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현대중공업, 올해 희망퇴직 단행에도 R&D 인원 충원
"미래 경쟁력 제고 위해 R&D 인력은 필수"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최근 업황 개선을 보이고 있는 조선업계가 인력 체질개선에 한창이다. 지난 2년(2016~2017년) 최악의 수주절벽을 기록하며 인력감축을 통한 고정비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으나 R&D(연구·개발) 인력은 '언터처블(untouchable·손 댈 수 없는)'이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유휴인력을 해결하기 위해 올해 두 번의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삼성중공업 역시 자구계획안에 따라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사진=연합뉴스

◆ 삼성·현대重 인력감축…대우조선 채권단과 협의中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은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 최근 2년간 혹독한 수주절벽에 실적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일감이 눈에 띄는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휴인력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인력감축은 피할 수 없는 칼바람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9일부터 7일까지 7년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7년 미만 직원들도 퇴직을 원할 경우 개별문의를 받았고, 기본 위로금 외에도 최대 4000만원에 달하는 특별 위로금까지 추가로 지급하는 등 전방위적인 인력감축을 단행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6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자구계획안을 제출하면서 인력 감축 계획도 함께 내놨다. 계획대로라면 올해까지 최대 1900여명의 감축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에 이어 8월에 연달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회사는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무산됐으나 희망퇴직에도 해양플랜트 유휴인력이 해결되지 않자 임금 40% 수준의 유급휴직까지 제안하기도 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3분기 연속 흑자 경영에 성공한 대우조선해양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지난 2016년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따라 올해 말까지 820여명의 인력이 회사를 더 떠나야 하지만 최근 실적이 나아지고 있고, 일감 역시 2021년 상반기까지 확보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채권단과 논의 중이다. 

◆ 수주 실적 개선…"바닥에서 반등한 것 뿐"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사들은 올해 1~10월 전 세계 수주 시장점유율(45%)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 중국(31%)을 크게 제치고 있어 올해 수주량 세계 1위가 유력한 상황이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분명 업황은 개선되고 있지만, 수주산업 특성상 수주실적은 1~2년 뒤에야 매출에 반영되기 때문에 현재 경영실적은 수주절벽에 시달렸던 2016년, 2017년에 머물러있다. 인력감축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들이 좋은 실적을 냈다고 하지만 상대적인 개념"이라며 "최근 2년 동안 수주절벽으로 바닥을 친 상황에서 반등한 것으로 유휴인력에 대한 조정은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는 생존 모색과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생존 모색·경쟁력 강화 위해선 R&D 인력 충원 필수

일감 부족, 경영 악화에 따라 생산직 인력은 회사를 떠나야하는 상황이지만, R&D 인력은 예외다.

조선 3사는 올해 모두 R&D 부문에 새로운 인력을 충원했다.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지만, 생존을 모색하고 친환경 규제에 따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R&D 인력만큼은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각각 4년, 3년 만에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재개했다. 자구계획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인력 단절에 따른 계층간 부조화를 막고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규 인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달 'CEO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년간 혹독한 구조조정을 통해 R&D 인재들이 많이 빠져나가 지속가능한 경졍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신입뿐 아니라 경력직에 대한 채용 의지도 보였다.   

현대중공업은 업황 불황 속에 2016년 상반기 이후 대졸 공채를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조선학과 출신을 대상으로 연구개발 분야에 지속적으로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공채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지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R&D(연구개발)와 설계쪽 필수 인력에 한해 수시 채용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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