최근 브라질 등지에서 급증한 신생아 소두증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임산부 74%가 임신 중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소두증은 신생아의 뇌와 머리 발달을 막아 정신지체, 보행장애, 시력장애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종전까지는 매년 1만 명 당 1명 이하의 신생아가 걸린 것으로 보고된 반면 최근 브라질에서는 발생률이 1만 명 당 20명 수준으로 높아졌다.

지카바이러스의 감염이 쉽다는 것도 공포를 극대화시키는 원인이다. 현재까지 지카바이러스의 전염은 ‘이집트 숲모기’에 의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한 번 창궐하면 감염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전문가들은 수혈이나 성 접촉에 의한 감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어, 지카바이러스 공포는 한동안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 지카바이러스는 최근 아시아에서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하던 태국에 찬물을 끼얹였다. 사진=연합뉴스

■ 관광 산업은 직격탄 맞아

이에 따라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분야로는 단연 관광산업이 꼽힌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지카바이러스가 발생한 국가는 중남미 24개, 아시아, 아프리카 각 1개 등 총 26개국이다. 이 중 중남미 국가 상당수가 관광산업의 비중이 크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발생국인 태국도 관광지로 유명하다.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브라질이다. 세계여행관광협회에 브라질은 2014년 기준 세계 9위의 관광 대국으로, GDP의 3.5%를 관광산업이 채우고 있다. 관광산업의 일자리는 880만여 개로, 브라질 전체 일자리의 8.8%에 해당한다.

특히 오는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예정돼 있어, 브라질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벌써부터 전 세계에서 브라질 행 비행기표 취소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브라질은 이번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거의 100년 만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왔다. 브라질은 작년에 GDP가 3.8%감소하고 국가부도위험을 뜻하는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지난 달 29일 기준 479.34bp로 작년 6월말(262bp)보다 84% 증가하는 등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에 처해있다.

하지만 이번 지카바이러스 사태가 조속히 해결국면에 접어들지 않으면 오히려 올림픽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볼 위기다. 브라질은 이번 올림픽 개최를 위해 한화 약 11조6,000억원(391억헤알)에 달하는 돈을 썼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지카바이러스가 발견된 태국도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보인다. 태국은 최근 올해 관광객을 3,000만명 유치하고 80조를 벌어들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시아 관광의 중심지가 태국으로 옮겨가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태국이 이 같은 목표달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카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은 국가들도 관광산업 위축이 예상된다. 지카바이러스 발병국인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국도 피해를 입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남아시아 국가를 향하는 비행편 취소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 세계보건기구(WHO)가 1일(현지시간) 지카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라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 침체한 세계 경제에도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브라질 동북부 페르남부코 주 주도 레시페 인근 카보데상투의 한 병원에서 소두증에 걸린 아기가 엄마의 품에 안겨있다. 사진=연합뉴스

■ 출산율 저하로 장기적 피해까지

전문가들은 지카바이러스 창궐에 따른 신생아 감소도 문제가 크다고 주장한다. 단기적으로는 유아산업의 성장저하에서 장기적으로는 생산인구의 공백으로 인한 국제 경기 침체가 예견된다는 것.

엘살바도르 외에도 중남미의 콜롬비아, 에콰도르, 자메이카 등 지카바이러스 발병국은 국민들에게 한동안 임신을 자제하도록 권하고 있다. 지카바이러스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방법이 없는 지금,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여보겠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조짐이 보인다. 최근 신혼여행으로 남미나 동남아 등 지카바이러스가 발병했거나 위험한 지역에 다녀온 신혼부부 중 상당수는 한동안 임신을 피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외에 다녀오지 않았지만 임신을 준비하고 있던 사람도 지카바이러스의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신생아 감소는 단기적으로 유아용품 시장의 축소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국내 유아용품 시장은 연 27조 규모로 추정될 만큼 크다. 특히 중국은 출산 열풍에 따라 2015년 시장 규모가 350조원에 달했으며, 출산 확대로 매년 16%이상 증가, 2018년에는 547조원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때문에 관련업계는 지카바이러스로 시장이 위축될까 걱정하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신부가 임신 26주 전까지 지카바이러스가 걸리지 않았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아직 지카바이러스의 정체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 세계의 지카바이러스 공포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지카바이러스 백신이 발명되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지카바이러스의 피해는 한동안 전 세계에 남아있을 전망이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에 따르면 지카바이러스의 논문은 뎅기열(1만4,840편) 논문의 1,000분의 1인 242편에 불과했다. 제약사들도 백신 개발 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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