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국제유가 하락에 반색했던 항공주(株)가 주춤하고 있다. 당장 4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데다 국내 여행 수요 성장세가 둔화된 탓이다.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면허 발급을 앞두고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형항공사(FSC)는 장거리, 저비용항공사는 단거리’로 양분화한 시장 속에서 경쟁력을 갖춘 업체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3만2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16일 기록했던 연고점 대비 5.3% 하락했다. 제주항공 역시 이날 지난달 26일 연고점보다 11.5% 내린 13일 3만50원에 장을 마쳤다.
 
◆ 국제유가 하락 효과는 내년 상반기부터…4분기 실적 부진

항공주는 국제유가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지난 10월 중순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10월 15일 대비 항공주의 시가총액은 15% 이상 상승했다. 그러나 연료 유류비 개선이 1~2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면 유가 하락에 따른 항공사들의 수혜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해 추석연휴가 10월이었던 반면 올해의 경우 9월에 자리하면서 이번 4분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은 항공주의 반등을 앞당겼다”며 “다만 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 판단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 또한 “단기간의 유가 급락에 대한 기대감 고조로 4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예상치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며 “삼성증권 커버리지 내 항공사들의 4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965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3056억원)보다 68% 가량 낮다”고 진단했다.

여행수요 둔화가 이어지는 점도 항공주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지난달 인천공항 국제 여객 수송객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7.3% 늘어나 지난 10월(10.3%)보다 성장률이 낮아졌다. 한한령(限韓令)이 풀리면서 중국 노선의 성장세는 계속됐지만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 등 주요 노선 성장세가 완화됐다. 또 미국 노선의 경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비용 감소가 마진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수요가 유지돼야 한다”며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비용 하락은 운임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6개사로 구성된 현재 저비용항공사 업계에 이르면 내년 초부터 신규 저비용항공사가 진입하면서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앞서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에어필립 등 신생 항공사 4곳이 국토교통부에 국제운송사업자면허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내년 1분기 중 심사를 완료, 면허 발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 양분화하는 항공 업계…경쟁력 확보한 항공사 주목해야

증권가에서는 저비용항공사의 시장점유율 증가세와 대형항공사의 시장점유율 감소세가 점차 둔화하면서 항공사 간 경쟁구도가 양분화됐다고 보고 있다. 현재 대형항공사들이 자회사·계열사를 통해 이미 저비용항공사 업계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데다 슬롯(Slot·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부족으로 인해 저비용항공사의 단거리 노선 점유율 확대도 제한된다는 분석이다.

즉 앞으로 장거리 노선에서는 대형항공사 간, 단거리 노선에서는 저비용항공사 간 경쟁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재 불확실성이 큰 항공업계에서 각 경쟁구도 내에 경쟁력을 갖춘 항공사에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대형항공사 중에서는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높은 대한항공이 주목받고 있다. 최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수익성 중심 운영으로 영업이익이 가장 먼저 턴어라운드하는 등 1위 국적사 본연의 경쟁력을 되찾고 있어 단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대안”이라며 “국제선 여객과 화물 부문 모두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고 비즈니스 좌석 수요와 신선 화물 등 상품 믹스(product mix)가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방 연구원 또한 “최근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의 프리미엄 여객 탑승률(L/F) 개선세가 뚜렷해지면서 평균 운임 상승률에 기여하고 있다”며 “특히 대한항공의 여객 수요 절반이 인바운드와 환승 여객인 만큼 중국 노선의 추가 회복과 델타와의 조인트벤처(JV) 노선 확대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제주항공의 경우 저비용항공사 사이에서 가장 성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국내 항공사에서 가장 낮은 공급단위 당 직접운영비(CASK·Cost per Available Seat Kilometers)를 유지하고 있어 경쟁이 심화되더라도 추가 공급 확대가 유리하고 시장점유율 상승이 가능하다”며 “최근 옵션 10대를 포함해 보잉 사 737MAX 50대 대량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장기 성장 동력까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격적인 기기 확보와 점유율 제고를 위한 전략이 이어지고 있어 선점효과가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솔이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