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내부자들’(2015년)에서 조상무 역으로 눈에 띈 연기를 보여준 배우 조우진은 이후 약 20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내로라하는 작품에는 다 출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소비 없이 매번 다른 연기와 캐릭터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최근 개봉한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재정국 차관 역을 맡아 김혜수(한시현 역)와 강렬한 대립을 펼치며 극의 긴장감을 선사했다. 대중에게 ‘호감 배우’로 자리잡았음에도 조우진은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며 겸손해했다.

-막대한 권력을 행사하는 재정국 차관을 연기했다.

“사실 권력을 가진 역은 ‘38 사기동대’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캐릭터는 지금껏 맡은 어떤 역할보다 높은 권력층의 사람이다. 자신감을 느낀 역할은 처음이었다. 내가 이 캐릭터에 접근하며 연구하고 분석한 키워드는 확신이자 신념이다. 자신을 믿고, 또 지위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연구를 많이 했다.”

-시대의 대표적인 ‘꼰대’다. 애드리브도 직접 많이 추가했다고 들었는데.

“한시현(김혜수)의 부하직원인 강윤주(박진주)에게 ‘커피 타와’라고 하는 건 내 애드리브였다. 그리고 IMF를 막고자 하는 한시현의 대책에 박장대소하는 장면 또한 애드리브다. 이 캐릭터라면 그렇게 행동해도 상황에 맞을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다. 감독님에게 마음에 안 들면 편집해도 된다고 말했다. 다행히 감독님이 많은 고민과 작업을 할 수 있게 현장을 열어주셨다. 특히 김혜수 선배에게 고맙다. 내 애드리브에 한 번도 불편해하거나 안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 후배를 이렇게 받아주는 선배가 사실 많지는 않다.”

-캐릭터에 접근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김혜수 선배가 워낙 베테랑이다 보니 그 호흡만 따라가도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말투나 행동, 복장 머리 스타일 등은 지인을 통해 만난 한 검사님의 모습을 차용했다.”

-당시 재정국 관료의 모습은 참고하지 않았다는 건가.

“전혀. 실존인물에 대한 검색조차 하지 않았다. 아예 실존인물이 주인공인 영화라면 최대한 흉내를 내기 위해 데이터 확보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부도의 날’ 속 캐릭터들은 가공된 인물이다. 철저하게 영화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시대에 있을 법한 캐릭터들을 상상력을 가미해 만든 것이다.”

-IMF를 지낸 세대인데 당시 상황이 어땠나.

“나를 돈의 세계로 발을 들이게 만들었다. 등록금이 없어서 대학교를 못 갔다. 정말 충격이었다. 다양한 직업군을 통해 일했다. 시급 2000원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일했다. 호프집, 인쇄소, 레코드점 아르바이트 등을 했다. 삶의 목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하고 싶은 거 하자고 생각했다. 1999년 대학 연극과에 응시했다가 떨어졌다. 엄청 속상했고 고향인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일단 서울에서 연극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극단 워크숍에서 배우면서 무대에 올랐고 그 다음해 대학(서울예대)에 입학해 00학번이 됐다.”

-매 작품에서 다른 연기를 한다는 칭찬을 듣는데.

“해야 할 작품과 의무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이 작품에 필요한 인물로 표현돼야겠다는 생각이다. 몰입을 많이 하는 편이다. 운이 좋게도 매번 결이 다른 작품에 캐스팅 된 것도 있다. 솔직하게 말하면 쉬운 작업은 한 편도 없었다. 연기하기 많이 어려웠기 때문에 더 도전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

-지난 10월 결혼하며 돌 지난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생활을 드러내는 편이 아닌데.

“굳이 감추려고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막 드러내고 싶지도 않다. 모든 아빠가 그렇듯 요즘은 내 아이에게 푹 빠져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지며 느끼는 부담감이 있나.

“워낙 칭찬을 많이 해주시니까 다음 작품에서는 더 큰 고민과 책임감으로 임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생각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긍정적인 반응과 칭찬이 기분 좋기는 하지만 그걸 마음 속에 담아두려고 하지 않는다. 빨리 걷어내야 현재 할 수 있는 걸 잘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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