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최근 모바일 간편결제가 확산되면서 정부를 비롯한 카드업계, 플랫폼 업체 등이 QR코드를 비롯한 NFC 기술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기술 도입으로 새로운 결제 시장이 기대되는 가운데 아직까지 보안성이나 범용성, 기술적 한계 등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카드사, 모바일협의체 ‘저스터치’ 확대 필요

지난 2016년 모바일 협의체를 구성했던 여신금융협회와 국내 7개 카드사는 지난 8월 카드사마다 다른 규격을 한가지로 통일한 NFC서비스 `저스티스`를 선보였다.

카드사 모바일협의체 ‘저스터치’ ./사진=저스터치

무선통신(NFC) 방식의 모바일 결제는 10cm 이내 가까운 거리에서 휴대폰을 카드 단말기에 가져다 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소비자는 실물카드 없이도 자유롭게 결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카드사들의 NFC 표준규격인 저스터치는 가맹점 확보와 NFC 결제 단말기 보급 현황이 열악한 상황이다. 전국 가맹점은 270만 곳 가량인데 저스터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가맹점은 3만3000여 곳에 불과하다. 단말기 비용(1대당 단말기 평균 가격 20만원)도 수백억원이 필요해 만만치 않다.

아직까지 저스터치를 한국형 NFC 표준규격으로 삼기에는 확장성에 문제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애플의 아이폰은 사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유럽 NFC 방식인 EMV 규격에 맞춘 비자와 마스터카드는 국내서 NFC 결제를 이용할 수 없고, 저스터치도 해외에서 쓸 수가 없다.

한국형 QR코드, ‘제로페이’에 유리할까

정부를 비롯한 카드업계가 QR코드 결제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QR코드 결제 자체가 가진 한계점도 아직 존재하는 상황이다. QR코드 결제는 중국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보급률이 높다. 이런 곳들의 공통점은 치안이 좋지 않거나 금융시스템의 미비 등으로 신용카드 보급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QR코드 기반의 제로페이. /사진=서울시홈페이지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6일 전자금융거래 때 QR코드 발급·이용·파기 전 과정에서 결제의 범용성·간편성·보안성을 갖추기 위해 표준 사항을 정했다. 위·변조 이용 방지를 위해 QR코드 내 자체 보안기능을 갖춰야 하고,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표준 규격에 맞는 QR코드를 발급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QR코드 표준은 ‘한국형 QR코드’로 외국인이 사용할 수 없고,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사업자들의 QR코드 기술과 호환되지 않아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형 QR코드는 유로페이, 마스터카드, 비자카드 등의 글로벌 브랜드사들이 만들어 배포 중인 EMV QR과는 호환이 되지 않는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사용할 수 없고,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도 QR코드를 이용한 결제를 할 수 없다. 가맹점이 정부 규격용 QR과 해외 브랜드사의 QR을 모두 사용해야 외국인 관광객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금웅당국은 “카드사가 결제 과정에서 개입하지 않는 은행 계좌를 활용한 간편결제를 활성하기 위해 정한 표준”이다고 전했다. 즉, 정부가 추진 중이 제로페이 사업에는 유용하지만 카드업계에게는 큰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

중국의 경우, 전 세계 수억 명이 사용하는 플랫폼인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알리페이는 자체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일본은 정부에서 은행, 통신사, 글로벌 카드사 등과 함께 여러 QR코드 결제방식이 호환 가능하고 외국인도 사용할 수 있는 규격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NFC와 QR 결제 통합한 플랫폼 선보여

유니온페이인터내셔날 코리아에 따르면 중국 최대 결제사업자 유니온페이(인롄)가 근거리무선통신(NFC)과 QR 결제, 인앱 결제 등 모든 결제 수단을 통합한 'UPI 월렛'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온·오프라인이나 플랫폼과 관계없이 결제가 가능하다.

유니온페이는 QR와 NFC 인프라 확대를 위해 중국 전역에 1000만개가 넘는 NFC 결제 단말기를 확충했고, QR 결제 확장을 위해 600만 곳이 넘는 가맹점을 확보했다.

UPI 월렛을 통해 NFC나 QR등과 관계없이 카드 번호를 입력하지 않고 단 몇 초 안에 스마트폰 하나로 결제 가능한 환경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QR코드 등을 활용한 모바일 간편결제 방식이 유독 중국에 상용화 된 이유는 신용카드가 결제에 필요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구 수보다 은행 지점 수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수가 부족했고, 다른 은행과 거래가 원활하지 못해 1인당 신용카드 보유수가 매우 낮다. 2014년 기준 1인당 0.33장으로 미국(2.97)등 선진국보다 상당히 낮다. 따라서 카드결제 보다 핀테크 기업 중심의 계좌 기반 모바일 결제가 발달했다.

국내에서 QR코드 등을 활용한 모바일 결제가 아직 상용화되지 못한 것은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보급이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보유율은 80.2%, 체크카드 보유율은 66.0%에 달한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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