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최근 '꼰대'소리 듣지 않으려 조심하는 상사들 많이 생겨
반면 여전히 '꼰대짓'도 많아
직장인들이 직접 느껴본 꼰대는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취업시즌이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뚫고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은 회사에서도 높은 문턱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신세계다. 그중 회사내 생활은 직장인으로 안착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된다. 신입사원들이 실제 회사 내에서 부딪치는 상황들과 그에 맞는 대처 방안, 방향을 제시해 그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덜어 줄 수 있는 일종의 ‘회사 사용 설명서’를 권하고자 한다.[편집자주]

A씨는 최근 회사 동료 직원들과 옷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꼼데가르송’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었다. “꼼데가 최근 세일을 했다”, “꼼데 옷이 이쁘긴 하지” 등 계속되는 대화를 옆 자리에서 듣고 있던 A씨의 상사가 한마디 외쳤다. “꼰대? 나한테 하는 말이냐?”

최근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단어 중 하나가 ‘꼰대’다. 꼰대라는 단어는 ‘우리 꼰대는 구두쇠야’처럼 예전에는 ‘영감탱이’ 정도 의미로 아버지나 선생님 등 기성세대를 불량스럽게 지칭하는 은어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권위주의와 잔소리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상대의 특징을 잡아 비하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A씨의 상사처럼 부하직원들에게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항상 고민하고 조심하는 상사들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공무원인 B씨는 "대부분 사람들은 공무원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경직된 조직으로 생각해서 꼰대 같은 이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꼰대처럼 행동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상사들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사회에만 국한된 얘기도 아니다. 최근 일본 나가노현의 수제 맥주회사 ‘요호브루잉’은 상사가 꼰대같은 말을 하면 바람을 쏘는 의자를 만들었다. 송년회 회식이 많은 연말을 앞두고 자유로운 술자리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다. ‘선배풍 1호’라는 이름을 가진 이 의자는 상사가 ‘나 때는 말야’, ‘요즘 젊은이들은’ 과 같은 말을 꺼내면 자동으로 작동된다.

이 회사가 20대에서 5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조사에서는 60% 가량이 상사와 함께하는 회식 자리에서 “무용담이나 자랑을 억지로 들어야 했다”고 답했고 윗사람이 아랫사람보다 약 1.7배 정도 길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처럼 바다건너 일본까지 ‘꼰대리즘’을 타파하기 위해 힘쓰는 요즘이지만 꼰대상사들은 여전히 많고 이들로 인해 괴로움을 겪는 직장인들도 많다고 한다. 이에 그들이 직접 경험해본 꼰대들은 어떤지 물었다. 꼰대라는 단어를 최근 어디서나 숱하게 들을 수 있고 꼰대 상사는 어느 회사에나 있다지만 직접 상대하고 느껴본 꼰대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배우 손종학이 tvn 드라마 '미생'에서 연기한 '마부장'은 '꼰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손꼽힌다./사진=tvn 드라마 미생 캡처

◆상명하복·소통불능·막무가내·예절강요...꼰대들의 특징

직장인들이 꼽은 꼰대 상사의 가장 큰 특징은 ‘상명하복’이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군말 없이 일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짧게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것보다 자리를 오래 지키면서 성과가 나쁜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근무 중인 C대리는 “우리 사장은 직원들이 노는 걸 못 본다”며 “그러다보니 하지 않아도 될 업무까지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시도 매번 달라져서 처리한 업무를 보고하러 가면 다시 바꿔오라 하고 지시한 대로 바꿔가면 또 변경해오라 한다”며 “한번은 ‘어제 이렇게 바꾸라고 하셔서’ 라고 했더니 ’그땐 그때고‘라고 대답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D씨는 “우리 부장님은 ‘아파도 회사에서 아파라’라고 한다”며 “최근에 독감으로 하루 쉬겠다고 했더니 정 그렇게 몸이 안 좋으면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 내부 시스템을 회사 컴퓨터로만 접속할 수 있는데 재택근무를 하라는 것은 그냥 출근을 하라는 돌려 말한 것인지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고 밝혔다. D씨는 결국 출근도, 재택근무도 하지 않았고 다음날 잔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E씨는 “우리 회사의 임원 한분은 잠시 사무실을 나가는 것도 보고하라고 한다”며 “최근 한 잡지에서 ‘꼰대는 허락하는 걸 좋아한다’는 문구를 보고 바로 그 임원이 떠올랐다”고 밝혔다.

