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본 가네코 농기계 대표, 연대 의지 밝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 자리에서 가네코농기계 대표가 보내온 편지와 롯데 측 명함을 새로운 증거로 제시했다./ 장은진 기자

[한스경제=장은진 기자] 롯데의 중소기업 갑질 사건에 대한 파문이 일본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롯데피해자연합회가 정치권과 함께 연대 롯데에 연내 피해보상을 요구 중인 가운데 일본 관련 업체들도 국내 피해 기업과 연대하겠단 의지를 드러내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이들은 롯데 측이 연내에 피해보상을 하지 않으면 내년 초 일본 롯데 앞에서 공동으로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혀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롯데피해자연합회, 일본 기업과 연대

롯데피해자연합회는 지난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그동안 롯데의 갑질 사례를 알리고 지속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롯데 측에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또는 ‘거래 사실조차 없다’ 등 주장으로 일관해 왔다.

이 중 대표적인 업체가 가나안네츄얼이다. 가나안네츄얼은 2002년부터 현대백화점, 뉴코아백화점 등에 ‘쌀 즉석방아 코너’를 운영하면서 명품 쌀을 판매하던 곳이다.

가나안네츄럴에 따르면 2004년 롯데상사는 한국 내 최첨단 라이스(양곡도정공장) 센터를 건립해 명품 쌀을 유통하자고 제안해왔다. 또 월 2500t 규모의 쌀을 사주겠단 약속을 받았으나 실제 약속 규모의 50분의 1밖에 매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롯데상사 측이 대금결제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서 가나안당진RPC는 2008년 도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롯데 측은 “공장 합작 설립을 제안한 적도, 쌀 수매계약을 한 적도 없고, 가나안RPC에 외상으로 농기계를 보내준 일본의 가네코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왔던 상태다.

이날 가나안네츄얼은 그동안 제공했던 증거자료 외에도 일본 농기계 생산업체인 가네코 츠네오 대표가 보내온 편지를 추가로 공개했다. 

원적외선 건조기 등 농기구 시설을 생산하는 가네코농기계는 종업원수 220명, 매출 600여억원 상당의 중견기업이다./가네코농기계 홈페이지 캡처

◆ 가네코농기계 대표 “롯데 측도 자사 방문…믿기 힘든 일

가네코 츠네오 대표는 롯데 관계자들이 자사를 직접 방문했으며 라이스센타에 필요한 기계를 외상으로 보내달라는 공문도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당시 가네코를 방문했던 롯데 관계자들의 명함을 편지와 함께 보냈다.

가네코농기계 대표는 롯데 관계자들의 방문 내용도 편지에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편지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04년 김영미 가나안 대표와 함께 롯데상사 박 모팀장, 롯데연구소, 롯데백화점 등 롯데 측 관계자 7명이 가네코농기계를 견학했다고 지적했다. 또 롯데 측 초청으로 가네코 영업부장인 우에무라 씨가 롯데상사를 수차례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동안 가네코농기계와 관련성을 부인했던 롯데 측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다. 특히 농기계들을 후불로 한국에 보낸 이유가 롯데 측 공문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지적하며 롯데 측을 비판했다.

가네코농기계 대표는 “일본 내 롯데의 평판이 나쁘지 않다”며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 중 과연 어느 쪽이 진짜 롯데의 얼굴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신용을 중시하는 일본의 기업 풍토에 따라 파트너사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일본 롯데 본사 앞에서 집회하게 되면 우리 회사도 몇백 명이든 지원해줄 것”이라고 연대 의지를 밝혔다.

일본 사이타마(埼玉)현 하뉴(羽生)시에 본사가 위치한 가네코농기계는 종업원수 220명, 매출 606억4559만원(61억엔) 상당의 중견기업으로 알려졌다. 주요 취급 제품은 원적외선 건조기, 순환 건조기 시설, 종자용 곡물 건조기 , 범용형 건조기, 평면형 건조기, 곡물 건조 저장 시설 라이스 센터, 미니 라이스 센터, 환경 장비, 선체기 저온 저장고, 색채 선별 기계, 건조 시설 장비 등이다.

롯데피해자연합회의 업체들은 연내에 보상하지 않을 경우 일본으로 건너가 항의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

◆ 롯데 “해당사안 확인 중”…日 집회 부담될 듯

일본 기업까지 연대할 것을 밝히히고 나서면서 롯데측도 태도 변화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또는 ‘거래 사실조차 없다’ 등 주장으로 일관하던 롯데 측이 이번에는 “해당 사안을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다가 얼마 전에 석방됐다. 하지만 그 여파로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난 상태며 그 자리는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의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된 상태다. 한일 롯데 경영 전체에 일본인 경영진 입김이 거세진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피해자연합회의 일본 집회는 롯데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일본 현지 기업인 가네코농기계도 집회에 참여한다고 의사를 표명하면서 대규모 집회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나안네츄럴를 비롯한 롯데피해자연합회 업체들은 연내에 롯데로부터 실직적 피해보상을 받길 원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주장하는 피해금액은 약 490억원에 달하며 보상하지 않을 경우 일본으로 건너가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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