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취향’이라는 말이 통용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라고 말하는 애니메이션 오타쿠(otaku·御宅)들의 항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후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만 많고 사교성이 결여된 인물을 지칭하는 일본어 ‘오타쿠’가 점차 한 분야에 대한 전문가 혹은 마니아(Mania)의 개념으로 쓰이면서 이들이 자주 쓰는 ‘취향’이라는 단어도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게임 분야에서는 이러한 취향 호불호가 크다. 연령·계층별로 선호하는 장르가 다르고, 나이대별로 즐겨 찾는 콘텐츠가 다를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보급이 빨라지면서 타깃층을 정확히 구분한 취향저격 게임들이 호응을 이끌고 있다.

■ 미소녀-귀여움, 남녀로 보는 게임 선호도

최근 몇 년새 미소녀 캐릭터를 전면으로 내세운 남심(男心) 저격 게임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먼저 컴투스가 서비스하는 미소녀 축구 판타지 게임 ‘사커스피리츠’는 외형적으로는 축구 게임을 지향하고 있지만 미소녀 등 다양한 캐릭터를 수집하고 육성하는 역할수행게임(Role Playing Game·RPG)의 특징이 도드라진다. 초호화 성우 30여명을 캐스팅해 3,000개에 달하는 음성 볼륨을 만들어 냈으며 감독, 매니저, 스카우드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성장과 스포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팜플이 개발하고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가 서비스하는 ‘큐라레: 마법도서관’ 역시 남성들의 지지도가 높은 모바일 게임 중 하나다.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인 큐라레는 400여종의 미소녀 일러스트 카드를 모아 겨루는 배틀이 중심이다. 지난해 말에는 겨울 업데이트 3부작 중 두 번째 콘텐츠인 ‘십이간지 수비대’를 업데이트 해 남성 유저들의 기대를 모았다.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아 응룡, 토끼 등 다양한 동물들을 큐라레 스타일로 재해석한 것.

▲ 큐라레: 마법도서관 일러스트. 팜플 제공

 

최근에는 큐라레 지적재산권(IP)의 게임성을 인정받아 콘솔형 버전으로도 출시됐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으로 출시된 큐라레는 한글 명칭을 그대로 영문화 한 ‘QURARE: Magic Library’라는 이름으로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대만 등 아시아 6개국에 선출시됐다.

밀리터리 시뮬레이션을 지향하는 ‘강철의 왈츠’는 군대라는 배경과 미소녀 캐릭터를 앞세우며 남성 유저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게임은 한국, 중국, 일본, 프랑스 등 총 4개국에서 공동 제작한 것으로 유저가 소대장 혹은 전차 이론 전문가가 돼 전차소녀를 지휘하면서 전장에서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다.

남심 저격게임이 미소녀 중심이라면 여심 저격게임은 귀여움을 무기로 어필하는 모바일 게임들이 많은 편이다.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SD(머리가 큰 2등신) 캐릭터의 귀여움을 앞세워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카카오 프렌즈 IP를 차용한 모바일 퍼즐 게임 '프렌즈팝 for kakao'는 여성 유저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육각 큐브의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3~5개를 맞춰 해당 미션을 탈출하는 퍼즐게임으로 간단한 조작법이 특징이다. 대표 캐릭터인 '네오'와 '프로도'가 기본 아바타로 등장해 여성 유저의 유입을 돕고 있으며 프렌즈 뽑기를 통해 총 30여종의 인기 캐릭터를 수집 및 활용할 수 있는 점도 눈에 띈다.

▲ 프렌즈팝 for kakao(위)와 그래뿌까. NHN픽셀큐브, 태가소프트 제공

 

태가소프트의 '그래뿌까'도 다양한 테마 상품으로 친숙한 ‘뿌까’ 캐릭터를 통해 여성 유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뿌까 IP만의 아기자기한 매력과 발랄함이 더해져 여심을 강타하고 있는 것. 더불어 코믹 액션 RPG를 표방한 만큼 심플한 전투모드를 선보여 진입장벽을 낮춘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연재를 이어온 인기 웹툰 '덴마'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그대로 이식한 ‘요!빌런’은 자연스러운 모션과 함께 감각적 색감의 특수 기술들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버튼 하나만으로도 화려한 특수기술을 선보이는 등 캐주얼 게임 이상의 재미를 제공한다.

■ 아재들은 ‘카카오’, 젊은이는 ‘전략·RPG'

최근에는 거리감이 느껴졌던 ‘아저씨’라는 칭호도 ‘아재’로 불리며 친근함을 얻고 있다. 한 인기 예능에서 다소 썰렁한 ‘부장님 개그’를 선보인데 대해 ‘아재’라고 줄여 부르며 널리 쓰이게 됐다.

실제로 지하철에서 돋보기 안경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애니팡’에 심취한 중장년층을 종종 볼 수 있다. 특히 시간 제한이 없는 ‘애니팡2’의 경우 5060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이용도가 높은 편이다. 친구들과 애니팡 내 게임 재화인 ‘하트’를 주고 받으며 친목을 다지기도 하는데, 스마트폰을 애니팡으로 배웠다는 이마저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큰 편이다. 애니팡으로 다져진 캐릭터의 친숙함, 어렵지 않은 조작법 등이 아재들의 애니팡 열풍을 불러온 셈이다.

▲ 애니팡2 게임 화면. 선데이토즈 제공

 

카카오 게임하기에 입점하면서 존재감을 알린 맞고 게임류도 아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프렌즈 맞고(엔진), 애니팡 맞고(선데이토즈), 맞고의 신(조이맥스), 아이러브 맞고(파티게임즈) 등 다양한 맞고 게임들이 출시되면서 꾸준한 이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모바일 RPG 뮤 오리진은 3040 직장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대적으로 복잡할 수 있는 모바일 RPG에서 해당 연령대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리니지와 더불어 이른바 ‘아재겜(아저씨 게임)’으로 불리던 뮤(MU)의 IP를 이식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최고 매출 순위에서 경쟁하던 ‘클래시 오브 클랜’ ‘레이븐 with NAVER’가 상위권과 멀어진 사이 뮤 오리진은 꿋꿋이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상대적으로 게임에 지출할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되면서 직장인이라는 명확한 타킷층이 매출의 일등공신으로 자리잡고 있다.

1020 세대의 경우 전략 게임과 RPG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의 ‘도미네이션즈’,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 붐비치’ 등 전략 게임은 집중도가 뚜렷한 편이다. 모바일 RPG의 경우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넥슨의 'HIT',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웹젠의 ‘뮤 오리진’의 3파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다양한 신작이 경쟁 구도에 뛰어들고 있다.

▲ HIT 게임 화면. 넥슨 제공

 

업계의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은 PC·온라인게임보다 지속성이 짧아 트렌드에 따라 선호도 차이가 큰 편”이라며 “젊은 층의 경우 전략과 RPG를 즐겨하지만 트렌드에 민감해 교체 빈도가 잦은 반면 고연령층은 상대적으로 게임에 대한 지속성이 높아 해당 게임의 매출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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