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영화 '아저씨'를 본 이들이라면 몇 가지 떠오르는 장면이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는 장면 가운데 하나는 이거다. 차태식(원빈)이 소미(김새론)를 납치한 일당 가운데 하나인 종석(김성오)를 죽이기 직전이다. 종석은 "걔들 몸값이 얼만 줄 알아? 어차피 부모도 버린 애들이잖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잖아"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이를 들은 태식은 "틀렸어. 넌 지금 그 아이들한테 사과했어야 해"라고 대꾸하고, 이후 종석은 화염 속에서 죽어간다.
그로부터 8년 여 뒤 김성오는 '성난황소'로 다시 한 번 강렬한 악인을 보여준다. 기태는 여성들을 납치해 인신매매를 하면서도 조금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무시무시한 인물. 김성오는 생동감 있는 악인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한국의 조커'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 생각을 스스로는 못 했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다. 조커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는 캐릭터 아닌가. 감사할 따름이다."

-'성난황소' 속 기태를 연기하며 고민한 부분이 있나.

"어차피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가는 거기 때문에 변할 수 없는 플롯이 있다. 때문에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사람다운 면, 생동감 있는 면을 만들어내려고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기태는 진짜 나쁜 사람이다. 사람을 죽여놓고 막 웃는다. 그런 걸 보면 '어떻게 사람을 죽이고 웃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기태는 그런 궁금증이 들게 하는 인물이라고 봤다. 처음에 대본 상에 '비열하게 웃으며'라는 지시문이 많았다. 근데 왜 비열하게 웃는 건지 나는 모르겠는 거다. 그런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러면서 '감독님과 의견을 나눠가며 작업하면 재미있는 기태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필모에 악역이 많다. '악역 전문'이란 수식어도 있는데.

"연기가 좋아서 시작을 했고, '아저씨' 덕에 배우를 하면서 밥을 벌어먹을 수 있게 됐다. 그 이후로 비슷한 악역들이 많이 들어왔다. 사실 그 땐 싫었다. 스트레스도 받았도. '왜 나한테는 이런 역할을 줄까' 싶더라. 그러다 '널 기다리며' 이후 어깨 수술을 해서 1년 여 동안 일을 안 하게 됐다. 그 때 많은 생각을 했다. '너는 영화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거지 착한 인물을 연기하는 영화 배우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 이후로 마음가짐을 바꿨다. 배우로서 출연 제의를 계속 받는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한 거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앞으로도 계속 악역만 들어온다고 해도 괜찮다. 악역이라고 해서 다 같은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부분을 찾을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이 아빠가 됐다. 배우로서도 변화가 있을까.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병원에서 함께했다. 이런 경험이 없었다면 느끼지 못 했을 감정이 있었을 것 같다.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들이 당장 연기에 큰 변화를 주진 않더라도, 미미할지언정 배우로서 나의 자산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전에는 배우는 예술가라는 마인드가 있어서 '돈을 하나도 못 벌어도 돼. 훌륭한 배우로 살면 돼'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다. 생각을 달리 하게 된다.

-솔직하다는 말을 많이 들을 것 같다.

"사실 예전에는 솔직하게 말하는 걸 잘 못했다. 그런데 그게 배우로서 결코 좋지가 않더라. 예를 들어 감독님이 어떤 디렉션을 줬을 때 내가 스스로 이해를 못 해도 "알겠다. 열심히하겠다"고 대답을 하는 거다. 그러면 잘못하고 실수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알아듣지 못 했는데 "시정하겠다"고 하는 건 아니지 않나. 무슨 군대도 아니고. 이제는 모르는 건 모른다고 아는 건 안다고 얘기한다. 이게 배우로서도, 또 삶을 살아가는 전반에 있어서도 큰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사진=쇼박스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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