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투자와 신산업 개발이 부족해 주력 산업들이 붕괴돼 어려워져"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이 '국가 비상사태 수준'이라고 밝혔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가 지난 7월 10일 오후 서울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업과 혁신 생태계 특별대담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에 따르면 장 교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케임브리지대학교 한 강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가 비상사태 수준"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 받아들이는 게 첫 해결 방안"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한마디로 몸이 약해져 있으니 영양제 주사 한번 놔준 것으로 나쁜 건 아니지만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며 "영양제 맞았으면 운동도 하고 식생활도 개선해야 몸이 튼튼해지는데 소득주도성장에는 체질 개선 얘기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지금 경제 상황은 분배가 잘못되고 재벌이 너무 많이 가져가서 생긴 것도 아니고, 정부 규제가 많아 생긴 것도 아니다"며 "그동안 투자와 신산업 개발이 부족했기 때문에 주력 산업들이 붕괴되면서 어려워진 것"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우리 경제의 체질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 위기 이전 투자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35%였는데 그 이후 29%로 떨어졌고, 그중에서도 국민 경제 생산성과 맞닿아 있는 설비투자 등은 반 토막이 났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매년 정부는 10개가 넘는 신산업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는 혁신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돈 생각 하지 않고 기업의 기초 연구에 예산을 지원해야 하고, 기업도 진짜 상용화할 수 있는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는 것이 장 교수의 주장이다. 

장 교수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확실히 앞서 있는 건 반도체 정도인데 이마저 시진핑이 나서서 국책사업으로 공장 17개를 지으라고 하고 있다"며 "중국이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유럽도 따라잡는다는 말이 나온다. 기본 경제 체질이 약한 우리 입장에서 성장, 복지 논쟁을 하는 건 변죽 두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복지정책에 대해 "단순히 평등하게 돈을 나눠 쓰자는 식이 돼선 안 된다"며 정부와 기업, 노동자가 함께 먼 미래를 보고 장기적인 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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