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내시경적 역행성 췌담관조영술·디지털 담도내시경 통한 조기 진단·치료
경희대병원, 서울 소재 대학병원 최초 디지털 담도내시경 도입 후 최다 시술
별다른 이상증후가 없어 90% 이상의 환자가 진단 후 1년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예후가 나쁜 췌장암과 담도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확한 조기진단이 중요하다./사진=픽사베이

[한스경제=김소희 기자] 스티븐 잡스와 이왕표의 사망 원인으로 꼽히며 세상에 알려진 췌장암과 담도암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문제는 췌장암과 담도암이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는 데 반해 진단이 되면 환자의 90% 이상이 1년 내에 사망할 만큼 매우 위험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두 장기 모두 몸속 깊숙이 위치해 있어 관리와 검사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실정이다. 

동석호·오치혁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소화기센터 교수는 주변에 중요한 혈관이 많고 복강이나 간과의 근접성이 높아 중요한 췌장과 담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정확한 조기진단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 뚜렷한 증상 없는 췌장·담도암, 조기발견이 중요

12일 동석호·오치혁 교수에 따르면 췌장암과 담도암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이라고 해도 간헐적인 복통과 소화불량, 식욕부진으로 인한 체중감소 등 생활 속에서 무심코 넘길 수 있는 증상일 뿐이다.

하지만 증상과 달리 암 자체는 매우 무서운데, 실제 췌장·담도암 환자의 90% 이상이 진단 후 1년 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췌장·담도암의 병변이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대신 위험인자로 흡연, 비만, 만성췌장·담도염, 가족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동석호·오치혁 교수는 모든 질환이 그렇듯 췌장·담도 병변 역시 내시경역행담췌관조영술(ERCP)과 담도내시경을 통한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RCP는 담도 및 췌장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이용되는 표준시술로 내시경과 방사선을 동시에 활용해 검사와 시술을 시행한다. 이는 담도와 췌관의 입구인 십이지장 유두부까지 내시경을 통해 접근한 다음 담도로 조영제를 주입하고 방사선 촬영을 한 후 담도 및 췌장의 상태를 확인해 검사와 치료를 시행하는 방식이다.

동석호 교수는 “ERCP는 개복하지 않고 결석, 암 등 질환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담석증, 담도협착 등의 치료까지 시행할 수 있어 매우 활용도가 높다”며 “다만 내시경을 이용한 시술 중 가장 어려울 정도로 시술의 난이도가 높고 동반되는 합병증의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술자의 능숙함과 전문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ERCP는 병변이 위치하는 담관 내부를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아닌 X-ray 영상만을 이용해 간접적인 방법으로 확인, 진단 및 치료에 어려움이 생기는 한계가 있다.

동석호 교수는 “검사의 난이도를 떠나 암의 발견 및 조직검사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담도 및 췌장의 병변을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검사법이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화기센터 동석호·오치혁 교수팀이 췌장·담도암의 조기진단 및 정확도 향상을 위한 시술을 진행하고 있다./제공=경희대병원

◇ ‘디지털 담도내시경’ 통한 정확성 향상

담관 내 병변 진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직접 눈으로 혹은 영상을 통해 병변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병변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진단을 위한 개복은 환자, 의료진 모두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2015년에 개발된 일회용 담도내시경인 스파이글래스 DS(SpyGlass DS)가 보급되면서 진단 및 치료법의 변화가 이뤄졌다.

스파이글래스 DS는 고화질의 카메라가 장착된 매우 얇은 내시경으로, 이를 십이지장 유두부로 직접 삽입해 담도 내부를 선명한 영상으로 직접 관찰하며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게 됐다.

오치혁 교수는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소화기센터는 스파이글래스를 2016년 서울 소재 대학병원 최초로 도입해 지금까지 최다 케이스 시술을 시행해 암뿐만 아니라 담석질환의 비수술적 치료에도 획기적인 치료성적을 이루고 있다”며 “담도 및 췌장질환의 조기진단 및 정확성과 함께 신속하게 시술, 치료까지 이어질 수 있어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집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파이클래스 DS는 매우 고가의 장비인 동시에 시술의 난이도가 높다는 제한점에서 국내 도입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 경희의료원을 포함해 국내 9개 병원만이 스파이글래스 DS를 사용하고 있다.

오치혁 교수는 “하루빨리 신 의료기술 인정 및 수가 책정 등 정책적인 지원으로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더 높은 의료기술을 제공하게 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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