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의 예매 창구장의 보헤미안 랩소디' 상영 시간표/연합뉴스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세가 무섭다. 개봉 8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좀처럼 꺾일 줄 모르는 관객 동원력을 과시하고 있다. ‘국가부도의 날’ ‘도어락’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3위로 내려앉는 듯 했으나 지난 주말 다시 반등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 수 700만 명을 돌파하며 올해 흥행영화 TOP3에 이름을 올린 동시에 역대 최고 음악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개봉 전에는 대중적 인지도가 전무했던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제 단순한 인기를 넘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 퀸의 명곡, 4050세대부터 1020대까지 관통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라미 말렉/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에 따르면 ‘보헤미안 랩소디’는(이하 10일 기준) 국내 매출 614억 원을 기록했다. 전세계 흥행 영화 순위를 제공하는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 주말까지 세계적으로 제작비(5200만 달러) 대비 10배 이상인 5억9000만 달러(한화 6717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눈에 띄는 건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도 한국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는 것이다. 개봉국인 북미(1억7356만9170달러)와 ‘퀸의 고향’인 영국(5469만807달러)에 이어 흥행 수익 3위(4656만8014달러)를 기록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 연령층의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는데, ‘퀸 세대’로 불리는 4050세대 관객을 넘어 1020세대에게도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부모 세대와 자녀가 함께 영화를 관람하며 열풍을 주도했다. 전 세대를 공감할 수 있던 이유는 퀸의 명곡들이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친화적인 장르이기 때문이다. 임진모 음악 평론가는 “진짜 전설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함께 하는 것”이라며 “퀸을 아는 4050대와 퀸을 몰랐던 젊은 세대가 퀸에게 공감하고 움직였기에 퀸 열풍이 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마이너 프레디 머큐리 삶, 젊은 관객에 통했다

3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보헤미안 랩소디' OST를 듣고 있는 시민. 연합뉴스.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의 삶을 다룬 스토리에 깊은 흥미를 느끼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무대 위와 밖이 전혀 다른 삶을 산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조명하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프레디 머큐리의 실제 삶은 마이너에 가까웠다. 탄자니아 잔지바르 태생으로 본명은 파로크 불사라다. 영화에서도 프레디 머큐리의 집안은 파시(Parsi)라고 표현되는데, 인도의 소수 민족 중 하나다. 중세 시대 사산조 페르시아가 이슬람에 멸망하면서 인도로 피난 온 이란인의 후예다.

소위 말하는 ‘백인’도 아닐뿐더러 소수 민족이며 성 소수자인 프레디 머큐리가 영국 음악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 점이 영화의 감동을 더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젊은 관객들이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보며 연민 등 다양한 감정 이입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프레디 머큐리는 퀸을 ‘부적응자들을 위한 음악을 만드는 부적응자들’이라 칭한다. 프레디 머큐리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과 고달픈 청춘의 이야기를 음악에 담으며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실 속 좌절을 겪는 젊은 세대가 마이너인 프레디 머큐리의 삶에 이입하는 듯하다”며 “영화의 메시지가 ‘위 아 더 챔피언’ 같은 음악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더 큰 호소력과 공감대를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 프레디 머큐리 패러디 이어 광고 음악 재등장

지난 2일 방송된 MBC '지상 최대의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 방송화면/MBC 제공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은 사회 문화계에도 전파되고 있다. 김영철, 유세윤, 김신영, 전현무 등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흰색 러닝과 콧수염, 마이크 스탠드로 프레디 머큐리를 패러디했다.

실제 라이브 에이드 생중계 유튜브 영상은 지난 11월 23일 1억 뷰를 돌파함에 따라 방송국에서도 퀸의 열풍에 맞게 분주하게 움직였다. MBC는 지난 2일 밤 11시 55분부터 100분 동안 ‘지상 최대의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를 방송해 늦은 밤 시간대에도 4.1%(전국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시청자 게시판에는 재방송 요구가 빗발쳤다. 이어 MBC는 10일 퀸 신드롬을 되짚어 보는 ‘내 심장을 할 퀸’을 편성했다. 방송 최초로 퀸의 대표곡 ‘보헤미안 랩소디’가 탄생한 스튜디오를 공개하고 40년의 역사를 함께한 현지 팬들을 만나 국내에선 공개되지 않았던 퀸의 생생한 이야기를 다뤘다. 국내 싱어롱 상영관의 모습도 담았다.

광고계에서 사랑 받은 퀸의 음악들이 최근에 다시 재등장하기도 했다. 하이네켄, 쌍용, 현대증권 등의 CF삽입곡은 모두 퀸의 곡들로 이뤄졌다. 광고계 관계자는 “영화의 흥행으로 퀸의 삶과 노래가 재조명 받고 있다. 광고계에도 그 효과가 전달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기대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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