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국시장 사업축소 만회할 기회…베트남 총리 면담 및 인니 사업점검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 접견 모습. /롯데지주

[한스경제=장은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복귀 이후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첫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선택했다. 이 지역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가 주목하는 신흥시장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은 5일 신동빈 회장이 5박 6일 일정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방문길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경영복귀 이후 사실상 첫 해외 출장이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일본을 방문했다. 234일에 달하는 긴 수감 생활을 마친 만큼 ▲경영권 안정 ▲대표이사 복귀 ▲지배구조 개편 ▲호텔롯데 상장 등 산적한 현안을 챙기기 위한 출장이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롯데그룹

◆신동빈 동남아 출장, 본격적인 사업 확장 초석 다지기

이번 동남아 출장은 일본 방문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이 지역 사업 확장을 위한 본격적인 초석 다지기라는 게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실제 신동빈 회장은 4일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 롯데의 사업 현황을 설명하고, 추진중인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과 지원을 요청했다.

롯데는 현재 베트남에서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치민시가 경제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에 백화점, 쇼핑몰, 호텔, 오피스 및 주거시설 등으로 구성된 `에코스마트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노이에는 `롯데몰`을 건설할 계획이다.

신동빈 회장은 응웬 쑤언 푹 총리 면담 자리에서 “베트남에서 청년을 위한 스타트업 펀드 설립을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재개발에 대해 강조한 것은 단기 수익 창출이 아닌 사업 장기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철저히 현지화를 고려한 발언인 셈이다.

롯데마트 베트남 1호점인 남사이공. /롯데그룹

◆`경영복귀` 신동빈, 첫 해외출장 동남아 낙점한 이유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복귀 이후 첫 해외출장지로 동남아를 낙점한 까닭은 높은 시장 잠재력 때문이다. 현재 이 지역 주요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6~7%로, 한국(약 3%)의 2배 수준이다.

물론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도 동남아와 비슷하지만, 롯데그룹은 지난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싸드) 배치로 인해 직격탄을 맞고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중국 사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동남아는 반드시 뚫어야 한다는 게 신동빈 회장의 의중이다. 출장에 동행한 명단에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 이광영 롯데자산개발 대표 등 주요 계열사 수장들이 포함된 것 역시 이를 방증한다.

무엇보다 동남아는 신동빈 회장뿐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계가 주목하는 신흥시장이다.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한 이재용(왼쪽 위)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삼성·SK그룹

◆이재용·최태원도 간다! 재계가 주목하는 동남아

예컨대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창립 49주년(지난달 1일)을 베트남에서 보냈다. 전날 하노이에서 응웬 쑤언 푹 총리와 면담했고, 현지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현지 공장과 연구개발(R&D)센터를 둘러봤다. 경영 복귀 이후 4차 산업과 관련해 북미와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등을 연달아 방문한 데 이어 동남아까지 챙긴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중요한 시장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태원 회장은 대규모 투자로 동남아 시장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SK그룹은 지난 9월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5%를 4억7000만달러(약 53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말 베트남에서 유망한 사업을 조기 발굴 하기 위해 직접 현지 방문했다. 올 2월에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SK는 지난 1월 ‘쏘카’와 말레이시아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4월 ‘그랩’에 2조12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3%를 획득했다. 이 기업은 일본 소프트뱅크와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등이 주요 주주로 있는 동남아 차량공유 1위 기업이다.

아울러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E&S 등은 지난 8월 각각 1억달러(약 1100억원)씩 출자해 싱가포르에 ‘SK 동남아 투자법인’을 설립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1년여 기간 동안 챙기지 못한 글로벌 현장을 둘러보고 현지에 새로 추진 중인 큰 규모의 사업들에 대해 점검하는 의미도 있다”며 “이번 해외 방문은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을 재개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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