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정수교가 대세배우로 떠올랐다. 최근 종영한 MBN ‘마성의 기쁨’과 tvN ‘백일의 낭군님’ 모두 흥행에 성공하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마성의 기쁨’에서는 소속사 사장 김범수 역을 맡아 배우 주기쁨(송하윤)을 사사건건 방해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반면 ‘백일의 낭군님’에선 미워할 수 없는 사채업자 마칠 역을 맡아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했다. 2년여 간의 공백기를 가진 후 출연한 작품이라서 더 기뻤을 터. 동네 형처럼 편안한 역도 맡고 싶다며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마성의 기쁨’ ‘백일의 낭군님’ 모두 흥행했는데.

“두 작품 모두 사랑 받아서 기쁘다. 촬영과 방송도 비슷한 시기에 진행됐는데, 내 입장에서 어느 한 작품이 안 됐으면 드러내 놓고 기뻐하지 못했을 것 같다. 고생의 정도는 똑같으니까. 여름에 워낙 더울 때 촬영해 그 때 흘린 땀이 시청자들에 보답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마성의 기쁨’ 속 악덕 사장 캐릭터 어떻게 접근했나.

“누구한테 조언 받거나 롤모델 삼지는 않았다. ‘이런 사람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 게 첫 접근이었다. 극중 캐릭터가 40대인데, 외모는 차이가 없지만 실제 열 살 정도 차이난다. 어렸을 때부터 새치가 많아서 이번 역할에 활용하고 싶었다. 범수는 껌을 많이 씹지 않았냐. 내 아이디어였다. 약간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살리고 싶어서 껌을 씹으며 연기했다. 여러 종류의 껌을 씹어봤는데 자일리톨이 가장 소리가 잘 나더라(웃음).”

-최진혁, 송하윤과 호흡은 어땠나.

“촬영 초반에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 최진혁, 송하윤 선배 모두 저보다 실제로 한 살 많을 뿐 아니라 경력도 오래됐다. 근데 내가 ‘선배님’이라고 부르면 두 분 모두 나한테 ‘선배님’이라고 불렀다. 내가 노안이라서 오래 연극하다가 매체로 옮겨온 줄 알았다고 하더라. ‘선배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면 ‘선배님 오셨어요’라고 해 당황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편해져 즐겁게 촬영했다.”

-김범수vs마칠 비교해보면.

“실제로는 마칠과 비슷한 점이 많다. 마칠처럼 독단적이지는 않지만, 흔히 말하는 경상도 남자 스타일이다. 낯가림도 있지만 무뚝뚝하지는 않다. 말이 좀 많고 장난치는 것도 좋아한다. 한 번 아니다 싶으면 뒤도 안 돌아본다. 김범수는 사람들의 말을 듣기보다 마이웨이로 밀어붙이지 않았냐. 범수의 행동이 이해 안 될 때도 많아서 감독님에 조언을 구했다. ‘그냥 이런 사람이 있구나’라고 받아들이게 됐다.”

-‘백일의 낭군님’에서 도경수, 남지현과 호흡은 어땠나.

“정말 좋았다. 배우가 연기를 잘해야 되는 건 당연하다. 주조연을 나누는 건 그렇지만 도경수, 남지현씨를 통해 작품에서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갖춰야 될 게 무엇인지 알게 됐다. 두 사람 모두 배려심이 깊다. 스케줄도 많고 힘들 텐데 전혀 내색하지 않고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김우빈과 인연 깊은데.

“데뷔작인 영화 ‘친구2’에서 우빈이를 처음 만났는데 많이 챙겨줬다. 동생이라고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많이 의지하면서 배웠다. 형 같은 동생이다. ‘함부로 애틋하게’(함틋)도 우빈이가 이경희 작가님께 나를 추천해 출연할 수 있었다. 지금 소속사도 우빈이가 정훈탁 대표님을 소개해줘 인연을 맺었다. (비인두암 투병 후에도) 종종 연락하는데 지금 많이 호전됐다. 우빈이는 아파도 어두웠던 적이 없다. 물론 힘들어 하지만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 한 작품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

-2016년 이후 공백기 있었는데.

“2년 동안 일이 잘 안 풀렸는데,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힘든 시기를 잘 견뎌서 이번에 두 작품 모두 잘된 게 아닐까. 사실 아내가 출근하면 집안 일 해놓고 책상에 앉아서 종이에 ‘문제가 뭘까?’ 써보곤 했다. 고민한 기간이 꽤 길었는데, 좋은 사람들 덕분에 생각을 바꾸었다. 영화 ‘마스터’ 끝나고 아내와 결혼했는데, 경제적인 부담을 아내에게 줘 미안하다.”

-연기 잘할 것 같은 이미지 부담스럽지 않나.

“외모 때문인 것 같다(웃음). 오히려 ‘너는 외모 때문에 연기를 잘해야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내 외모에 대해 굉장히 만족한다. 웃을 때와 무표정일 때 차이가 커서 연기하기 좋은 얼굴 같다. 순박한 시골 청년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 주인공 욕심? 물론 있다. 재벌뿐만 아니라 동네 삼촌, 백수도 주인공인 작품도 있지 않냐. ‘마성의 기쁨’을 통해 ‘분노 유발자’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다음 작품에선 동네 형처럼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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