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녹지국제병원 ‘내국인 이용제한’ 유감 표명…내국인 진료허용 위한 소송 불사 입장
제주도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기반 조건부 허가, 법적 대응할 수도”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5일 국내 첫 번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허가를 발표했다./제공=제주특별자치도

[한스경제=김소희 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더 이상 영리병원 허가는 없다’고 작심발언해 영리병원 논란이 더는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왔으나, 녹지국제병원이 허가조건에 불복하고 반발하면서 영리병원 허가·개설에 대한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조건부 개설허가 후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녹지국제병원이 제주특별자치도에 ‘내국인 이용제한의 근거가 없다’며 내국인 진료를 위한 소송전을 암시했다.

앞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5일 국내 첫 번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외국인 의료관광객 한정’,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한정’, ‘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 적용 불가’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의료계와 정계, 시민단체 등은 녹지국제병원이 수익창출을 위해 결국 ‘내국인 진료 허용’, ‘진료과목 확대’ 등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녹지국제병원 허가 철회 및 개설 반대, 추가 영리병원 허가 금지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박능후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번 허가는 제주도 특별법에 따라 병원개설 허가권자가 제주도지사로 정해져 있는 특수한 경우다. 제주를 제외한 경제자유구역은 영리병원 개설 허가권자가 복지부로 돼 있다”며 “영리병원은 더 이상 추진하지 않고 앞으로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이 ‘추가 영리병원 허가·개설 불가’ 뜻을 표명하면서 들끓는 민심이 다소 잠잠해지려는 듯 했다.

하지만 녹지국제병원이 조건부 개설허가가 나온 5일 제주도에 ‘내국인 진료제한’ 수용불가 입장을 담은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희룡 제주지사와 제주도는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녹지국제병원 측은 공문을 통해 “법률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대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외국인 전용 또는 내국인 이용제한 조건허가는 근거가 없고 오히려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투자자 신뢰보호와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내국인 진료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 허가 이유로 제시한 △한·중 외교문제 비화 우려 △사업자 손실에 대한 민사소송 등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 △토지의 목적 외 사용에 따른 토지 반환 소송의 문제 등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소송문제 등을 피하기 위해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지만 결국 소송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녹지국제병원이 복지부로부터 승인 받은 사업계획서 요약본 8페이지에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의료기관’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후 4차례에 걸친 심의 끝에 제주도를 방문하는 의료관광객이라고 진료대상을 정하고 이를 조건으로 내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녹지국제병원에 조건부 개설허가서를 보낸 상황”이라며 “만약 녹지국제병원이 허가서를 보고 검토한 후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우리도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제주도는 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제한에 법적 근거마련의 일환으로 제주특별법에 ‘외국투자자본 영리병원의 내국인 진료금지’ 조항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논란을 불식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녹지국제병원의 내국인 진료허용 요청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제주도가 영리병원 사안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 특별법 개정을 한다고 해서 환자 진료거부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조차 난항이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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