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G전자, 트롬 16kg 의류 건조기 안전인증 없이 예약 판매
14kg 건조기 먼저 선보인 삼성전자 의식했나
2014년 세탁기 논란과 닮은꼴…불법 불사하는 관행 탈피해야
LG전자 '미인증' 건조기 논란 LG전자가 트롬 16kg 의류 건조기(사진)를 KC안전인증 없이 예약 판매하다 뒤늦게 적발됐다. 관할 당국은 최종 위법으로 확인되면 형사고발과 행정조치에 나설 방침이다./사진=LG전자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LG전자가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신제품 의류 건조기를 소비자들에게 예약 판매하다 뒤늦게 적발돼 구설수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최근 의류 건조기 시장 과당 경쟁이 불법행위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14년 LG전자와 삼성전자 사이에 벌어진 ‘세탁기 파손 논란’과 더불어 과열된 시장 경쟁이 애꿎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제품안전관리원은 13일 LG전자가 KC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건조기 신제품을 사전 예약 판매한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안전관리원은 LG전자가 KC안전인증을 발급받기 전 임시로 주는 인증 예정번호를 건조기에 부착해 판매했으며 인증 표시 여부를 모호하게 표현해 전안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안법 제10조, 제40조 등에 따르면 판매자는 안전인증표시 등이 없는 안전인증대상제품을 판매·대여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할 시 해당 제품은 개선·파기·수거 또는 판매 중지 처리 되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제품안전관리원은 이번주 안에 현장조사를 마치고 최종 위법으로 확인되면 형사고발과 행정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 트롬 신제품 16kg 의류 건조기…미인증 제품 버젓이 사전 예약 판매

논란이 된 LG전자 트롬 16kg 의류 건조기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200만원대에 사전 예약 판매되다 현재는 판매 중지 조치 됐다./사진=옥션

논란이 된 제품은 LG전자가 지난달 12일 출시한 트롬 대용량 16kg 의류 건조기다. LG전자는 출시와 함께 곧바로 사전예약판매에 들어갔고, 온라인 유통업체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예약 판매됐다. LG전자는 사흘 뒤인 15일 제품안전관리원에 KC안전인증을 신청했으나 아직 안전인증을 받지 못했다. 결국 ‘미인증’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예약 판매한 셈이다.

LG전자는 해당 제품의 배송을 이달 20일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다. 공교롭게도 20일은 KC안전인증 결과가 나오기로 한 날이다. LG전자가 배송 시점을 이날로 잡은 이유도 안전인증과 관련이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품안전관리원 관계자는 “LG전자가 전안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고려 사항이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전자 측은 “배송이 되기 전까지 제품 생산 이전에만 안전인증을 받으면 되는 줄 알았던 것으로 안다. 착오가 있었다”며 “제품에 인증 예정번호를 부착한 것은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 LG전자의 ‘무리수’…의류 건조기 과열이 불러온 ‘파국’

LG전자는 14kg 의류 건조기에서 '최초' 타이틀을 삼성전자에 뺏겼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출시한 14kg 의류 건조기 '그랑데'(왼쪽)와 LG전자가 지난 5월 출시한 트롬 14kg 의류 건조기(오른쪽)./사진=각 사

LG전자는 왜 이런 ‘무리수’를 뒀을까. 업계에서는 16kg 건조기 시장 점유율을 뺏기지 않으려는 욕심이 이러한 결과를 불러왔다고 보고 있다. LG전자가 경쟁사인 삼성전자 보다 16kg 의류 건조기 출시를 먼저 알렸고, 가전업계에서 흔치 않은 예약 판매도 이례적으로 실시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삼성전자는 16kg 용량 건조기 출시를 알리고 같은 달 29일부터 시중 유통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LG전자는 이보다 빠른 12일 출시와 동시에 사전 예약 판매를 실시했다. 앞서 14kg 의류 건조기 출시와 판매는 모두 삼성전자가 앞섰다. 16kg 용량 싸움에서는 지지 않겠다는 LG전자의 과욕이 불러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14kg, 16kg 의류건조기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맞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국내 의류 건조기 시장이 150만대 수준으로 커지면서 중견 가전사의 진출도 늘고 있지만, 대용량 건조기 시장은 사실상 양 사가 과점하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판매를 서두르다 보니 안전인증 절차도 완료되지 않은 제품이 판매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 2014년 ‘세탁기 파손 논란’과 닮은꼴

해당 제품은 '안전인증' 아닌 '인증 예정번호'를 달고 사전 예약 판매됐다. 안전인증 여부를 표시하는 부분에는 '상세정보참조'라는 모호한 표현이 사용됐다./사진=옥션

이번 논란을 보며 4년 전 LG전자와 삼성전자 간에 생긴 ‘세탁기 파손 논란’이 떠올랐다. 2014년 9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4’ 독일 박람회 기간 중 조성진 당시 LG전자 HA(가전)부문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임직원들이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의 연결부(힌지) 등을 파손해 물의를 빚었다.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법정공방 끝에 조성진 사장과 LG전자 임원들이 무죄를 확정받긴 했지만 양 사의 ‘민낯’은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았다.

라이벌 관계에 놓인 두 회사 간에는 과당 경쟁의 불이 붙기 쉽다. 비슷한 규격, 비슷한 성능, 비슷한 인지도의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고 판매하는 두 회사 간에 경쟁심리가 없다면 더 이상할 것이다.

그러나 그 경쟁은 언제나 공정해야 한다. LG전자의 해명처럼 이번 사태가 ‘착각’과 ‘실수’였을지라도. 그 피해는 안전 인증도 받지 않은 제품에 수백만원을 지불하는 소비자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허지은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