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티켓팅 위해 서버시간 사이트에 매크로까지 동원
예매 일부는 암표상에게…’억소리’ 나는 ‘플미’도 등장
美 암표와의 전쟁…온라인서 암표 팔면 5000달러 벌금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 대학생 김희경(26)씨는 지난 10월 열린 한국시리즈 예매를 앞두고 진땀을 뺐다. 예매 시작 30분 전부터 예매 사이트는 물론 어플리케이션마저 ‘먹통’이 됐기 때문. 김 씨는 “친구가 예매에 성공해 겨우 관람을 마쳤지만 야구 예매는 매번 전쟁이나 다름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스포츠 관람을 앞두고 티켓팅의 높은 산에 좌절을 경험한 이들이 적지 않다. 김 씨처럼 예매 시간보다 훨씬 전부터 대기를 시작해도 예매에 실패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응원석 앞이나 시야가 좋은, 이른바 ‘로얄석’을 확보하려면 천운이 함께 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숨막히는 티켓팅 전쟁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본다.

◆ 서버시간에 매크로까지 동원…’진땀’ 빼는 티켓팅 전쟁

프로 스포츠 경기를 앞둔 이들에게 '티켓팅'은 반드시 지나쳐야 할 '통과의례'다. 티켓 하나를 손에 쥐기까지 스포츠 팬들은 크고 작은 산을 넘어야 한다./사진=허지은 기자

티켓팅을 앞둔 일반인들의 ‘루틴’은 이렇다. 가령 정오에 열리는 예매가 있다면, 예매 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을 미리 다운받아 최소 30분 전엔 해당 페이지에 접속해둔다. 대부분의 경우 로그인이 필요하므로 회원가입 후 로그인까지 마쳐놔야 한다. 접속자가 몰리면 로그인이 풀리는 경우가 있어 중간 중간 확인이 필요하다.

로그인을 마쳤다면 서버시간을 확인하는 사이트를 새 창으로 켜둔 뒤 예매 사이트의 주소를 입력해 1초 단위까지 확인한다. 친구와의 잡담은 예매에 방해가 되므로 잠시나마 ‘방해금지모드’를 켜둔다. 마지막으로 와이파이나 무선인터넷 상태를 확인하고 속도가 느리다면 가까운 PC방에서 시도한다. 텍스트로만 봐도 전운이 감도는 티켓팅 직전의 모습이다.

프로 스포츠 결승전처럼 ‘박 터지는’ 예매를 앞두고 있는 경우 매크로에 손을 대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매크로를 이용해 자동으로 예매 단계에서 자리를 낚아채는 식이다. 다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예매 사이트에서 불법 프로그램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섣불리 매크로를 시도했다가 구석 로얄석은 커녕 구석자리조차 손에 넣지 못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 ‘억소리’ 나는 ‘플미’의 세계

암표상들이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예매하는 모습. 단 몇 초 만에 예매를 성공시킨다./사진=KBS 캡쳐

그러나 티켓팅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제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해도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좌석을 보며 망연자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예매 사이트의 규제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간 암표상들이 좋은 자리를 죄다 꿰차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크로 등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해 예매에 성공한 뒤 가격을 뻥튀기해 되판다. 인기 구단의 라이벌 매치나 결승전, 한국시리즈, 와일드카드 결정전 등 인기 게임의 경우 10만원짜리 티켓이 수십만원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암암리에 거래되는 암표를 넘어선 ‘플미 티켓(프리미엄 티켓)’이다.

실제로 ‘억소리’ 나는 플미도 등장했다. 지난 2015년 열린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매니 파퀴아오의 ‘세기의 복싱 대결’을 앞두고 판매된 티켓은 자리에 따라 최소 1500달러(약 170만원)에서 최대 7500달러(약 850만원)으로 책정됐지만 암표 값은 25만달러(약 2억830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 美, 온라인에서 암표 팔면 최대 5000달러 벌금형

사진=연합뉴스TV 캡쳐

이같은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각국은 규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 영국, 대만 등은 암표매매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현장에서의 암표 판매를 경범죄 처벌법에 의해 단속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암표를 팔면 경우에 따라 최대 5000달러 벌금형을 매기고 있다.

미국은 연방법률인 ‘온라인 티켓 판매법(Better Online Ticket Sales Act of 2016)’을 통해 온라인으로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 구매와 재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해 취득한 티켓을 판매할 경우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주정부가 온라인 암표매매범에게 민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뉴욕 주에서 실시 중인 ‘예술문화법(Arts and Cultural Affairs Law)’은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을 구매하거나 재판매하면 최대 1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적발 이후 재범행에 나설 경우 최대 5000달러의 벌금형을 매긴다. 여기에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이를 제작하는데 관여하면 최대 금고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국회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의 매크로를 이용한 불법 티켓 취득과 암표 근절을 위한 법안 마련이 진행되고 있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연법 개정안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매크로를 이용한 암표판매 금지법)은 온라인에서의 매크로 이용과 불법 티켓 판매가 적발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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