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49명 정원…의료취약지·공공보건의료 분야 10년간 의무근무
학계·시민단체·지역 보건소 의사 등 보건의료인력 확대 필요성 공감
'공공보건의료 인력양성 방안 정책토론회' 모습.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김태년 의원, 권덕철 복지부차관/제공= 보건복지부

[한스경제=홍성익 기자] 심화하고 있는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4년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이 오는 2022년까지 전북 남원에 설립될 가능성이 커졌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의료취약지와 필수 공공보건의료 분야 등에서 지속해서 근무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4년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바람직한 공공보건의료 인력양성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방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의 대표발의로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의 중이다.

4년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은 오는 2022년 전북 남원에 49명 정원으로 대학원을 설립하고, 선발 인원은 시·도별로 배분할 계획이다.

학비는 전액 정부가 지원하고, 학생은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도서 지역이나 농어촌 의료취약지의 지방의료원 등에서 일정 기간 근무해야 한다.

의무 근무 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 있다. 또 의무 근무를 하지 않은 졸업생의 경우, 지원금을 환수하는 것은 물론 의사 면허를 취소하고 10년 내 재발급을 금지토록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형선 연세대 보건과학대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자(한의대 제외 시)는 6.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2.1명의 절반 수준”이라며,“이로 인해 전공의를 채우지 못하는 필수전문 과목이 속출하고 있고, 의료취약지나 지방 오지에는 웬만큼 돈을 지불해서는 의사를 근무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협회의 반대를 이유로 의대 정원 감축·동결 정책이 계속되면서 의료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정부는 의사 양성이 의사 서비스의 정상화를 위한 전제임을 인지하고 의대 인프라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심화하고 있는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원 설립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지역 인력 확충이 아니라 지역보건의료사업을 선도하고 공공보건의료의 역량을 제고할 핵심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부족한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국립공공의대 설립 필요성은 그간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올해 관련 정부예산이 편성되는 등 본격적인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4월11일 당정협의 발표 이후 교육부의 대학 설립 타당성 심의 등을 거치면서 절차적 타당성을 확보했고, 토론회 등을 통한 의견수렴을 거치면서 관련 법안도 조속히 처리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향후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을 비롯한 정부의 다양한 공공보건의료 인력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공공보건의료 인력 양성…학계·시민단체·지역보건소 의사까지 확대 공감

공공의료인력 양성에 중점을 둔 의사인력 확대를 주제로 마련된 이날 토론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하 의협)를 제외하고 학계·시민단체·지역보건소 의사까지 공공보건의료 인력 확대에 공감을 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인 김태년 의원이 마련한 ‘바람직한 공공보건의료 인력양성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공공의료인력의 심각한 공급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각 계의 고민과 대안이 제시됐다.

이번 토론회에서 국회와 정부, 학계, 시민단체들은 공공의료를 수행할 의료인력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서비스를 안전하게 받는 것이다. 환자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의사인력 부족이라고 본다.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결국 의사”라며 “의료수가를 인상한다고 해도 의사들이 기피과를 가거나 지방을 가지는 않는다. 환자와 의사 모두를 위해서라도 공공의료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은 “의료인력 부족문제는 인구정책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출생률이 3.0명 이하로 감소했을 때 산아제한 정책의 문제를 인지하고 대책을 세웠다면 지금과 같은 저출산 위기를 맞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사가 없는 지역이 산재하고 필수진료과목 전공의 모집이 수년째 힘든 상황 등을 보고도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면 결국 책임은 우리가 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의협은 공공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의사인력 확대는 공공의료에 대한 이해부터 잘못한 상태에서 진행하고 있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성종호 의협 정책이사는 “공공의료라는 용어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용어로, 의료행위를 공공의료와 민간의료로 구분할 수 있는가부터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는 의료취약지 해소를 위해 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겠다고 하는데 의료취약지는 세계 어디에나 있다. 문제는 의료편중인데 이는 공공보건의들의 직업 불안정성, 의사들의 정체성이 배경”이라고 말했다.

승진이 제한되는 계약직 보건소장에 어떤 의사가 지원할 것이며, 수익을 문제로 병원이 흉부외과·산부인과 전문의를 채용하지 않는 사회에서 어떻게 기피과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겠냐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의협의 주장에 지역 공공보건의료 현장과 학계는 바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비지정 토론자로 참석한 전남 보건소 진료과장은 “의협의 주장대로라면 공공보건의료 인력은 더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남은 도서지역이 많은 지역 특성상 의료취약지역이 다수 있으며, 이미 수차례 의료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이송 중 사망한 환자가 발생한 바 있다.

전남도 진료과장은 “본인도 의사지만 의협의 주장대로라면 의사를 위해서라도 공공보건의료를 위한 의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며 “오히려 고교졸업생도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방안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반쪽자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발제를 진행한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지역간, 전공간 배분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인력 증원이 있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한 측면이 있다”며, “국민안전과 직결된 문제인데 왜 의사인력이 증원돼선 안된단 것인지는 증원을 반대하는 측에서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준섭 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력은 양질이 담보돼야 한다. 공공의료인력도 마찬가지”라며, “양질의 의료인력 배출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국립공공의대 설립이다. 공공의대는 양적인 공급과 함께 질적인 측면에서도 공공의료의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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