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키워드 ‘신상필벌’...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 승진
“미중 무역전쟁·반도체 업황 악화 등 대내외 문제 대비 안정 추구”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삼성전자가 6일 발표한 2019년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에선 큰 틀은 유지하는 ‘안정’과 동시에 성과주의를 중시하는 ‘신상필벌’ 원칙이 재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장단 인사를 통해 김기남(60) DS(반도체)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노태문(53) IM(모바일)부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관심이 모였던 김기남(DS부문), 김현석(CE부문·가전), 고동진(IM부문) 3인 부문장은 유임이 결정돼 ‘큰 틀’은 유지했으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반도체 부문은 공을 인정받아 김기남 DS부문장은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그러면서 실적 악화를 겪은 IM부문에도 노태문 신임 사장을 선임해 ‘약진’과 ‘부진’ 모두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를 갖췄다. 내년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업황 부진, 스마트폰 경쟁 심화 등 산적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6일 사장단 인사를 통해 김기남(60·왼쪽) DS(반도체)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노태문(53·오른쪽) IM(모바일)부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사진=삼성전자

◆ 사상 최대 실적 이끈 반도체부문, 김기남 부회장 승진

이번 인사에서 반도체 부문은 삼성전자 실적을 견인한 공을 인정받았다.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10조원을 돌파한 뒤 올 1~2분기 11조원을 넘었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쓴 올 3분기 DS부문 영업이익(14조5600억원)은 삼성전자가 거둔 영업이익(17조5700억원) 중 3분의 2를 넘어서기도 했다.

김기남 신임 부회장의 승진 역시 이 같은 실적에 따른 성과주의 원칙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1958년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 석사, UCLA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땄다. 1981년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기술팀에 입사해 반도체 D램 PA팀장, 반도체연구소 차세대연구팀장,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을 역임했다.

김 부회장은 1997년 당시 38세의 나이로 최연소 이사대우로 승진했으며 2010년에도 51세에 최연소 사장단에 합류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으로 선임된 뒤 반도체 사상 최대 실적을 매년 경신하며 2년 연속 글로벌 1위 달성을 이끌었다.

다만 김 부회장의 어깨는 앞으로 좀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D램 수요 둔화로 가격 하락이 예상되며 내년부터 반도체 업황 부진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 삼성전자는 “김 부회장은 이번 승진과 함께 글로벌 초격차(超格差) 경쟁력을 공고히 하면서 부품사업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매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반도체 침체국면을 어떻게 헤쳐나가는 지가 신임 부회장이 풀어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될 전망이다.

◆ ‘아픈 손가락’ 스마트폰, 노태문 사장 선임

올 한 해 부진이 지속됐던 IM부문에는 노태문 신임 사장이 선임됐다. 노 신임 사장은 휴대폰 사업의 성장을 이끌며 갤럭시 신화를 만든 인물로 알려져있다. 내년 초 본격적인 5G 시대 개막과 더불어 폴더블폰 등 하드웨어 폼팩터의 진화를 앞두고 IM부문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신화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보인 올 3분기 IM부문은 영업이익 2조2200억원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3조2900억원)보다 32.5%(1조700억원)이 감소했으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9, 갤럭시노트9이 나오지 않은 지난 2분기(2조7000억원)보다도 4800억원이 적다.

4분기 전망 역시 어두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는 연말 성수기를 맞아 스마트폰, 태블릿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연말 성수기임에도 관련 프로모션 경쟁 심화, 마케팅 비용 증가로 IM부문 이익이 전분기 대비 감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노 사장의 합류로 내년 삼성전자는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1968년생인 노 사장은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에서 전기전자공학 석·박사를 취득한 뒤 1997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3팀으로 입사했다. 무선사업부 차세대제품그룹장, 선행H/W개발2그룹장, 혁신제품개발팀장, 상품전략팀장, 개발2실장을 역임했다.

◆ 2019년도 사장단 인사, 2015년 이후 가장 ‘소폭’

이번 사장단 인사는 부회장 승진 1명, 사장 승진 1명으로 두 명의 승진자만 배출됐다. 2015년 사장단 인사 당시 김현석, 전영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후 가장 보수적인 승진 인사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진행된 첫 인사인데다 이미 지난해와 올해 초 주요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진행된 탓에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관심이 모였던 ‘3인 대표’ 체제는 유지됐다. 일각에서 고동진 사장의 교체 가능성이 불거졌으나 이날 사장단 인사에서 유임이 결정됐다. 중국 기업과의 경쟁력 심화와 글로벌 수요 감소로 내년부터 반도체 뿐만 아니라 가전, 스마트폰 등 주요 분야에서 모두 실적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 대표 체제를 유지해 내년 위기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내년도 삼성전자 인사는 최근 몇 년간 인사 규모 중 가장 적은 폭인 것 같다”며 “이 부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관련 법정 소송도 진행 중인 만큼 굳이 무리해서 인사를 진행한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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