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공블리’로 불리는 배우 공효진이 영화 ‘도어락’을 통해 색다른 연기를 펼쳤다. 전작 ‘미씽: 사라진 여자’(2016년)에서 처절한 모성애와 섬뜩한 연기를 보여준 공효진은 ‘도어락’에서 1인 가구 범죄 피해자 경민 역을 맡아 범인으로 인해 느끼는 공포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을 ‘생고생’하며 온몸으로 표현한 공효진은 “내 무덤을 파는 것 같아 밀쳐내려고 했다”면서도 “결국 운명처럼 다시 만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도어락’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미쓰 홍당무’(2008년)처럼 나를 고군분투하게 하는 영화를 만나야 될 때 가 됐다고 생각했다. 책임져야 할 게 많아서 정신을 놓을 수 없는 작품을 만나야 할 시기라고 해야 할까. 나를 한 번 더 괴롭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용기 없는 소리만 하면서 출연을 미뤘는데 결국에는 내게 다시 돌아오게 되더라.”

-각색에도 참여할 만큼 영화에 대한 열정이 상당했나.

“뻔하게 문 열고 봉변을 당하는 설정 등 클리셰가 많았다. 굳이 내가 연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장면들이 있었다. 이 작품이 내가 주인이 돼야 한다고 매달리는 느낌이 처음에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영화에 흥미가 없는 장면을 설명하다 보니 몇 장면이 바뀌게 된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감독님이 불을 지르고 싶어 했다. 그건 감독님의 판타지라고, 너무 흔한 장면이라고 했다.”

-주인공 경민은 할 말도 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실제 성격과는 차이가 있을 텐데.

“그래서 연기할 때 답답했다. 내 실제 모습이 투영될까 봐 많이 가리고 낮췄다. 평범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더 힘들다. 목소리 톤을 낮추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부분을 첨가하려고 했다.”

-영화 프로모션으로는 최초로 TV홈쇼핑에 출연하며 홍보했다.

“그 동안 했던 홍보는 주로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거였다. 그런데 영화 홍보를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었다. 홈쇼핑 출연 생각은 엄지원 언니랑 ‘미씽’ 때부터 해왔던 거였다. 그 때는 홈쇼핑 라인업이 다 정해져 있어서 무산이 됐다. (웃음) ‘미씽’과 지금 배급사가 같은 데라서 이번에는 홈쇼핑을 꼭 잡아달라고 했다. 다들 처음에는 황당해했지만 나중에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재미있던 작업이었다.”

-최근 남성 혐오가 이슈가 되고 있다. 범인은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설정이 부담되기도 했을 텐데.

“이 영화의 개봉 시기가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생각은 많이 했다. 이 영화를 보면 남자들이 마치 잠재적 범죄자처럼 의심스러워 보이고 그런 부분이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이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남자고 범인이 여자였다면 과연 덜 무서웠을까 싶다. 이 영화를 만들 때 성별은 큰 화두가 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범인과 피해자가 1대 1로 싸울 때 이길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오히려 더 중요했다. 범인과 내가 서로 역할을 바꿔서 연기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맡는 역할이 다른데.

“매체의 특성인 것 같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한 없이 착한 여자고, 험한 세상을 잘 헤쳐나가려 한다. 남자에게 기대지 않으려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런 캐릭터들이 많다. 계속 똑같은 걸 반복하는 게 답답했다. 반면 영화에서는 실험적이고 대범한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 확실히 영화

를 하면서 갈증이 풀린다. 다음 영화 ‘뺑반’에서는 쿨한 여자 경위를 맡는다. 그 동안 맡은 주인공 중에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다. 걸크러쉬다.”

-왜 ‘공블리’로 불린다고 생각하나.

“내가 전형적인 미인이 아니지 않나. 외모의 완벽함이 아니고, 사랑스럽다는 뜻인 것 같다. 물론 나도 항상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은 있다. 다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요즘 워낙 빼어난 미인들이 많지 않나. 하지만 오히려 밋밋한 나 같은 얼굴이 언젠가 ‘레어템’이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웃음)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하니까.”

-원톱 주연이나 다름 없는데 흥행에 대한 기대가 크겠다.

“큰 기대는 없다. 수 년 간 경험해보니 굳이 내가 기대한다고 해서 잘 되는 건 아니더라. 설사 흥행이 안 된다 해도 내 인생에 큰 지장은 없었다. 거기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평가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상업적인 색깔을 띤 스릴러라는 점에서 전작들보다 관객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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