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세계 주류 사업 확장·수입 맥주 러시…롯데주류 입지 '흔들'
이종훈 대표 연임 '불투명'설까지
롯데주류 '피츠'(좌), '클라우드'(우)/사진=롯데주류,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롯데주류 맥주 사업이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가운데 업계 후발주자 신세계그룹은 주류 사업 전문가 우창균 대표이사를 영입하며 맹추격에 나섰다. 롯데주류가 위기에 몰리자 업계에서는 이종훈 롯데주류 대표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 맥주 사업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의 음료와 주류 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칠성음료의 올 상반기 매출은 연결기준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1조1222억원, 영업이익은 37.4% 하락한 32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주류 부문은 맥주 사업 부진 탓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39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으며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431억원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6777억원, 영업이익은 11.9% 증가한 409억원으로 집계되며 호조를 보였지만 이는 여름 폭염에 따른 음료 부문 매출이 오른 결과로 풀이된다.

◆롯데주류 피츠·클라우드 안 팔리네…이종훈 대표 입지도 '흔들'

롯데주류는 맥주 사업에 진출한 2014년부터 수익성이 떨어졌다.

롯데주류의 대표 맥주인 ‘클라우드’는 신동빈 롯데 회장이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제품이다. 하지만 출시 초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늘려가던 클라우드의 기세는 한 풀 꺾였다. 하이트에 대적하기 위해 출시한 ‘피츠 수퍼클리어’ 매출도 신통찮다.

업계에 따르면 클라우드와 피츠를 국내 시장 점유율은 두 제품을 합쳐도 5%를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피츠는 시장에서 고전 중이다. 롯데주류는 지난 7월 피츠가 출시 이후 1년간 1억5000만병 판매됐다고 밝혔다. 반면 가정용으로만 출시된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는 출시 1년 동안 3억 캔 이상 팔렸다.

피츠의 매출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경쟁사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닌 클라우드의 매출을 갉아먹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피츠 출시 후 클라우드의 매출이 하락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롯데주류의 맥주 사업이 잘 풀리지 않자 업계에서는 이종훈 롯데주류 대표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대표는 취임 후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롯데칠성음료의 이사회가 오는 19일 열릴 것으로 보여 이날 이 대표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클라우드나 피츠 판매가 부진해 실적이 하락한 것이 아니다”며 “지난해 피츠 생산을 위해 충주에 제2공장을 준공했고 이 때문에 영업이익이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 연임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부에서 아직 언급된 바 없다”고 밝혔다.

롯데주류 충주공장에서 생산되는 클라우드/사진=연합뉴스

◆후발주자 신세계 '바짝'…롯데주류 돌파구 찾아야

롯데주류가 부진한 사이 신세계그룹은 주류 사업 확대에 나섰다.

지난달 신세계그룹은 주류사업을 담당하는 제주소주와 신세계L&B에 롯데주류 출신 우창균 대표를 영입했다. 신세계그룹 9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 가운데 외부인사는 우 대표가 유일하다. 주류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신세계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2016년 제주소주를 인수한 신세계는 소주 ‘푸른밤’을 출시하며 도전장을 던졌지만 터줏대감인 하이트진로 ‘참이슬’과 롯데주류 ‘처음처럼’이 장악한 국내 소주 시장을 뚫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신세계가 ‘이마트’라는 강력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신세계L&B는 설립 초기인 2009년 52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517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우 대표는 롯데주류에서 클라우드를 기획한 인물이다. 신세계가 기존 진출한 소주뿐 아니라 맥주 사업에도 눈독을 들인다는 추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맥주가 편의점에서 4캔 1만원 가격에 판매되면서 다른 국산 맥주보다 비싼 클라우드는 경쟁력을 잃었다”며 “신세계가 맥주 사업에 뛰어들게 되면 경쟁이 치열해져 맥주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롯데주류의 입지가 점점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류 시장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롯데주류도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할 때"라며 "과감한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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