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6월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카드사 사장단과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정부와 여당이 이번에 발표한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에서 강조한 점은 과도한 카드 부가서비스를 줄여 카드업계의 고비용 마케팅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그러나 현행 감독규정상 부가서비스 약관 변경 기간 조정이 남은 상태라 이미 발급받은 기존 카드의 부가서비스 축소 계획이 소비자 분쟁없이 어떻게 해결될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감독규정상 부가서비스를 변경하려면 제휴업체가 휴업, 도산하거나 일방적으로 제휴 해지를 통보해야 한다. 또 상품 출시 이후 3년이 경과했고 현재 부가서비스를 유지할 경우 해당 상품의 수익성 유지가 어려운 경우 6개월의 고지 후 변경이 가능하다. 부가서비스 의무유지 조항은 2012년 처음 도입 당시 1년이었다. 지난 2014년 5년으로 늘었다가 2016년 1월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으로 3년으로 변경됐다.

카드사들은 “금강원이 ‘소비자 보호’ 명분으로 부가서비스를 줄이겠다는 카드사 요구는 한번도 들어준 적 없다”며 “감독규정에 따른 부가서비스 축소 선례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016년 이후 제휴사 도산 등의 사유로 부가서비스가 변경된 적은 있지만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금감원에 약관 변경 승인 신청을 한 카드사는 전무 하다. 카드사들도 '수익성 악화' 근거를 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신규 회원 모집을 위해 초기에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했다가 회원을 많이 확보하면 슬그머니 혜택을 줄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금감원이 기존 카드의 부가서비스에 대해 신중한 이유는 법원 판례 때문이다. LG카드(현 신한카드)는 트래블카드의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줄였다가 2007년 2심에서 패소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고, 씨티은행도 2011년 '아시아나클럽 마스타카드'의 마일리지 혜택을 줄였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한 바 있다. 하나카드의 '크로스마일 SE카드'는 2심에서 패소했고 올 연말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들 카드는 의무유지 기간을 명시한 2012년 감독규정 개정 전 출시된 카드로 금감원 사후보고 방식으로 약관을 변경해 부가서비스를 축소했다. 법원은 "부가서비스이긴 하지만 카드 선택의 중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계약 사항에 해당한다. 유효기간(5년) 내 부가서비스 축소는 신의칙(신의성실의원칙)에 반한다"며 카드사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현재로선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 변경 사전 공지를 했더라도 부가서비스를 과도하게 축소할 경우 패소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 관계자도 대법원 판례와 카드사 입장, 소비자 입장을 모두 고려해 규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카드사의 과도한 부가서비스의 합리적 축소 등 고비용 마케팅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업계와 함께 TF를 구성해 카드상품 부가서비스 현황 조사 및 세부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며 “카드상품 부가서비스 축소와 관련하여 금융위와 금감원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난 3일 해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상황을 개선하고자 포인트 적립과 할인, 무이자할부 등 카드상품의 부가서비스 중 과도한 부분을 조정할 예정이다.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도 줄일 것으로 보인다. 항공 마일리지 무제한 적립이나 공항 VIP 라운지·레스토랑 무료 이용 등이 과도한 부가서비스 사례로 우선 지목됐다.

금융당국은 각 카드상품의 부가서비스 현황을 조사해 과도한 부가서비스는 다수의 소비자가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수준으로 간소화하하고,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탑재된 상품은 수요가 있는 일부 소비자층이 연회비를 내고 이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 카드상품 출시 전에 수익성 분석을 거쳐 해당 카드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수익을 넘어서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특히, 법인회원이나 대형 가맹점에 대한 마케팅 비용은 집중적인 감축 대상이다. 포인트 비용을 대납하거나 복지기금 출연, 해외여행경비 제공, 첫해 법인카드 연회비 면제 등을 제한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일반적인 소비자가 빈번하게 이용하는 포인트나 할인서비스 등을 일시에 감축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과당경쟁 및 그간 비용배분 방식의 문제점에 따라 발생한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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