사진=pixabay.

‘소통불능’과 ‘막무가내’도 꼰대 상사 얘기에서 빠질 수 없는 소재다.

F씨는 “우리 꼰대 상사는 무슨 말을 해도 자기 마음대로 해석 한다”며 “말을 할 때 직설적으로 표현 안하고 돌려 말하는 것도 짜증난다”고 말했다. F씨는 직장과 일이 좋은데 상사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다고 한다.

중견 건설회사에 다니는 G씨는 “우리 사장은 날씨에 따라서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며 “날씨가 안 좋은 날에는 결재를 받으러 가면 사소한 것 하나까지 트집을 잡고는 해서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예절 강요’도 꼰대 상사의 중요한 덕목이었다. 문제는 서로 간의 예의보다 자신이 아랫사람에게 받아야 할 예의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H씨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분명 사무실 전체에 인사를 했는데 꼰대 상사가 나에게 오더니 ‘왜 인사를 하지 않는 것이냐’고 따졌다”며 “들어오면서 인사를 했다고 얘기하니 자기는 못 들었다고 다시 하라고 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최선이라는 확신에 가득 찬 ‘자기중심적 꼰대’도 있다.

소기업에 재직 중인 I씨는 “사장이 주말수당, 휴일도 안주고 부려먹으면서 ‘직원은 당연히 회사에 헌신해야 된다’는 구시대적 마인드로 직원들을 대하니까 취준생들이 이런 작은 회사는 안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다”며 “‘저 인간’이 문제 그 자체인데 뉴스를 보다보면 청년 실업률이 높은 이유를 왜 자꾸 다른 곳에서 찾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J씨는 “꼰대는 다른 사람 의견을 존중할 줄 몰라서 본인과 다른 의견은 모조리 다 무시하고 자기 말이 맞다는 그런 마인드로 틀에 갇혀 사는 사람이다”며 “본인 하고 싶은 말만 다하는 ‘변비같은 성격’을 가진 우리 이사님이 곧 꼰대다”고 정의했다.

◆나이 먹어야지만 꼰대는 아니다...젊은 꼰대들도 부지기수

그렇다면 꼰대는 꼭 나이 많은 사람만을 지칭하는 단어일까.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꼰대들의 특징이 꼭 나이 많은 상사에게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직장인들은 오히려 나이 많은 꼰대 상사보다 ‘젊은 꼰대’들이 더 상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K씨는 “요즘 꼰대가 다 나이 많은 것은 아니다”며 “차라리 나이 많은 상사는 리액션을 어떻게 한다든지 나름의 대응 매뉴얼이 어느 정도 있어서 상대하기 편할 때가 있지만 젊은 꼰대들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 많은 상사들은 자신의 얘기에 공감해주고 맞장구 쳐주는 것을 원하지만 젊은 꼰대들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도 힘들다”며 “젊은 꼰대한테 물리면 약도 없다”고 밝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뽐뿌 캡처.

L씨는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젊은 선배가 있는데 그 사람은 야근 하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 한다”며 “얼마 전에는 다른 팀 직원들이 퇴근하는 것을 보면서 ‘왜 저 사람들은 야근을 안 하지’라고 말 하는 걸 보고 놀랬다”고 밝혔다. 이어 “심지어 내가 일을 빨리 처리하면 먼저 퇴근하라고 배려해주지는 못할 망정 다음 주에 할 일 까지 던져준다”며 “30대 젊은 나이에 저 정도면 나중에는 얼마나 더 심해질까 상상해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M씨는 “후배 중에 어린 나이에 입사한 친구가 있다”며 “입사 초기부터 어린 나이에도 꼰대 같은 발언들을 조금 씩 하더니 이제는 점점 연차가 쌓여서 ‘완성형’에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K씨의 후배는 최근 자기보다 늦게 회사에 들어온 경력직 직원에게도 스스럼없이 꼰대짓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입사 7년차로 30대중반을 바라보는 N씨는 “처음 회사에 입사해서 선배들이나 상사들을 상대할 때는 ‘왜 저렇게 꼰대 짓을 할까’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며 “그런데 최근에 후배들이 들어오고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점점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N씨는 후배들한테 한번 잔소리를 시작하면 자신도 진짜 꼰대가 될 것 같아서 불만이 생겨도 꾹 참고 있다고 실토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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