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되살아나는 조선업 업황을 두고 한 말이다. 실제 조선업체들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주 절벽’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최근 들어 글로벌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을 휩쓸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조선주(株)’ 역시 오랜만에 만난 수주 호조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7000원(5.26%) 오른 14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역시 130원(1.76%), 3000원(8.89%) 상승한 7530원, 3만6750원에 마감했다. 

◆ 국내 조선업체들, 글로벌 조선 시장 수주량 1위 탈환

이러한 조선주의 강세는 증시 부진 속에서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글로벌 조선업황 개선 흐름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 조선업체들 역시 2016년부터 이어진 수주 보릿고개를 넘어서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2012년부터 ‘만년 2위’에 머물던 국내 조선업 수주량은 올해 7년 만에 1위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국내 조선업체들의 누적 수주량은 1090만CGT(Compensated Gross Tonnage)로 874만CGT를 기록한 중국을 앞섰다. 이 기간 수주 점유율 또한 한국은 42%, 중국이 34%였다.

연말 들어서는 LNG선을 중심으로 수주 계약이 몰리면서 장기적으로 조선업체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이달 들어서만 LNG선 3척을 수주했다. 현재까지 국내 조선 3사의 LNG선 수주 실적은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25척,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15척, 13척으로 모두 53척이다. 지난해 11척보다 5배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조선사들의 수주 뉴스가 집중됐다”며 “이달 크리스마스 휴가 시기를 앞두고 기존 진행 중인 수주 계약들이 마무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중국 조선업체가 주름잡던 중소형 LNG선 수주를 처음으로 성공하며 선종 다변화에 나섰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NG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적은 수요의 국가에 운반하기 위한 소형 LNG선이 필요하다”며 “또 LNG 연료(LNG-Fuel) 확산에 따른 LNG벙커링을 위한 소형 LNG선 수요도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소형 LNG선 시장이 열린다면 현대미포조선이 과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 LNG선 중심으로 수주 증가 전망…실적 개선 기대

증권가에서는 LNG선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이 셰일가스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는 데다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친환경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면서 LNG 물동량이 증가하고 LNG선 운임이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혜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수적으로도 내년 LNG선은 50척 이상 발주될 전망”이라며 “LNG선은 국내 조선3사가 독식하는 선종인 만큼 각 사 평균적으로 15척 이상, 약 28억달러(약 3조2000억원) 가량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연구원 또한 “현재 LNG선 호황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액화설비를 건설중이거나 개념설계를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고려해도 2021년부터 4년 간 LNG선 수요가 315척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유럽 등 세계 주요 항구에서 석유연료 판매량이 감소하는 반면 LNG 판매량이 증가하는 점도 LNG선 수요 확대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료 판매실적 변화는 선주들의 선택이 LNG로 바뀐다는 걸 보여준다”며 “곧 LNG선 투자 움직임이 늘어나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량 증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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