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 전직 대법관 대상 구속 시도
박병대·고영한 두 전 대법관 혐의 부인하고 있어 구속영장 청구 불가피
두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장에 각각 30차례·17차례 공범으로 이름 올라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과 고영한 전 대법관(오른쪽)./연합뉴스.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검찰이 ‘사법농단’ 연루 혐의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전직 대법관 대상 구속 시도다.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3일 오전 두 전직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청구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9일과 23일 박·고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각각 공개소환한 뒤 수차례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두 전 대법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각각 30차례와 17차례 공범으로 등장했다.

박 전 대법관은 사법농단 의혹이 집중된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원세훈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판결’,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 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4년 10월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공관에서 열린 ‘2차 회동’에 참석해 청와대, 외교부 등과 강제징용 소송 처리방향을 논의했다. 또 최고사법기관이라는 대법원의 위상 유지를 위해 헌법재판소 내부정보를 수집하고 일선 법원의 위헌제청 결정을 취소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 박채윤 씨의 특허소송 정보를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 2016년 부산 법조비리 은폐 혐의,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혐의도 적용됐다. 법원행정처에 비판적이던 판사들에게 인사 등에서 불이익을 준 ‘사법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고 전 대법관은 박 전 대법관에 이어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고 전 대법관은 통진당 재판에 개입하고 대법원 정책에 비판적인 국제인권법연구회 등을 와해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6년 부산 법조비리 사건 때 윤인태 당시 부산고법원장에게 전화해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대로 변론 재개를 요청하는 등 재판에 개입하고 최유정 전관로비 사건 때 일선 법원에서 검찰 수사기록을 빼낸 혐의도 있다.

또 대법원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수집하고 박한철 당시 헌재 소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한 언론사 기사를 대필하게 지시하고 박 전 대법관에 이어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계속 관리·실행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거나 후배 법관들이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는 취지로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두 전 대법관 모두 혐의 내용을 부인하고 일부 하급자 진술과 상당히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박·고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항 수사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지만 영장이 기각되면 수사에 제동이 걸리며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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