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도회적인 외모 탓인지 몰라도 배우 이나영은 꽤 오랫동안 ‘신비주의’로 불렸다. 굳이 사생활을 숨기려 한 것은 아니지만, 나서서 자신의 일상을 알리는 편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생활은 소박한 삶을 지향했다. 2015년 5월, 성대한 결혼 대신 강원도 정선의 한 밀밭에서 원빈과 소박한 예식을 올린 뒤 한 남자의 아내이자 엄마로 살고 있는 이나영은 셀러브리티가 아닌 배우로서 조명 받기를 원했다. 이나영은 “원빈과 서로 작품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일적인 대화도 많이 나눈다”고 고백했다. 노 개런티로 출연한 영화 ‘뷰티풀 데이즈’(11월 21일 개봉)에서는 이나영의 연기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극 중 조선족 여인으로 분해 연변 사투리와 내면 연기를 펼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뷰티풀 데이즈’에서 처음으로 조선족 여인을 연기했는데 많이 힘들었겠다.

“내 성격 자체가 연기를 할 때 공부하듯이 파고드는 편이다. 잘 모르는 직업이나 캐릭터에 대해서는 공부한다. ‘뷰티풀 데이즈’는 내가 상상할 수 없는 공간과 생활들, 말투가 담긴 영화다. 연변 사투리도 실제 북한 출신 배우에게 직접 배웠다. 무슨 말이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지를 연구했다.”

-연기적으로 갈증을 느껴 이번 작품을 택한 건가.

“개인적으로 가슴이 먹먹한 작품을 좋아한다. 그럼 좀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 내가 맡은 캐릭터 자체가 워낙 굴곡 있는 삶이기 때문에 어떻게 진심을 담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

-‘뷰티풀 데이즈’는 저예산 영화로 상업영화에 비해 다수의 관객에게 제공되는 기회가 적다.

“예산이 적다고 해서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게 내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이야기를 얼마나 끌어갈 수 있을지, 관객과 얼마나 소통을 할 수 있을지 중요하다. 관객과 감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울링’(2012년) 이후 공백 기간이 6년이다. 뭘 하며 지냈나.

“사실 뭐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생활했다. 늘 현장에 있던 기분이다.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다. ‘하울링’이 끝나고 계속 대본을 봤는데 딱히 마음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인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고 싶었다. 시간이 좀 걸린다 하더라도 자신 있는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공백이 길어진다고 해서 애매한 노선으로 가면 대중에게 더 혼날 것 같았다.”

-실제로 아들을 둔 엄마가 됐는데 영화 속 엄마 연기가 자연스러웠나.

“대중 입장에서는 ‘엄마가 돼서 이 작품을 했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별개다. 이 영화의 구성과 분위기 때문에 선택했다. 엄마라는 설정이 대본을 봤을 때 큰 영향을 준 건 아니다. 엄마가 됐으니까 엄마 역할이 쉬울 것이라는 생각은 아직 안 해 봤다.”

-남편 원빈은 ‘아저씨’(2010년) 이후 8년 째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

“원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찾고 있다. 휴머니즘을 다룬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우리 부부는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이 영화도 그렇고 ‘로맨스는 별책부록’도 그렇고 남편에게 조언을 많이 구한다. 내가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면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원빈이 응원을 많이 해준다. 같이 대본도 본다.”

-어떤 아내이자 엄마인가.

“남편에게나 아이에게나 친구 같은 사람이다. 육아는 아직 내가 모르는 부분이 많더라.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다 보니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구한다. 이 시기에 아이에게 뭘 해줘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단계다. (웃음)”

-‘신비주의’라는 대중의 선입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사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내 행동과 생각이 진중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같다. 다음 작품이 궁금한 배우로 남고 싶다.”

-tvN 새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으로 ‘도망자’ 이후 9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하는데.

“그 때만 해도 밤을 많이 새우며 촬영했다. 아직 초반이라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 때처럼 드라마 현장이 빠듯하게 돌아가진 않는 것 같다. 환경이나 체제가 많이 바뀌었다. 밝은 역할이라 현장에서 호흡을 맞추는 게 어렵기도 하다.”

사진=이든나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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