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분식회계로 인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거래 정지 사태가 연장되면서 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어차피 거래는 재개된다’는 반응은 한 풀 꺾였다. 해외 전문가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가 삼성바이오를 기업심의위원회에 넘기기로 결정하면서 삼성바이오 종목토론방은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지난달 14일 증선위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에 고의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을 때도 ‘어차피 거래는 재개된다’고 굳게 믿던 투자자들이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거래 정지 조치가 내려진 지난 11월14일 종가 기준 일반 개인투자자 보유 주식은 3조21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미들의 매수 러시는 거래 정지 전 쏟아졌다. 소액주주들은 거래 정지 전 5일 연속 총 1440억원 규모로 삼성바이오 주식을 순매수했다. 거래 정지일 기준 최근 한 달간 거래된 순매수 규모는 3140억원에 이른다.

반면 기관은 거래 정지 전 11일 연속 순매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총 순매도 규모는 1792억원이다. 기관이 팔아치운 주식을 소액주주가 사들인 셈이다.

2일 한 누리꾼은 종목토론방에 ‘분식회계 안해도 상장할 수 있는데 왜 했을까’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삼성바이오는 현재 상장을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 외에 ‘삼바 춤 다시 출 수 있을까’, ‘개미가 무슨 죄냐’, ‘삼성 돈 빼앗아 개인피해자 원금 보상해라’ 등 불안감을 표출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잇따랐다.

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종목토론방에 누리꾼들이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사진=네이버 종목토론방 캡처

해외 전문가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밸뷰자산운용의 장피에르 거버 전무는 “삼성바이오는 유망한 바이오시밀러와 단백질 의약품 생산 분야에 있는 회사”라고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빅4 회계법인이 감사했음에도 이런 회계 스캔들이 발생한 점은 불행한 일”이라며 “향후 진행상황을 면밀히 관찰할 계획이며 공정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의 입장 번복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조시 레스닉 미국 제리코캐피털자산운용 설립자는 "한국 규제기관이 2016년 내린 결정을 철회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금융 규제기관이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결정을 완전히 뒤집는 것은 처음 본다"고 밝혔다. 그는 "금감원은 삼성바이오 상장 당시 활용한 회계 방법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기업공개까지 승인했다"며 "금감원이 이미 끝난 일을 지금에 와서 되돌린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서는 삼성바이오가 상장 폐지를 논하는 기업심사위원회로 넘겨졌지만 투자 심리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4일 증선위 거래 정지 조치가 내려진 후에도 상장 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상장 폐지로 가지 않더라도 이번 사태로 인해 바이오 산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더해질 전망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업계는 테마감리 등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며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이 분식회계에 휘말리면서 해외 투자는 물론 해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바이오 기심위 심의는 이달 내 열릴 예정이다. 거래 정지는 증선위가 기심위로 넘긴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최대 27일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상장 유지 △상장 폐지 △1년 이내 개선 기간 부여 중 삼성바이오의 운명이 결정된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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