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이주영은 화려한 외모를 갖춘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모습 안에서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다. 스스로도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다”며 호탕하게 웃는 이주영. 올해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예쁜누나)를 시작으로 영화 ‘협상’(감독 이종석), KBS2 ‘오늘의 탐정’까지 열일 행보를 펼쳤다. 차기작으로 영화 ‘야구소녀’(감독 최윤태)까지 확정한 상태. 무엇보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받은 ‘올해의 배우상’은 큰 위안이 됐다. 독립영화부터 실력을 쌓은 이주영은 선배 손예진처럼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활약하고 싶다”고 바랐다.

-‘오늘의 탐정’ 마친 소감은.

“사실 시청률 면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는데, 촬영하는 동안 배우들끼리 으쌰으쌰 하면서 잘 찍었다. 여러모로 애증의 작품이다. 시청률도 무시할 수 없지만, 추리 장르에 호러까지 가미된 작품이 흔치 않으니까. 가뜩이나 KBS 공영방송에서 이런 장르를 시도한 게 의미있다. 사실 ‘밥누나’ 끝나고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오늘의 작품’은 4회까지 나온 대본만 보고 정말 재미있어서 택했다. 후회는 없다. 좋은 사람을 얻었다.”

-무당 출신 국가수 부검의 길채원 역 돋보였는데.

“드라마 자체가 우중충하고 무거우니까 난 환기 시키는 역할을 했다. 캐릭터 살리면서도 신을 더 풍부하게 만들려고 애드리브도 많이 했다. 길채원은 전작 ‘예쁜누나’ 이예원 보다 캐릭터인 면모를 갖고 있다. 괴짜 같은 모습도 맣이 보여주지 않았냐. 실제 내 모습에서 가져온 것도 많았다. 재균 오빠와 함께하는 신에서 가장 현실감 있는 톤으로 연기했다. 평소 주변에서도 볼 수 있는 여사친, 남사친 관계라서 편한 연기가 나올 수 있었다. 실제로도 남자 친구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편이다. 후반부에 PPT 신 등 정보를 줘야 되는 장면이 많았는데,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대사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최다니엘, 박은빈과 호흡은 어땠나.

“최다니엘 오빠가 연기할 때는 진지한데, 평소에는 장난꾸러기 같다. 다가가기 힘들지 않았냐고? 전혀 없었다(웃음). 그래도 선배니까 어려울 줄 알았는데, ‘선배님’이라고 부르면 ‘뭐가 선배냐. 오빠라고 불러라’고 친근하게 다가와 줬다. 은빈이도 아역부터 활동한 만큼 배울 점이 많았다. 배우들끼리 호흡이 정말 좋았다.”

-촬영하면서 무서울 때는 없었나.

“무서운 장면일수록 배우들끼리 웃으면서 찍었다. 일부로 웃은 게 아니라 ‘이게 진짜 무서울까?’ 궁금해 하면서 찍었다. 우리는 지금 보면서 웃긴데 ‘시청자들은 무서울까?’ 싶더라. 근데 무섭다는 의견들이 많아서 조금 놀랐다. 제작진이 이지아 선배한테 제작발표회에서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만큼 스포가 될까봐 조심했다.”

-열일하는 이유는.

“쉬지 않고 계속 일하고 있지만, 아직 만족하지 못한다. 작품 하는데 절대적으로 소요되는 기간이 있지 않냐. 촬영 기간은 오래 걸려도 영화가 개봉하면 한 달 동안 극장에 걸기도 힘든 현실이다. 드라마는 몇 개월 동안 방영하지만, 끝나면 허무감이 짙게 남더라. 그래서 양적으로 작품을 많이 하면 이런 마음이 달래지지 않을까 싶었다. 올해를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지만 칭찬해주고 싶은 면도 많다. 마무리되는 시점에 부산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줘서 위안을 많이 받았다. ‘뭐 하나 잘 한 거는 있구나’ 싶다.”

-이 상이 갖는 의미는.

“엄청 크다. 항상 내가 가는 길이 바른지 자문하는데 연기는 답이 없다. 보상이 오니까 ‘조금 더 해봐도 되겠구나’ 싶다. 정말 매일 고민하는데 연기적으로 파고들면 끝도 없다. 슬럼프 비슷한 게 오면 문소리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다. 한예리 선배도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준다. 난 작품이 끝나면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해야 되나. 오래 연기한 선배들도 지금까지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더라. 많이 위안을 얻고 있다.”

-독립영화부터 시작했는데.

“독립영화로 시작해 처음엔 드라마보다 영화 매체에 좀 더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는 ‘힙한 선생’ ‘예쁜 누나’에 이어 ‘오늘의 탐정’이 3번째다. 드라마도 나름의 매력이 있고, 실시간 반응이 와서 쾌감이 느껴지더라. 처음 드라마를 찍을 때는 모니터할 시간이 충분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적응해가고 있다. 손예진 선배와 드라마 ‘예쁜누나’와 ‘협상’을 같이 했는데, 캐릭터에 맞게 확확 바뀌니까 존경스러웠다. 같이 연기하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도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

-매체 다양해지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베이스가 되는 건 대본이다. 매체 따지지 않고 대본이 좋으면 하고 싶다. 이렇게 매체가 다양화가 되는 게 장단점이 있겠지만, 내가 중심을 잡고 있으면 매체에 다라서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다. 요즘은 뮤직비디오를 찍고 싶다. 김동률씨를 정말 좋아해서 뮤직비디오에 꼭 출연하고 싶다. 원래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데, 대학 2학년 때 갑자기 노래가 하고 싶어졌다. 배워서 가요제에도 나갔다(웃음). 노래를 잘하는 것 같지는 않고 좋아해서 노래방에 자주 가는 정도다. 기회가 되면 연극, 뮤지컬도 도전해보고 싶다.”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하하. 내가 엄청 예쁘진 않지 않냐. 최대한 자연스러운 걸 좋아한다. 거추장스러운 것도 잘 못한다. 화장도 못하고 액세서리도 거의 안 한다. 내 스스로가 자연스럽고 싶은데, 이런 부분에서 좀 다른 매력을 봐주는 것 같다. ‘오늘의 탐정’ 촬영 후 시청자들이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는 장르가 하고 싶어졌다. 요즘 드라마 ‘연애의 발견’을 정주행 중인데, 현실 사랑 이야기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올해는 ‘양으로 승부하자’고 마음먹고 대중들에 많이 노출되길 바랐는데 ‘협상’은 예전에 찍은 거고 드라마 2개 하니까 1년이 지나갔다. 조급하게 마음먹은 것 같아서,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계획 세워서 하고 싶다. 내년에는 양과 질 모두 잡아 보겠다(웃음).”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