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대명사 K팝의 ‘3.0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열면서 문화기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K팝 열풍의 1단계가 단순 상품 수출,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이었다면, 2단계는 현지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3단계는 현지 회사와 합작 법인을 만들어 문화기술을 전수, 이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완제품 콘텐츠로 돈을 버는 시대를 지나 창작 시스템을 현지에 뿌리내려 ‘불멸의 한류’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 전세계 K팝 지사
보아ㆍ동방신기를 거쳐 슈퍼주니어ㆍ샤이니ㆍ소녀시대ㆍ엑소까지 K팝 글로벌화를 주도한 SM엔터테인먼트가 가장 적극적이다. SM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최근 프리젠테이션에서 한류 3단계를 두고 “오랫동안 꿈꿔온 한류의 마지막 단계 실현”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신인 보이그룹 NCT(Neo Culture Technology)의 새로운 운영 방안은 K팝 3.0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NCT는 전 세계 각 도시에 맞춤형 유닛을 선보인다. 각국 현지 기획사의 인프라와 SM식 시스템을 결합한다. 그룹 이름만 같지 멤버 구성은 따로 꾸리는 형태다.
올 봄 첫 번째 유닛을 데뷔시키고 서울과 도쿄에서 활동한다. 하반기에는 중화권,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 각 지역 유닛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언어권을 기준으로 유닛을 나눠 현지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기존 시스템과 시야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아이돌 그룹의 운영 방안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현지 정서에 맞춰 이질적이지 않으면서 브랜드 주인은 K팝인 이상적 구조”라며 “뿌리만 잘 내리면 K팝의 불로장생을 실현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내다봤다.
 

■ 방송계도 황금알
방송 콘텐츠 분야도 새로운 기술 한류가 꿈틀대고 있다. 판권 판매의 수준을 넘어 현지 법인을 세우고 제작과 방송 송출에 직접 관여하는 단계다.
‘나는 가수다’를 연출한 김영희 PD가 MBC를 퇴사하고 중국에서 새 출발했고, 유재석ㆍAOA 등이 속한 FNC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최대 민영기업인 쑤닝의 자회사와 손잡고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스타 PD와 작가를 영입해 질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쑤닝이 다져놓은 중국 내 유통망을 통해 신드롬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점점 한류 스타만 캐스팅하고 자체 제작해오던 추세에서 흐름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중국 한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미 중국 드라마 현장에는 한국 스태프들이 절반 가까이”라며 “현재까지 단발성 계약이 많지만 법인을 세우고 시스템화 시키면 판권 수익보다 수십 수백배 수익이 따라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 디지털 3.0 필수
한류 3.0 시대를 완성할 마지막 퍼즐은 디지털 콘텐츠로 꼽힌다. 대중문화의 주요 소비가 디지털 기기로 이뤄지는 만큼 그 대응력이 경쟁력으로 계산된다. 
싸이를 월드 스타로 만든 것은 디지털의 힘이었다. ‘강남스타일’은 미국에서 음반 한 장 팔리지 않았지만 빌보드 차트에서 맹위를 떨쳤고 그 배경은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유튜브였다. 이 때만 해도 디지털 소비자는 지켜보는 입장에 불과했다.
이제는 적극적인 참여와 쌍방향 교감이 가능하도록 디지털 플랫폼도 진화하고 있다. K팝 3.0 시대의 첫 주자인 NCT는 전 세계 팬들이 모두 프로듀서라고 선언했다. ‘루키즈 엔터테인먼트’ 앱을 만들어 누구나 NCT의 음반 제작·안무·의상·이미지 메이킹 등을 할 수 있도록 열어놨다. SM의 스타 인큐베이팅 시스템 안에서 자신의 의견이 현실로 반영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류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력이 새로운 한류를 이끌겠지만 기술력은 시간에 따라 결국 평준화 된다”며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 창의력 등이 발휘돼야 디지털 시대에 한류가 문화 리더로 자리잡을 것”고 조언했다.

심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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