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배우 오동민은 ‘데뷔 10년’이라는 무게감을 부담스러워했다. 2008년 연극 ‘nabis 햄릿’으로 데뷔, 드라마 ‘나쁜 남자’ ‘판타스틱’ 영화 ‘수성못’ 등에 출연했지만 아직은 시청자들에 낯선 게 사실. 때문에 SBS 종영극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은 유작이라고 생각하고 절실하게 임했다. 잇따른 오디션 낙방에 지쳐있을 때 찾아온 기회여서 더 소중했을 터. 극중 태산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문승재 역으로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었다. 타고난 뺀질이지만 박태수(고수)를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좋아하고 따른 인물. 실제로 만난 오동민은 누구보다 진지했고 배우로서 고민도 많았다. 올해 데뷔 10년을 맞았지만 “이제 시작”이라며 웃었다.

-생애 첫 인터뷰라고.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들어준다는 게 신기하다. 내가 인터뷰를 한다니 하늘이 두 쪽 난 것 같다. 정말 감사하고 재미있다.”

-‘흉부외과’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와 비교해보면.

“캐스팅 소식도 기뻤지만 그 만큼 두려움과 부담이 컸다. 당시 오디션을 많이 봤지만 계속 떨어져서 ‘이를 갈고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이 극에 달해 있었다. 실제 방송용 대본에서 발췌한 5개 신이 있었는데, 의학 용어 등을 공부하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되기 때문에 더 준비를 많이 했다. 탄현 SBS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에어컨을 세게 틀어놔서 너무 추웠다. 긴장도 많이 하고 너무 추워서 준비한 만큼 연기를 못 보여준 것 같았는데, 캐스팅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문승재 역과 싱크로율이 높아 보였다.

“처음엔 비슷한 점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딱 너다!’ ‘찰떡 캐스팅’이라고 하더라. 승재와 난 동 떨어진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점점 동화됐다. 내 안에 귀엽고 때 묻지 않으면서 거침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말괄량이 모습이 있더라. 실제로는 좀 진지다. 웃기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이번에 선배들과 촬영하면서 ‘어쩜 이렇게 순발력이 좋고 센스가 넘치는지’ 감탄했다. 선배들이 현장에서 노는 걸 보면 열등감이 생길 정도였다.”

-의사 역할 힘들지 않았나.

“의사 친구들이 몇 명 있어서 조언을 많이 구했다. 의학 관련해서는 A, B, C도 모르는 상태여서 아주 기초 단계부터 하나하나 조사하고 물어봤다. 친구들을 많이 귀찮게 했다(웃음). 자문의 선생님께 조언도 얻고 실제 수술 참관도 했다. 아버지께서 실제로 캐비지 수술(CABG, 관상동맥우회술)을 해서 작품 속에 해당 수술이 등장할 때 조금 더 마음이 쓰이더라. 실제 의료계 종사자자들에 누가 될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고수와 호흡은 어땠나.

“고수 선배의 깊이에 감동 받았다. 극중 큰 사고를 내고 창고에 숨어 있는데, 선배가 위로해주는 신이 있었다. 무서우니까 발이 안 떨어지지 않냐. 선배가 ‘힘들지 승재야?’라고 하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진짜 울었고 많이 위로 받았다. 고수 선배는 어떤 대사를 하든지 여유로웠다. 연기할 때 진짜 박태수로 살고 있는게 느껴졌다. 진짜 감정을 던져주니까 연기하는 것 같지 않더라. 배우 고수가 아니라 박태수로 바라보게 됐다. 선배 덕분에 계산하지 않고 살아있는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4개 국어를 하는 엘리트라고. 의사를 꿈 꿔 본 적은 없나.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잘했지만 의사를 꿈 꿔 본적은 없다. 원래부터 배우가 꿈이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영화광이라서 같이 손잡고 영화를 많이 보러 다녔다. 용기를 못 내고 부모님 뜻대로 대학에 진학했는데 너무 큰 좌절감을 느꼈다.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로 들어가 1학년 때 고3 때처럼 공부해서 행정학과 배정을 받았다. 고3이라는 큰 관문을 넘어 행정학과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는데, 또 고시를 보고 조직생활 하는 걸 상상하니까 안 되겠더라. 그 때 용기를 내서 배우로 진로를 바꾸었다. 어머니가 ‘언젠가 배우 할 줄 알았다’고 하더라(웃음).”

-올해 데뷔 10년을 맞았다고.

“횟수로 데뷔 10년인데 부끄럽다. 10년 무게감이 있는데, 배우로서 이제 막 시작하는 것 같아 부담이 크다. 사실 우여곡절이 많았다. 데뷔 했지만 많은 부름을 받지 못했고, 2010년 드라마 ‘나쁜 남자’가 끝난 후 군대에 다녀왔다. 독립영화 하다가 이제 막 메이저리그 넘어 온 느낌이다. 진짜 선수들이 있는 곳에 온 것 같다고 할까. 지상파 드라마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며 연기한 건 ‘흉부외과’가 처음이다. 올해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 들어왔는데 시작이 좋아서 뿌듯하다.”

-배우로서 목표는.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 작품을 하고 싶다. 좋은 변화를 이끌어 주는데 배우로서 영향력을 사용하고 싶다. 지금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지만, 나중에 선택해야 된다면 이 기준에 따라서 연기할 거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먼저 아닐까.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는 믿음이 있고 그걸 증명하고 싶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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