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 이상이의 답변은 의외였다. 흔히 신인들에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통상적으로 ‘믿고 보는 배우’라는 답이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니 놀라웠다. 그만큼 매 역할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 내재 돼 있었다. 최근 종영한 JTBC ‘제3의 매력’은 제목처럼 이상이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극중 바람둥이 현상현 역을 맡아 절친 온준영(서강준)과 브로맨스는 물론 온리원(박규영)과 로맨스 연기도 완변 소화했다. 올해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시작으로 ‘슈츠’ ‘투제니’에 이어 ‘제3의 매력’까지. 열일 행보를 펼친 이상이는 “아직도 목이 마르다”며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제3의 매력’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

“초반에는 ‘그냥 열심히 하자’는 생각뿐이었다. 중반 이후부터 바람둥이였던 상현이가 리원이를 만나면서 바뀌지 않았냐. 제목처럼 배우 이상이의 제3의 매력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기존에 악역이나 센 역할을 많이 했는데, 상현을 통해 조금 능글맞으면서 서글서글한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었다. 내 입으로 내 매력을 말하는 게 가장 어려운데, 도화지 같은 얼굴 아닐까. 사실 겁도 많고 우유부단한데 앞으로 더 다양한 역할을 맡고 싶다.”

-상현은 외모는 물론 언변에 재력까지 갖춘 인물이었다. 부담스럽지 않았나.

“첫 단추를 끼우는 게 가장 어려웠다. 시놉시스와 대본에도 ‘카사노바’ ‘바람둥이’라는 단어가적혀 있어서 더 부담스러웠다. 실제로는 이성에 인기 많은 스타일이 아니다(웃음). 영화 ‘카사노바’ ‘에스러브’ 등을 보면서 나만의 카사노바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2006년, 2013년 그리고 2018년 현재까지 세 가지 배경이 나오지 않았냐. 시대에 따라 헤어스타일, 패션에 차이를 줬다. 당시 유행한 샤기 컷이나 울프 컷 가발도 시도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에는 여성을 가장 좋아한 시기여서 옷에 더 신경썼다. 리원과 가정을 이루면서는 외적으로 신경을 못 쓰니까 뽀글 머리로 포인트를 줬다.”

-상현은 섹시한 여자가 이상형이었다.

“난 우리 엄마 같은 스타일을 좋아한다(웃음). 엄마 키가 170cm에 코와 눈도 서글 맞게 생겼다. 배구선수 출신답게 키도 크고 이목구비가 서구적이다. 난 한 번 연애하면 진득하게 오래 하는 대신 맺고 끝는 게 확실하다. 초창기 연애할 때는 최선을 다하고 헤어지면 ‘세이 굿바이’하는 스타일이다. 상현이 리원의 부모님과 얘기할 때 능글맞지 않냐. 그 모습도 비슷하다.”

-박규영과 연인 연기가 자연스러웠다.

“나이 또래가 비슷해서 편했다. 규영씨가 많이 도와줘서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리허설 할 때 단순히 넘어갈 것도 의논을 많이 했다. 라면 먹으면서 리원에 반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유리창에 리원의 얼굴이 보여 카메라 동선을 바꿔서 촬영하기도 했다. 표민수 감독님이 아재 코드를 가지고 있어서 상현-리온 커플의 깨알 같은 재미를 살려줬다.”

-서강준과 호흡은 어땠나.

“나보다 두 살 어린데도 배울 점이 많았다. 훨씬 방송 경력이 많은 선배니까. 초반부에 상현이 준영에게 연애 코치를 하지 않았냐. 평소처럼 연기했다. 형, 동생처럼 장난치는 모습이 연기할 때 많이 반영됐다.”

-올해 쉴 틈 없이 달려왔는데.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아직도 목이 마르다. 한계에 부딪쳐보고 싶다. 난 튀게 생긴 얼굴이 아니니까 스스로도 ‘어떤 역할까지 해볼 수 있나?’ 궁금하다. 어떤 역할이든 다 잘할 수는 없겠지만 계속 도전해보고 싶다. 안양예고 재학시절에 MBC ‘서프라이즈’ 등에 재연배우로 연기를 시작했다. 주연 욕심 없냐고? 물론 주연을 바라보면서 연기를 시작했지만, 다 때가 있더라. 급하면 체할 것 같다. 충분히 실력을 쌓고 분명한 레벨에 도달했을 때 할 수 있지 않을까. 건강하게 가고 싶다.”

-‘이상이’라는 이름이 독특이다.

“본명이다. 집안이 다 상자 돌림인데, 둘째라서 둘이를 써 ‘상이’가 됐다. 그렇다고 형이 상일은 아니다(웃음). 난 내 이름이 좋다. 배우 생활을 하다보면,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지 않냐. 이름 앞뒤가 똑같듯이 뫼비우스 띠처럼 연달아 쓸 수 있고, 악역 하다가 선한 역도 하고 잘 맞는 것 같다. 근데 부모님이 기사 검색이 어렵다고 하더라. ‘이상이’ 검색하면 수능 등급 몇 퍼센트 이상이 나온다. 그래도 안 나오면 더 찾게 되니까 장점도 많다.”

-이름 앞에 붙었으면 하는 수식어는.

“‘알아보지 못하는 배우’다. 처음에 뮤지컬 할 때 관객들이 ‘뽈 때마다 초면 같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 때 별명이 ‘초면배우’였다(웃음). 매 작품마다 새롭게 보여서 알아보지 못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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