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어음', 산업에 유동성 공급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연쇄 부도 일으키기도
어음·외상매출금 포함하는 '매출채권', 자본력 약한 중소기업에 더 위험

[한스경제=박재형 기자] 최근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20년 전 IMF 사태 전후 우리 사회를 때로는 구체적으로, 때로는 추상적으로 그려냈다. 영화적 허구가 다소 포함됐지만 실재했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당시 우리 사회를 뒤덮었던 암울함과 충격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극 중 배우 허준호가 맡은 갑수는 IMF 당시 서민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국가 경제 위기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갑수는 대형 백화점에 물건을 납품하는 큰 계약을 하고 꿈에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백화점의 부도로 갑수가 현금 대신 받은 어음은 휴지 조각이 되고 만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의 한 장면. 갑수(허준호 분)는 대형 백화점에 납품을 하며 거래대금을 어음으로 지급받았지만 경제 위기로 인해 백화점이 부도가 나버려 거래처에 자금 상환 압박을 받는다. /사진=네이버 영화.

이 영화에는 국가 경제 위기 사태로 인해 하나의 기업이 부도가 나면 관련 거래처들이 어떻게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는지 과정이 나와 있다. 이를 설명하는 중요한 장치가 ‘어음’이다. 어음은 발행하는 사람이 일정 금전의 지급을 약속하거나 제3자에게 그 지급을 위탁하는 유가증권이다. 어음은 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어음을 발행한 기업이 자금 흐름이 막히거나 부도를 맞으면 그 여파가 어음으로 대금 지급을 약속 받았던 기업으로까지 넘어가게 된다.

◆매출채권보험 이용하면 50억원 이내·손실액 80%까지 보상

이런 어음과 외상매출금을 포함하는 ‘매출채권’은 특히 중소기업에게 더 위험하다. 자본이 풍부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치명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중소기업 등을 위해 매출채권 부실로 인한 위험성을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운영 중이다.

신용보증기금은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위탁 받아 중소기업 지원하는 공적보험제도인 ‘매출채권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채권보험은 중소기업, 중견기업 등이 물품이나 용역을 제공하고 발생한 매출채권(외상매출금 또는 받을 어음)을 보험에 가입했다가 거래처의 채무불이행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는 제도다.

피해 보상은 최대 50억원 내에서 보험가입금액을 기준으로 발생한 실제 손실액의 80%를 한도로 받을 수 있다. 보험료는 가입 기업의 신용도, 매출채권 관리 능력, 거래 업체 신용도, 매출채권 결제 기간 등을 통해 산정되며 평균 보장 한도 금액의 1.5% 수준이다.

가입대상 기업은 2015년부터 확대돼 담배, 총포 도매업, 주류 도매업, 귀금속 도매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전체 중소기업이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매출채권보험구조./자료=신용보증기금.

창업기업이 원활하게 재화나 용역을 외상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타트업 매출채권보험’도 있다. 보험의 특성 상 기존 매출채권보험은 물건을 판매하는 보험계약자에게 혜택이 집중됐지만 신보가 2016년 출시한 스타트업 보험은 창업초기 구매기업에 대해 신보가 사전 보험한도를 설정해 상거래 안전을 보증하고 외상구매가 어려운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이 보험은 고용 및 매출액 증가 효과가 높은 창업 3년 이내 제조 및 지식서비스업 기업이 대상이다.

신보는 또 중소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을 위해 규모가 작고 인터넷을 활용한 신청과 당일 심사로 하루만에 가입이 가능한 ‘간편인수 매출채권보험’(보장금액 1~2억원, 보험료율 1%)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 수출기업 납품으로 받은 매출채권...즉시 현금화 가능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용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일자리공급망 보증' 무역보험 제도를 내년 1월중에 시범 운영 후 2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일자리공급망 보증은 수출구매기업이 은행과 사전에 약정을 체결하고 납품 중소·중견기업이 계약에 따라 발생한 매출채권을 자사 채무부담없이 은행에서 즉시 현금화하고 수출기업이 은행에 이를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무역보험공사가 보증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이용하는 중소기업 등은 수출기업에 납품 즉시 매출채권을 은행에서 현금화 할 수 있지만 기존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제도와 달리 채무부담이 수출기업으로 이전되고 수출기업의 지급은 무역보험공사가 기업 신용도에 따라 보증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최근 악화된 경영환경에서 납품 중소·중견기업의 경영자금 조달이 쉬워질 수 있도록 하고 수출기업의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차단한다. 수출기업은 납품 중소기업의 경영여건 개선에 따라 수출제조업 관련 원부자재 공급을 안정적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직접수출 기업이 아닌 수출용 원부자재 납품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는 최초의 무역보험 상품으로 무역보험의 범위가 공급망의 중간단계인 간접수출과 서비스수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과 참여은행을 중심으로 운영시스템 구축과 시스템 개발이 진행 중이며 금감원 승인 등을 거쳐 내년 초 시범 운영을 실시하고 2월부터 본격적으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후 1년 동안 제도를 시행한 뒤 2차 벤더 이하로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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